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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채식 습관

일주일 식사일기(2020.12.14~12.20)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으면서도

지난 주가 너무 오래전 일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에 따른 불안감이 모든 것을 덮어버려서 아무런 감정이 안 느껴졌던 한주였다.

간단히 메모해 놓은 것으로 돌아보는 지난 주 먹고 산 이야기, 내 고민들 정리의 시간

 

<월요일> 
출근해서 단체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거리두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게 되어서

단체 주문하는 바람에, 나도 도시락이 생겨서 그거 먹으려고 따로 점심을 안챙겨갔다.

도시락 먹고나서 나온 플라스틱을 보면 또 한숨이 나왔다. 

저녁에 집에 와서 김치찌개, 새우버터구이, 시금치나물이랑 밥을 먹었다.  



<화요일>  
회사에서 점심으로 또 배달 도시락을 먹었다. 푸짐하고 맛도 좋았지만, 다 먹고나면 일회용품 때문에 죄책감이 밀려왔다.저녁엔 집에 와서 생선구이, 김치찌개, 감자볶음이랑 맛있게 먹었다. 

<수요일> 
주3일 재택근무의 시작, 아이들도 모두 온라인 수업, 남편도 같이 집에,,, 각자 방에서 열심히 각자 할일 하고

점심 할 시간이 없어서, 오랜만에 중식 배달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시켜보는 중식이라 양 조절 실패하고

엄청나게 많이 남겼다. 버리고 식기 정리하면서 또 죄책감이 밀려온다. 우리는 매일 지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저녁엔 남편이 소고기된장국 끓여서 아이들과 먹었고 난 오랜만에 고구마, 상추를 먹었다. 그리고 나서 간식을 먹었지만, 매일 점심에 고구마로 간단히 먹던 식단을 이번주 내내 못하게 되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목요일> 
재택근무,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 남편도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아이들과 싸움이 잦아진다. 특히 내가 일해야하는데 아이들이 질문하면

친절한 대답이 안나온다.

점심으로 어제 저녁에 끓인 소고기된장국에 밥 말아서 먹었다. 오후엔 아이들은 다 나가서 놀고

조용히 있었더니 좀 살만했다. 저녁엔 인터넷 주문한 닭갈비가 와서, 양배추랑 고구마 넣어서 구워먹었다.

맛있지만 너무 달아서 재주문은 안하기로.


<금요일> 
나는 재택근무, 남편은 출근,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 금요일인데 금요일 같지 않은 기분

요일 감각 상실했다.

점심으로 고구마랑 상추를 먹었고, 저녁엔 샤브샤브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 날이 결혼 기념일이라 미리 주문해 놓은 케이크를 남편이 퇴근길에 찾아와서

후식으로 초코케이크를 먹었다. 벌써 11주년이라니! 아이들이 이만큼 큰 걸 보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군!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 30대는 어디로 간것일까 아쉽기도 했다.

아이들 재우고 남편이랑 진지하게 이얘기 저얘기하면서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고 약속했다.

지난 10년과는 또 다른 결혼생활이 시작된 기분이다. 이제 맞출 건 다 맞춘 기분. 

앞으로도 많이 싸우겠지만, 그 싸움이 끝을 보는 싸움이 아니라 보다 나은 우리를 위한 대화이길

 
<토요일>

아침에 눈떠서 스트레칭 좀 하고 가족들은 어제 먹은 샤브샤브 육수에 죽 만들어 주고

나는 아침 단식 하길 포기하고 10시쯤 커피에 초코케이크 크게 한조각. 한살림 초코케이크 촉촉하고 많이 안 달아서 좋은데, 아이들은 쓰다고 잘 안먹었다. 점심에 밥하기 싫어서 또 배달, 바르다 김선생에서 김밥4줄, 떡볶이 배달시켜서 4식구가 남김 없이 다 먹어 버림.  
그리고 졸려서 티비보다가 나도 모르게 낮잠.

저녁엔 가볍게 고구마, 양배추만 먹었는데, 아이들이 저녁 반찬으로 남긴 치킨너겟도 내가 다 먹어버렸다. 

<일요일> 
진짜 결혼 기념일, 결혼기념일과 다음주 아들 생일을 맞이해서 1단계때 호텔 예약을 해놨는데,

이걸 가네마네 엄청 고민에 고민의 연속으로 괜히 짜증이 났던 하루였다.

아침으로 김치찌개(멸치육수에 두부넣고 끓였는데, 다들 싫어해서 스팸 투입)끓여서 가족들 먹고

나는 점심에 김치찌개랑 밥을 많이 먹었다. 저녁엔 쉑쉑버거를 먹고 바로 이어서 컵라면까지 먹었다. 

매일 잠을 푹자고 많이 먹고 해서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뭔가 더 발전적인 일을 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또 이렇게 끝나겠지, 난 올해 열심히 살았던가? 깊은 자기 반성의 시간을 매일 갖고 있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내려놓기가 잘 안된다. 

나는 왜 자꾸 나를 변화시키고 싶어 할까.

 

남편한테 스스로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자신을 정말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신기했다.

그리고 자기가 어떨때 가장 행복하고 신나고 좋은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서 너무 부러웠다.

한편으론 이런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살고 있어서, 그건 내 복이구나 싶었다.

 

내가 기분이 안좋을 때 나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