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식사일기(2020.12.7~12.13)

이번주는 출근을 2번 밖에 안해서 요일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

중간중간 식사메뉴 기록이라도 안해놨으면 기억이 안나서 도저히 쓸수 없었을 것 같다.

 

<월요일>

재택근무였고, 딸만 학교 가고 셋은 집에 있었다.  

점심은 어머님이 주신 만두를 데워먹었고, 저녁엔 배춧국을 끓였고, 찹스테이크를 데워서 같이 먹었다. 토요일 엄마 생신파티를 위해 주문했던 음식을 싸와서 알뜰하게 먹어치웠다. 
 
<화요일> 
주말동안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점심부터 다시 가볍게 먹으려고 했는데, 사무실에서 단체로 햄버거를 주문해 줘서

고구마를 버리고 맘스터치 싸이버거셋트를 먹었다. 저녁엔 집에 와서 전날 끓인 배춧국에 남편이 만든 낙지볶음이랑 맛있게 먹었다. 

 
<수요일> 
오늘은 점심으로 고구마를 먹어야지 다짐했는데, 또 점심엔 배달 도시락이 생겼다. 메뉴는 회덮밥으로. 

거부 할 수 없는 비주얼이라 또 고구마를 버리고 회덮밥을 먹었다. 회사에서 바쁜 날이였는데 내공이 쌓인건지

대충대충 잘 지나간 하루였다. 예전엔 엄청 애를 쓰던 일들이 요즘에 매우 쉽게 지나가 버려서 너무 신기했다.

반면 너무 쉬운 일에도 내가 애를 쓰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제 뭔가 사회생활의 다른 국면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서 라면을 샀다. 내일 점심에 먹을 계획을 미리부터 거창하게 세웠다.

저녁엔 남편이 차려준 밥상으로 또 맛있게 먹었다. 저녁 메뉴는 생선구이와 계란찜! 

<목요일>

아이들 볼 사람이 없어서 연가 쓰고 집에서 쉬었다. 요새 연가를 써서 집에서 쉰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아침에 김치볶음밥 만들어서 남편 도시락 싸서 출근 시키고 아들 학교보내고

딸 숙제 봐주고는

재택습관이 생겨서 막 일을 해야할 것 같은 착각을 이겨내고 마냥 늘어져서 하루를 보냈다.

점심은 전날에 사놓은 라면을 한개 끓여서 딸이랑 나눠먹으려고 했는데,

예상외로 딸이 다 먹는 바람에 난 아침에 남긴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라면을 매우 좋아하는데, 라면을 먹을 때마다 가공식품이라서 너무 망설여지고

먹을 때마다 내 몸에 죄를 짓는 기분이다. 고작 라면인데, 라면을 대해는 내 감정은 한없이 무겁다.

저녁으로 새우배추된장국을 끓이고 아이들 반찬으로 치킨너겟을 데워줬다.

내가 끓여 놓고 너무 맛있다고 신나서 먹었다. 

<금요일>

전 날에 드라마 보느라 늦게 나서 아침에 7시에 일어났다. 운동인증은 못하고 혼자 따로 했다.

아들만 학교보내고, 나는 일하고 아점 늦게 먹은 남편과 딸이랑 점심 식사 타이밍이 안맞아서

나만 라면끓여 먹었다.

어제 제대로 못 먹은 라면을 남편에게 끓여달라고 해서 혼자 맛있게 먹었다. 
저녁엔 카레를 만들어서 가족들 먹이고, 나는 어제 저녁에 끓인 새우된장국을 먹었다. 

어제처럼 또 내가 끓인 국에 감탄하면서 먹었다.

<토요일>

또 드라마 보다가 늦잠자는데, 사무실에서 연락와서 잠 다 깨서, 아침부터 스트레칭

남편이 빵을 사와서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었고 점심도 따로 차릴 것 없이 빵으로 먹었다. 
저녁엔 딸래미가 부탁한 삼겹살, 김치구이. 4식구가 고기 한근에 김치한포기를 먹었다.

고기보다 김치를 훨씬 더 먹어서 또 나트륨 걱정을 하면서 식사가 마무리됐다. 

<일요일> 
아침부터 김밥을 쌌다. 내가 스트레칭하는 동안 밥 새로 짓고, 김밥재료 준비까지 완벽하게 해 놓은 남편

이런 남편 또 없다 싶은 요즘이다. 내 김밥은 햄 빼고 시금치, 당근 많이 넣고 쌌는데, 매우 건강한 맛!

눈이 많이 와서 아침 먹고 다 같이 나가서 눈사람 만들고 들어왔다. 눈사람 만들면서 들었던 여러 생각들은

내일 아침에 다시 글로 돌아봐야겠다.

 

점심엔 오랜만에 고구마랑 샐러드를 먹었다. 샐러드가 리코타치즈가 들어가서 더 맛있었지만, 입에서만 즐겁고

내 몸에 안맞는건 확실하게 느꼈다.

 

오후엔 혼자서 둘레길 다녀왔다. 눈 쌓이 산이 멋졌고 길이 미끄러웠지만, 이런걸 무섭다는 느낌이 아니라

즐겁고 재밌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마구마구 미끄러지면서 내려왔다.

 

저녁은 아이들은 파스타, 난 채소김밥 먹을 예정이다. 

 

일주일간의 식사일기를 쓰면서, 이번 주에도 많이 망설였다. 

힘들었던 순간을 다시 되돌아 보고 싶지가 않았고 귀찮게 느껴졌다.

일기를 쓰기 전에는 재택근무 때문에 요일 개념이 사라졌고 어떻게 내가 살았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고 

그래서 적을 내용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되돌아보니

내가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맛있게 먹은 순간과 그때 기분이 떠 올라서 좋았다.

 

또 시간의 힘이란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았다.

지난 주 내가 힘들고 버겁게 느껴졌던 감정 덩어리가 많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