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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채식 습관

식사일기(2020.11.30~12.6)

일요일 점심에 돌아보는 이번주 일주일,

1월부터 5시 기상을 실천해왔고 꽤 잘 지켜왔지만 이번주 들어서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코로나 상황으로도 우울하고 불안했고 또 금요일 회사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으로 모든 것에 집중이 안됐다.

 

나에 대한 반성과 피하고 싶고 생각하기 싫은 문제들 때문에 안 쓰고 싶었지만,

용기내어 돌아보는 이번주 먹고 산 이야기

 

<월요일>

아침에 온 가족 먹으려고 넉넉히 만들어서 내 도시락으로 담아갔다.

점심으로 베이컨김치볶음밥, 상추를 맛있게 먹었다.

 

저녁으로 고등어구이 배추된장국, 계란말이, 총각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도 미루고 취침, 그럼에도 6시40분까지 알람 연장 4번하면서 늦잠 요즘 생각하기 싫어서 그런지 자꾸 늦잠을 자고

또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를 괴롭히는 건 나의 고민 내 마음이니까. 내가 다스려봐야겠다.

 

<화요일>

점심으로 고구마, 상추, 사과를 먹었는데 사진찍는 것을 잊었다.

저녁으로 남편이 닭백숙을 했는데 늘 맛있게 먹던 아이들의 반응이 이번엔 시큰둥해서 남편이 좀 속상해 했다.

남편이 마트갔다가 사왔다면서 갈릭버터맛아몬드를 뜯었는데, 매우 달지만, 한개 먹으면 멈출수가 없어서 엄청 많이 먹었다.

 

<수요일>

재택근무라서 집에서 근무하면서 또 이것저것 먹었다.

아침을 안 먹으려고 했지만 애들이 남긴 닭죽을 내 뱃속에 버리듯이 먹어치웠다. 딸아이 등교시키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커피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왔다. 무려...카라멜 마끼아또를 샀다.

커피를 거의 안마시다시피 하니, 가끔 먹을땐 단걸 찾게 된다. 

점심은 아들이랑 라면과 만두를 배불리 먹었고.

저녁을 만들기 귀찮아서 마트 배송으로 부대찌개를 주문했고, 귀찮으면서도 오이지무침, 계란말이를 만들어서 저녁을 

차렸고 온 식구가 맛있게 먹었다.

 

<목요일>

수능 날이라서 10시 출근하니 맘편히 늦잠을 잤다.

미라클모닝은 완전히 포기 상태, 매일 하던 스트레칭 인증도 못했다.

점심으로 고구마, 파프리카, 상추를 먹었다.

 

저녁엔 집에 와서 남편이 끓인 쇠고기배춧국에 밥을 말아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일찍 기차타고 시험장에 가야했기에 10시도 전에 모두 취침모드였는데

나는 잠이 안와서 2시 30분까지도 화장실을 들락하다가 4시 4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새벽기차를 타러 갔다.

 

<금요일>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을 하는지 내가 참 못나고 안돼 보였다. 이 시험에서 떨어질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 시험의 압박과 긴장감을 맞서는게 너무 힘들었다. 전날 잠을 거의 못잤고 이른 시간에 이동 해야 해서

매우 피곤했지만, 곤두선 긴장감 때문에 모든게 무감각했다. 시험장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반납해야했는데 8시간

동안 스마트폰이 내 곁에 없는 그 상황도 매우 불안했다.

 

혹시나 화장실 가고 싶을 까봐 시험장에서 주는 점심도시락도

거의 안 먹었고 하루종일 마이쮸 3개랑 믹스커피1잔으로 버텼다. 시험이 다 끝나고 폰을 돌려받아 시험장을 나서면서

내가 하루종일 받은 스트레스로 내 수명이 하루는 단축됐을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스트레스에 취약하구나 깨달았고

다시는 어떤 도전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기차타고 집으로 오면서 오늘의 스트레스는 폭식으로 날려야겠다는 아주 쉽고 단순한 생각을 했고, 치킨을 주문했다.

집에서 치킨을 뜯으면서 평가에 대한 합격문자를 받았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이런 테스트로 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평가를 통과했다고 해서 내가 더 능력있는 사람이 된 것 같지도 않았고, 이 모든 제도를 거부하고 싶은 반항심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일찍 잠들었다.

 

<토요일>

친정집 김장날, 김장에 작년에 이어서 겨우 2번째 참여하면서, 참 철 드는데 오래 걸렸다 싶었다.

아침에 갔더니 이미 엄마가 수육부터 차려주셔서 온 식구가 아침 밥을 먹었고

미리 재료준비도 다 해놓으셔서 우린(나, 여동생, 우리 남편) 배추에 김치소만 넣어서 60포기 김장 뚝딱했다.

점심은 나는 따로 안 먹었고, 저녁엔 엄마 생신 겸해서 생신축하를 해드리려고 미리 음식 주문을 해놨다.

뷔페음식을 예약했다가 시간 맞춰서 배달을 받았는데, 가격대비 너무 훌륭해서 모두 만족했고 남은 건 각자 싸왔다.

 

 

<일요일>

새벽에 악몽을 꾸고 잠이 깼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물을 엎지르는 실수를 해서 내가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하는 상황이였는데, 상대방은 계속 나에게 화를 내면서 독한 말을 쏟아냈고, 나도 참지 못하고 결국 그 사람을 비난하면서 

크게 싸웠다. 그 꿈이랑 가족갈등이 겹쳐지면서 새벽 3시에 일어나 앉아서는 엄청난 괴로움에 마음이 힘들었다.

 

우리엄마의 막내자식이나 내 남동생이 올해 결혼을 했고

나의 원가족 모두가 그 변화된 관계와 역할 적응에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나 역시 며느리이자 시누이이기에 그 갈등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중이지만,

내 예상밖의 오해와 서운한 말로 상처를 받고 있다. 또 힘들어 하는 쇠약해진 엄마를 보는게 슬펐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아물 상처가 있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상처도 있어서

그걸 안고 계속 살아야 할 날들이 두렵기도 하다. 

 

겨우 전자책을 잡고 책을 읽으면서 다시 잠들었고, 일어나서는 늘 하던 스트레칭도 할수가 없었다. 

아침을 10시쯤에 먹었는데, 어제 싸온 뷔페음식으로 먹었고, 귤을 먹었고, 돼지바를 한개 먹었고, 드라마를 틀어놓고 또 졸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시간이다. 아마도 아이 친구가 놀러오지 않았다면, 계속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 같다. 힘을 내서 내 슬픔과 무기력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다. 또 이러한 상황이나 감정도 시간이 가면 변화하고 무뎌진다고 위로하고자 그 동안의 경험을 끌어모아 보는 중이다.

 

이번주 내가 제일 걱정했던시험으로 인한 긴장과 피로는 다른 더 큰 고민으로 덮여서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책 "인생수업"을 펼치며, 내가 이 상황에서도 뭔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