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금요일이였을뿐, 아무 날도 아니였다. 회사 행사용 꽃다발을 찾으려고 아침 일찍 꽃집에 갔다가 가격대비 너무 훌륭한 다발을 받았다. ‘어머나 여기 괜찮은 꽃집이네! ’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예쁜거 하나 가져볼까?
점심시간에 다시 꽃집에 갔다.
“사장님, 저는 오늘 아침 그 꽃다발 너무 마음에 드는데
이색과 저 꽃은 빼주시고, 화이트 핑크로만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퇴근 길에 찾은 꽃다발!
매우 저렴한데(사장님이 남는게 있으실까 걱정했다.) 딱 내 취향이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꽃시장이나 인터넷 꽃주문을 이용하기 전까지 동네 꽃집에서 한종류씩 사보긴 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스파이럴을 잡은 꽃다발을 사본건 처음이다. 이것은 나에게 최초로 사준 꽃다발이므로 기념 사진을 많이 찍었다.
포장지 벗기고 끈도 다 풀러서 꽃병에 꽂았는데도 흐트러짐 없이 잘 유지되었다. 화이트와 핑크의 조화로움도 마음에 쏙 들고, 특히 잎설유 흐드러짐은 정말 너무 예쁘다.
나는 이렇게 생긴(흐드러진 초록소재로 감싸진) 꽃다발을 좋아했지! 다시 한번 알아챘다.
사장님께 어머 이 꽃은 뭐에요? 물어봐서 모르는 꽃 이름도 새롭게 배웠다. 옥스포드처럼, 솔체처럼 생긴 저 꽃의 이름은 “아스트란시아” 이름 외우기
퇴근 길 지하철. 꽃다발 쇼핑백을 사수하면서 힘겹게 들고오느라 너무 고생해서, 앞으로는 조퇴하고 들고와야지 다짐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또 꽃집에 갈 일이 있어서 간 김에 일주일 뒤에(조퇴 예정일) 찾을 예정으로 주문을 했다.
“사장님, 하젤이나 맨스필드파크 같은 아주 연한 피치톤장미를 많이 넣어서 만들어 주세요!”
일주일 뒤 찾으러 갔더니, 연한 피치톤 주문은 짙은 피치톤이 되어 있었는데, 그래도 매우 만족했다. 난 강박적으로 대칭으로 꽂는 버릇이 있는데, 이거 받고보니 비대칭에서 전문가 솜씨를 느꼈다.
사장님이 꽃을 많이! 진짜 많이 넣어주셔서 포장이랑 끈 풀고보니 거대한 다발이 나왔다. 완벽한 스파이럴을 굳이 풀러서 꽃병에 꽂으니, 프로페셔널한 비대칭성과 높낮이가 사라지며, 꽃들이 답답해서 아우성을 치는 느낌이다.
스프레이 장미들이 얼굴을 맞댄게 많아서
가위질 조금해서 작은데 옮겨주고, 내 취향대로(대체적으로 좌우 대칭이 맞게끔) 다시 꽂아놓고 감상했다. 장미 향기가 계속계속 나를 홀리고, 다른 집안일을 하다가도 진한 피치빛이 나를 자꾸 불러서, 수시로 꽃병을 바라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일주일을 보냈다.
이것은 내가 주말에 눈으로 먹는 피자한판이다.
꽃집에서 사니깐 다양하게 꽂은 꽃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가 꽃시장가서 여러 종류를 사려면, 감당 할 수 없는 금액과 양이라서 가끔은 이렇게 꽃집을 이용하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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