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업그레이드
화병꽂이를 제대로 잘 해보고 싶었다.
동네 꽃집 사장님한테 꽃 사면서 주워들은 상식과 꽃집 유튜버에게 많이 배워서
내 마음대로 꽂아도 이젠 그냥 봐줄만 하기도 할 때가 많지만,
직접 배우러 가면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그 동안 화병꽂이 수업을 가려고 검색해보면 마땅한 원데이를 찾기가 힘들었다.
거의 다발만들기 수업이거나, 바구니, 수반, 리스 등 내가 원하는 건 없었다.
그러다가 인스타 광고로 보게 된 화병꽂이 수업, 가격도 시간도 마음에 딱 들어서
어머 이건 꼭 해보고 싶어! 그래서 평일에 휴가까지 써서 다녀왔다.
클래스에서 스파이럴 잡아서 꽂는 법을 기대했으나,
이미 화병에 테이프로 그리들 잡아놓은걸 보고 살짝 실망했다.
꽃이름과 특징을 설명해주시는데
또 이미 내가 다 아는 이름들, 사본 꽃들이였다.
보라 파란색 계열로는 리시안셔스, 용담초, 옥시페탈륨
노란색 계열은 피콜리니거베라, 헬리옵시스,
흰색계열 카네이션, 마트리카리아, 그린소재로 유스커스
선생님이 먼저 보여주시고 각자 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이 하는 걸 직접 보다보니, 배울게 꽤 있었다.
1. 화병꽂이는 원래 어렵다.
맨날 꽃이 고정이 안되고, 얼굴이 돌아가서 스트레스(누가 상주나요?) 받았는데, 원래 어려운거라고 이해하니 앞으로 나의 취미생활이 좀 수월해질것 같다.
2. 화병꽂이 앞면만 신경써도 된다.
언제나 많은 양의 꽂을 사기 때문에 난 사방화로 꽂아서 감상했었다.
앞 뒤 옆 어느 방향에서도 예쁘게 꽂느라 너무 힘들었다.(취미생활인데, 혼자 예술한다고 난리)
앞으로는 앞면에만 신경을 써보기로 다짐했다.
3. 나 이미 잘하고 있다.
5명이서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선생님이 나에게 한마디도 안하셨다.
나에게 할 말이 없던 선생님이 중간중간 나에게 건네는 말씀
"제가 아무말도 안해드리면 너무 잘하고 계시단 거에요. 이미 너무 잘 하고 계세요"
꽃 나눠쓰기, 높낮이 조절, 색감 배치 등등 이미 나 잘하네! 깨달으면서 우쭐해졌다.
4. 언제나 적당함이 제일 중요하다.
클래스 입장해서 제일 놀라웠던 것은 꽃병의 크기였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꽃을 꽂아왔는지 깨달았다.
내가 주로 쓰는 대형 꽃병들과 클래스에서 가져온 꽃병은 키는 두배, 입구면적은 세배쯤 차이가 난다.
저걸 가득 꽂아서 예쁘게 고정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무모한 짓이였나 되돌아 봤다.
그럼에도 꽃 시장에 가면 저정도 화병에 채울 양은 언제나 나올 것 같다.
5.새로운 색 감각 체험
나는 주로 핑크와 피치를 메인으로 꽃을 샀고 늘 비슷하게 꽂았던 것 같다.
이 클래스가 아니였다면 해보지 않았을 노랑과 보라색 조합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색 조합에도 관심을 갖기로 했다.
우리집 꽃존에 두고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이걸 두고서, 우리 가족은 또 고성여행을 떠나야 했다.
더운 집에서 고생하고 있을 꽃을 생각하며,
나는 잠을 설쳤다.
집에 돌아오니, 리시안은 상태가 안좋아져서 거의 다 정리해 버렸다.
다른 애들도 줄기를 많이 잘라냈더니 높이가 달라져서 세군데로 나눠서 꽂아줬다.
다음엔 꼭 스파이럴 잡아서 화병꽂이 하는 걸 배우고 싶다.
나는 딱 스파이럴 고정법만 배우고 싶은데
기존 대부분의 수업은 스파이럴 후, 포장에 집중되어 있어서 좀 아쉽다.
이것도 혼자 연습하면 될 줄 알았으나
타고나길 손폭탄이라, 너무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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