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꽃시장에 갔다.
지난 여름 너무 더웠고, 특히 마지막으로 갔던 날에
힘들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혼자 지하철 타고 가는 꽃시장은 거의 4개월만이었다.
꽃시장을 나서기 전 어떤 영상을 보다가
아마도 요리영상이였을텐데, 레몬올리브오일?
그런 것을 보고 레몬을 떠올렸나보다.
그래서 오늘은 레몬빛깔 꽃꽂이가 되었다.
제일 먼저 노란 장미 한다발을 고르고
그 다음으로 풍성한 레몬빛 메리골드를 샀고
마지막으로 하늘색이자 연보라색인 옥시페탈룸을 선택했다.
이미 아침 운동, 꽃시장까지 공복인채로 다녀왔는데
집에 와서 그대로 두고 나갈 수가 없어서 부지런히 다듬기 노동을 했다. 옥시 진액 닦는게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늘 사게 된다. 너무 예쁘니까. 부랴부랴 컨디셔닝해두고 예방접종하고 와서 기절한 하루.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꽃꽂이에 돌입했다.
메리골드 한단 꽂아보기.
스프레이 화형이라 아무렇게나 꽂아도
자연스럽게 예쁘다. 딱 이대로도 예쁘지만
나에겐 장미랑 옥시가 있으니깐 나머지 2단도
꽂아보았다.
예쁘다!!!!
집에 있는 화분에서 불로초도 3줄기 잘라서 빈곳에
메꿔서 완성. 너무 예뻐
답답해 보이는 메리골드 몇개는 분리해서 작은 화병으로
메리골드 진짜 저렴한데 풍성함이 최고네!
세단 한번에 꽂아놓고 물 갈아줄때 3단 한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물 갈아주기는 매우 어렵다. 저 화병이 사진으로는 별로 안커보이지만, 내가 두손으로 잡아야 하는 사이즈라서 더욱 그렇다. 물 갈아줄 때마다 힘겨워서 앞으로 적당히 한단만 사서 꽂다고 다짐을 해본다.
토요일에 사서 일요일에 꽂으며 꽃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감탄한다. 다 완성하고 난 뒤엔 틈틈히 바라보며 흐뭇하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까진 매일 물을 갈아주고
이파리도 정리해준다. 목요일 무렵부터 방치하다가 토요일 아침엔 잘라서 버리는 과정을 반복해 온지 3년쯤?
이제 나에게 꽃꽂이는 어떤 사물에 대한 첫 마음과 마지막 마음의 온도차이랄지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시든다는 단순한 주제랄지 이런 사소한 사실을 몸소 깨닿는 시간이다. 꽃이 곧 시들어 버릴 것을 알기에 아름다운 단 몇일을 더 소중하게 감상하려고 한다. 그리고 미련없이 잘 버리는(잊어버리는) 기술도 습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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