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과 현재, 정치뉴스 과몰입으로 피곤하고 불안한 일상이 계속 되고 있다. 꽃을 사두고도 마음이 화사해지지가 않았다. 이제 3월인데 여전히 춥고 갈길이 멀어보이지만, 꽃 사진을 보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그때 그꽃 이야기…. 사실은 내일 아이들 개학을 앞두고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쓰는 꽃꽂이 일기가 되겠다.

그나마 기쁜 뉴스가 있었던 때, 인터넷으로 주문한 꽃이다. 알스트로메리아, 마트리카리아, 하젤이랑 초록이 한다발을 샀는데, 서비스로 준 꽃이 많아서 양이 풍성했다.
큰 화병 두개 가득 꽂아놓고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항상 화병꽂이 너무 어렵고, 내 마음대로 안되고 역시 한 종류로 무심하게 툭 꽂는게 제일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꽃시장 가서 정말로 한단만 샀던 날도 있었다.

쥬빌리아 장미,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투톤 장미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취향이 변해서 이젠 너무 예뻐보인다.
한단에 10송이 만원이라는 멋진 가격에 데려와서 집에 있던 유스커스와 왁스플라워와 함께 꽂아놓고선, 앞으로 한단만 사는 걸로 굳게 다짐을 했다.

풍성한 유스커스를 장미 사이사이에 넣어서 장미 간격 벌려주니깐, 매우 만족스러운 화병꽂이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설날에 엄마에게 받은 선물(?), 생강나무 가지다발. 양평 집에서 꺽어오셨다고! 내가 그 동안 산 꽃들보다 우월한 생김새!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서 물에 잠기게하기가 좀 어려웠다. 우리집에서 제일 작은 화병(높이 15센치쯤)에 꽂아주었다. 내가 샀던 비싼 꽃들을 제치고 딱본인들 취향이라는 후기를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다.

산수유꽃과 비슷하게 생겼고 꽃에서 약한 생강냄새가 난다. 생강향 때문에 생강나무지만, 진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름이다. 가까이 보면, 볼품 없지만, 우리집 꽃존에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너무 완벽한 오브제였다.

이 시기에 빠질 수 없는 꽃, 튤립!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튤립과의 전쟁에서 난 늘 지고 만다. 10송이에 5천원!! 진짜 놀라운 가격. 졸업식이 좀 끝나가던 시기라 가능했던 가격같았다. 사다놓고 베란다에 하루 뒀다가 쉬는 날 꺼내서 무심하게 툭 화병이 꽂았다. 홀린 듯 황홀하게 바라보면서 사진 좀 찍어두고, 커피한잔 마시고 왔을 뿐인데, 한 20분 사이였나?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튤립의 자태. 감동하면서 감상하다가, 커피 한잔 마시고 바라보았더니!

꽃 존에 둔지 20분만에 우리 집 온도에 활짝 입 벌린 튤립을 보고, 빵 터졌다. 튤립이 온도에 민감한 걸 내가 모를리가 없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헤벌쭉한건 처음 본 것 같다. 기겁하면서 바로 들어서 베란다로 보냈더니, 스르르 입을 다무는데, 원래 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튤립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봉오리 고정 고무줄을 사야겠지만, 그렇게까지 쟤를 괴롭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번 가본 적 있는 꽃꽂이 클래스에서 주기적으로 클래스 광고문자가 온다. 마침 내가 딱 원하는 원데이 스파이럴클래스가 있어서, 내 생일날 나에게 주는 선물로 예약했다.

스파이럴 개념과 방식은 잘 알지만, 역시 내 손이 문제! 그린소재 다 챙겨오겠다는 집념에 초록이를 모두 잡아넣었더니, 너무 힘들었다. 스파이럴 잡기는 이제 포기하기로 했다. 확실히 앞으로는 클래스 갈 일이 없겠다 싶은 하루였다.

집에 오자마자, 스파이럴 다 풀어헤쳐서 내 마음대로 화병꽂이해 뒀다. 역시 나는 이 스타일이 편하다. 클래스에 대한 기대는 이제 싹 버리고, 나만의 취미생활로 쭉 해야겠다.

핑크핑크했던 겨울 이제 끝
봄엔 라넌큘러스를 많이 많이 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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