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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아무튼, 꽃

꽃꽂이 일기_여름 정원

나는 꽃의 다양한 색깔을 사랑한다.
색깔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두가지 물건이 기억났다.

모두 초등 저학년 무렵인데, 하나는 48색깔 크레파스였다. 나중엔 72색도 출시되었지만, 그 당시에 48색 크레파스는 최고의 선물이였다. 채도에 따라 흰색에서 검정색까지 그라데이션되어 배치된 담긴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고, 각각의 크레파스마다 종이라벨지에 씌어진 색깔의 이름을 읽으면서도 행복했다. 상아색, 다홍색, 청록색 이렇게 48가지나 되는 색의 이름을 즐겁게 외웠다. 귀한 금색 은색은 쓰지도 않으면서 닳을까 애지중지했다.

두번째 물건은 좀 특이한 것이다. 당시 내 보물 상자에는 지금으로 치면 쓰레기와 같은 물건이 몇개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소중히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전선 다발!

나는 그것을 길에서 주웠다.
두께가 1mm쯤 되는 가느다란 전선이
노랑, 빨강, 주황, 보라, 초록, 파랑 색깔별로 뭉쳐져
있었는데, 나는 한눈에 그 색감들에 반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때 그 황홀했던 기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엄청 애지중지 간직했던 그 보물상자는 서랍장 아래 틈에 넣어놨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도 엄마가 쓰레기로 착각하고 버렸을게 분명했다. 여러날에 걸쳐 방의 가구 틈새를 찾아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때의 상실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정원의 여름꽃을 마주할 때,
나는 어릴때의 그 황홀감을 느낀다.
색깔에 대한 추억에 빠져든다.

그 향수를 느끼며 양평집 정원에서 여름보내기
너무너무 더웠던 지난 여름,
7월까지만 해도 이 더위가 그렇게 무시무시할 줄 몰랐다.

이 날은 피치색 장미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피치장미 한송이를 잘라놓고 화이트, 오렌지, 노란색감의 꽃을 모아봤다.




흰색계열 꽃은 다알리아, 프록스, 톱풀
노랑과 피치 주황계열로는 장미(이름표가 있지만 외울수 없이 김), 글라디올러스, 백일홍, 메리골드, 투베로사, 에키네시아

빈곳 이것저것으로 채우느라 핑크색 종이꽃도 잘라서 꽂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말엔 엄청난 기세로 번성중인 에키네시아 무리를 바라보다가
이번에 보라색과 자주색을 모아보자!




보라색으로는 자주꽃방망이, 솔체, 버들마편초, 블루샐비어
핑크&퍼플계열은 에키네시아, 종이꽃, 핑크조팝, 다알리아
초록이파리는 핫립세이지




꽃시장에서 절대 안 사는 색조합이지만
완벽한 여름 한다발이 완성되었다.
마음에 들어서 집에 가져와서 꽃병에 꽂아두고 오래봤다.




또 그 다음 주말 정원에서는 라임라이트 수국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럼 흰색계열 꽃을 모아보자!

라임라이트수국, 톱풀, 란타나, 프록스, 다알리아 모아놓고 연보라색 벌개미취 추가해서 짠!
너무 예뻐서 또 감탄했다. 물처리 해서 집에 가지고 왔는데, 우리집 꽃존에서 찍은 사진은 왜 없지? 이 예쁜 것을 기록으로 안남기다니… 아쉽다.







더위가 한풀 꺾여 서늘해진 지난 주말(이미 9월 중순도 지났으나 더운)의 정원에서는 마지막 여름 꽃이 한창이다.  정원이 온통 노랑노랑 보라보라했다.

노랑노랑했던 꽃들 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멜란포디움, 자하라(미니백일홍), 메리골드

보라보라해서 내 마음에 쏙든 층층꽃, 꼬리풀

보라색 모으고 있으니깐 엄마가 루엘리아, 붓들레아도 꺽어다 주셨다.

그리고 귀여운 흰색 란타나까지 추가해서 완성
올해 마지막 여름 한다발!
2024년 무더웠던 여름 이제 안녕!
내년에 다시 만나자. 선명하고 아름다운 여름 꽃들아!



귀여운 노랑노랑 멜란포디움

테두리가 예쁜 미니백일홍, 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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