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바닷가를 여름이면 수시로 가는데 서울에서 양양고속도로는 너무 편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거의 국도를 이용한다. 가는 길에 인제에서 황태국 먹으러 들르기 때문에
언제나 미시령이나 진부령을 넘어서 간다.
진부령 넘어 고성가던 어느날 발견한 이정표 "라벤더팜"
비바람치는 날 바다에 들어가서 재밌게 노는 사람들이 있다면(=우리 남편과 딸)
이런 날 혼자 꽃 구경하는게 즐거운 사람도 있다(=나)
물론 절대 가족이랑 어딜 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중딩 아들)
나는 바닷가에서 앉아서 남편과 딸을 너무 이상하게 바라봤다.
높은 파도에 안전을 걱정도 하면서 조금 심란하기도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저길 가봐야겠다. 당신들은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려라. 혼자 한바퀴 빨리 돌아보고 오겠다고 하고
혼자만 둘러본 라벤더팜, 입장료가 있는데, 나 혼자 입장해서 너무 만족했다.
어서 나가자고 징징대는 아이없이 나 혼자 신나서 돌아봐서 더욱 좋았다.
들어가서 혼자 탄성을 지르면서 사진찍었다.
흐린 날이라 산의 짙은 초록색과 보라색이 더욱 대비되어 보였다.
사실 라벤더는 사진으로 보거나 멀리서 봤을때가 장관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밭고랑과 검은비닐 덮개들이 보여서 마냥 예쁘지만은 않다.
내가 여기서 환호한 것은 라벤더 보단 수국이였다.
와!! 수국!! 너무 예뻐!!
내 주위에 누가 있었다면, 좀 정신 나간 여자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여름마다 수국화분 들이고 죽이고를 무한 반복했고
겨우 살린 한 수국은 평생을 깻잎으로만 지내다가 갔다.
그리고 수국을 잊고 지냈는데, 다시 수국의 매력에 빠졌다.
집 어딘가엔 수국도안 프랑스 자수 하다가 만것도 있을 것이다.
라벤더 팜 안쪽 구석마다 수국길이 펼쳐진다.
흰 수국, 파란 미니델피늄, 노란 팬지와 비덴스(아닐 수도 있음)
이런 색감에 또 한번 환호성 지름, 아 너무 예뻐!
주위에 커플 사진 찍는 연인들이 매우 많았다. 굴하지 않고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구석구석 빠르게 다 돌아봤다.
아직 만개하기 전의 보라색 수국무리, 이거 보러 또 오고 싶었다.
파란 수국 그 뒤로 핑크조팝, 그 뒤로 멀리 흰 수국
아름답다.
파란 수국길
수국이 메인인가 싶게 나는 수국에 홀려서 나왔다.
수국 보러 공주, 제주도 안가도 되겠다.
이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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