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주일 식사 일기는 꼭 주말에 마무리 해야겠다.
처음엔 토요일 아침에 쓰다가 토요일 오후... 그러다가 일요일 오전...일요일 오후로 미루다가
이젠 월요일 아침에 쓰게 된다. 식사일기는 올해까지는 꼭 쓰는걸로 다짐했으니까. 앞으로 10번쯤만 더 쓰면된다.
미루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월요일>
아침에 5시에 알람이 울렸지만, 알람 연장을 3번쯤 하다가 5시50분쯤 일어나서 스트레칭 인증, 피부는 주말에 이어서 내내 열감이 느껴져서 스트레칭을 조심해서 했다. 아침으로 사과를 반쪽 먹고 출근했다. 사무실에서 오전에 믹스커피를 타 마셨다. 이거 아무도 안 먹는데 나만 먹는 것 같다. 날씨 탓인지 아침에 믹스커피를 타는게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이번주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게 있어서 더욱 회피하고 싶어서 매일 믹스커피를 탄 것 같다.
점심은 고구마, 상추, 오이, 사과를 먹었는데, 오후에 간식타임이 있어서 이삭토스트를 반정도 먹었다.
저녁엔 남편이 닭백숙을 만들고 있어서 거의 8시가 다되어서 먹었다. 맛있게 많이 배부르게 먹었다.
하루중에 저녁을 제일 많이 먹는 것 같다.
<화요일>
어제 저녁 과식의 여파로 아침에 일어났을때 여전히 배가 부른 기분이였다. 한동안 볼주변의 열감 못느끼고 살았는데 일주일째 볼쪽 피부가 가렵고 얼굴에 열감이 심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알람을 또 세번쯤 연장하다가 겨우 6시전에 일어났다. 이번주 내내 이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얼굴 열감때문에 아직도 보일러를 안틀었더니 아침에 이불밖으로 나오는게 싫다. 물론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수요일의 결과 발표때문에 모든 것에 집중이 안된게 가장 큰 이유였다.
출근해서 또 믹스커피를 탔다. 쌀쌀해진 날씨에 딱 좋은데, 타고나서 딱 한두모금만 맛있고 그 다음부터는 너무 달아서
거의 다 버리게 되는데, 이번주 내내 이 행위를 자동반사적으로 했다.(안절부절 집중 못하고)
점심은 늘 먹던 대로 고구마와 채소로 싸갔다. 집에 고구마가 많아서 점심 메뉴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요즘엔 점심은 가볍게 저녁은 배부르게, 주말은 폭식의 패턴으로 생활하는 것 같다. 여튼 이런 점심이 매우 만족스럽다.
간식으로 카스테라를 조금 먹었다. 이번주는 사무실 간식 풍년이라 간식을 연속으로 먹었다.
저녁엔 집에 와서 밥이랑 잡채, 시래기나물, 파김치를 먹었다. 밥그릇에 밥을 풀때 늘 반공기를 담지만
결국엔 다 먹고 반공기를 더 담아 먹음, 처음부터 한공기 담는걸 하면 될텐데,, 늘 저녁은 배부르게 맛있게 먹고 있다.
<수요일>
기대하고 걱정하는 서류전형 발표날! 아침에 알람을 또 3번쯤 연장하고 겨우 일어났다.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스트레칭 겨우하고 출근해서 또 초조해서 믹스커피를 타서 반쯤 먹다가 버렸다.
점심 도시락으로 고구마랑 양배추를 먹었다. 초간단으로 싸간 메뉴였다. 4시쯤 남은 고구마를 더 먹었다.
그리고, 발표가 났고 예상대로 난 탈락했고, 충격과 자괴감을 해소하고자 저녁 메뉴는 족발에 막국수 배달로 결정했다.
이 메뉴는 네달만에 먹어보는 것 같다. 온 식구가 맛있게 먹었고, 먹어도 내 자존감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일단 먹는 그 순간엔 행복했다.
<목요일>
눈뜨기 싫은 아침이였다. 또 알람을 세번쯤 연장했다가 겨우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운동인증을 했다. 어제 많이 먹고 났는데도 속이 별로 안 불편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피부과를 가야하니까 너무 배고플까봐 사무실에서 푸룬을 5개쯤 먹었다. 그런데 급 점심약속이 생겼다. 내가 뛰쳐나온 B회사에 여전히 다니는 S언니가 점심 위문을 오겠다고 해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평소엔 뭘 먹을까? 식사메뉴가 너무 중요하지만, 친구들을 만날때 뭘 먹든 중요하지가 않다. 만나서 대화하는게 젤 중요하니까. 그래서 점심장소는 스타벅스, 메뉴는 샐러드에 허니블랙자몽티로 정했다. 짧은 시간동안 알차게 수다떨며 S언니가 내 자존감 가득 채워줬다.
저녁엔 일이 있어서 퇴근 못하고 사무실에서 배달음식을 시켰고, 내 메뉴는 볶음밥이였다. 이거 먹고 소화안돼서 저녁시간 내내 고생을 했다. 배달음식 중에서 특히 중식은 나랑 너무 안 맞는 것 같다.
<금요일>
아침엔 나름 벌떡 일어났다. 이제 됐다. 이젠 다시 제대로 살자 싶었다.
그러나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또 커피믹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탔다. 타서는 반잔쯤 마시고, 버렸다.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아침마다 종이컵 낭비, 물낭비했다.
점심으로 고구마와 양배추를 먹었다. 오후에 조퇴하고 돌봄교실에 딸을 데리러 가야해서 점심은 적당히
조금 먹었다. 먹으면서 집에 가서 라면 끓여먹을까? 잠깐 생각했다.
딸을 찾아서는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이런게 있는 줄도 몰랐을 딸에게 하굣길에 떡볶이 사먹는 걸 알려줬다.
사실은 내가 먹고 싶어서 사줬다.
저녁에는 두부조림을 한가지 만들고 있던 파김치랑 김이랑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치킨너겟 추가.
<토요일>
아침에 스트레칭하고 둘레길을 갈까하다가 내키지 않아서 그냥 있었다. 사과를 한개 먹고, 미용실에 다녀왔더니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는데, 식구들이 라면을 먹고 있어서 나도 라면을 조금 먹으면서 김치랑 밥을 먹었다.
여전히 감정적 허기가 남아있어서 남편과 딸을 졸라 카페가서 라떼와 케잌을 조금 먹고 왔다. 이제 테라스 있는 카페가 너무 추워서 실내에서 앉아있었는데, 코로나방역1단계라지만, 붐비는 카페에서 음료마시기가 걱정되어서 10분만에 먹고 나온 것 같다. 이로서 앞으로 카페나들이는 끝이다.
저녁으로 고구마와 양배추피클을 먹었다. 주말에도 고구마를 먹는 이유는 다른 반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일 점심에 고구마를 먹었더니 이게 너무 익숙해져서 주말에도 고구마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긴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몸무게 기록하고,
스트레칭, 아침밥 차려서 가족들 먹이고, 오랜만에 피아논 연습 잠깐하다가. 앞으로 매일 10분이라도 연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거 안해도 되는데, 왜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생각해보다가. 아 이걸 내가 하고 싶은거지! 하는 마음속 대화를 여러차레 했다.
점심으로는 고구마에 버터를 발라서 양배추피클과 먹다가. 또 식구들 떡볶이 해주면서, 떡볶이도 같이 먹었다.
저녁엔 샤브샤브해 먹자고 해서 마트에 장보러 갔다. 오랜만에 마트가서 가공식품을 엄청 사서 돌아왔다. 직접 매장가면
이렇게 된다. 먹지도 않던 냉동만두, 시식하다가 미안해서 담고, 냉동피자 시식하다가 또 담고. 냉장고가 가득찼다.
저녁에 채소를 엄청 많이 넣어서 샤브샤브를 먹었고, 물론 소고기도 곁들여서 조금 먹었다. 정말 배부르게 먹고 또 과자먹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예감'을 마트에서 쓸어담아 왔기때문에, 앞으로 저녁마다 먹을 것 같은...예감이 든다.
먹는다는 것과 내 감정의 연결을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먹는걸 좋아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먹는 것으로 채울 수 없는
현실문제를 자꾸만 회피하려 든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단위로 식사일기를 쓰면서 내가 피하고 싶은 문제들을 자세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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