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휴일이 또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휴일이라는 설레는 기분 탓에, 넘치는 명절음식에 실컷 먹으면서 휴식했던 지난 주 식단 일기를 월요일 아침에 쓴다.
카테고리가 채식습관인데, 고기를 매끼마다 먹은 것 같다.
명절을 맞이하여 평소보다 더 많이 소비되었을
소들에게 추모제라도 지내야 할 것 같았다.
<일요일>
점심으로 떡볶이, 냉동실에 인스턴트로 사놓은 게 있어서, 온 식구 점심으로 먹었다. 마켓컬리에서 배송금액 맞추면서 샀던 스쿨푸드떡볶이였는데, 가족들은 다 맛있다고 했지만, 내 입맛엔 석관동떡볶이가 더 맛있다.
저녁으로는 밥이랑 깻잎장아찌, 겉절이김치, 김, 양배추샐러드랑 먹었다.
<월요일>
출장이라서 점심 저녁 외식했다. 점심메뉴는 타인 취향 반영하여 떡볶이와 치킨을 파는 체인점으로 정해졌다.
예전에 늘 치킨을 먹으면서 떡볶이가 생각났는데, 몇년전부터 떡볶이와 치킨을 같이 파는 식당이 늘어났다. 떡볶이와 치킨의 조합을 생각해낸 대한민국 사람들 정말 최고! 어제도 먹은 떡볶이라, 게다가 밀떡이라서, 그리고 최근에 거의 안 먹었던 치킨이라서 속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꽤 먹었다. 먹으면서 샐러드생각이 간절했다.
회의 끝나고 너무 배가 고파서 저녁까지 사먹게 되었다. 저녁메뉴는 제일 만만한 나물비빔밥을 먹었다. 밥을 반공기만 먹었는데도 집에 오면서 속이 더부룩해서 혼났다.
<화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속 속이 불편했다.
점심 도시락으로 명란을 넣고 주먹밥을 싸서 양배추 피클과 먹었다.
저녁에 집에 와보니 남편이 카레를 한솥 만들어 놨다. 그래서 저녁엔 닭가슴살이 들어간 카레를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내일부터 긴 휴일이라서 마음이 풀어지고 있었다.
이번 연휴엔 양가에서 챙겨주시는 거 그냥 배불리 많이 먹겠다는 다짐도 했다.
<수요일>
시댁 간날, 이번엔 전날에 미리 가서 점심만 먹고 왔다.
점심으로 밥이랑 나물, LA갈비를 먹었다.
우리 시누님들은 자기 엄마 음식 맛있다고 엄청 잘 드시고, 난 내 엄마집에 갔을때나 맛있게 먹는다.
자기에게 익숙한맛= 엄마의 밥상인것 같다.(그러나 우리남편은 장모님 음식이 더 맛있다고 이젠 말한다. 입맛 개종함)
저녁에는 밥이랑 어머님이 싸주신 나물, 잡채, LA갈비랑 먹었다. 추석전날 엄마네 집에 가면 맛있는 전이 널렸겠지만,
올해 올케 맞이하고 첫 명절이라서 올케가 고생하면서 만들었을(?) 음식 먹으러 친정에 가자니 매우 마음이 불편하여
참았다.
<목요일>
아침에 조금 늦잠잤고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혼자 둘레길 걷고 왔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였는데, 사람이 거의 없어서 무서울 정도였다.
간간히 할아버지들은 뵀는데, 아주머니나 할머니는 거의 못봤다.
다들 차례준비하시나? 싶었다.
엄마네 집으로 가서 점심 저녁을 먹었다. 우리 엄마는 우리식구가 시댁 안간거 아시고 아침부터 제사지내러 오라고 성화셨다. 나(며느리)는 아직 시댁에 있는데, 시누들은 아침부터 몰려온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한거 아닌가? 싶어서 엄마를 또 가르쳐(?)드렸다. 여튼 미루다가 점심때에 엄마네 집으로 가서 대 폭식을 했다. 점심으로 토란국, 소갈비찜, 각종전, 송편, 식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전을 할 수 있나 싶게 올해 정점을 찍은 전의 가짓수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 일단 맛있으니까 음식이 넘쳐나니까 먹었지만, 먹으면서도 괴로웠다. 엄마한테 음식 좀 적당히 하시라고 잔소리를 엄청했지만, 해 놓으면 다 먹잖아! 한마디에 또 깨갱. 해 놓으면 당연히 먹지요. 아까우니까.
간식으로 또 엄청나게 다양한 과일을 먹었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저녁에도 점심과 같은 메뉴로 또 많이 먹었고, 저녁 먹고나서 너무너무 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돼서 동네 산책까지하고 집에 왔다. 집에 올 때 또 많은 전과 과일과, 고기를 싸왔다.
<금요일>
남편이랑 둘레길 가려고 했는데, 딸이 따라와서 힘들다고 중간에 집으로 가버렸다.
혼자 한시간 걷고 왔다.
가족들 아침을 차려주고 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티비에서 케익먹는 장면이 나와서 케잌 먹으러 카페 가고 싶다고 했더니, 딸이 자기도 가고 싶다고 당장 가자고, 자기는 카페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며, 점심에 나가서 먹자고 했다.
브런치 집을 검색하다가 정원있는 곳을 발견하고 출발했는데, 주차가 안돼서 근처 아무데나 들어갔더니, 커피랑 빵몇가지만 파는 곳이였다. 케잌 없이 커피랑 스콘, 파이 종류를 사서 같이 먹었다. 높은 층 테라스 자리라서 매우 좋았다.
딸이랑 까페 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걸 발견해서 너무 좋았다.(아들은 안간다고 고집부리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감)
카페에서 점심으로 빵을 조금 먹고, 주변 산책하다가 집에 와서 3시쯤 전을 데워서 많이 먹었다.
저녁으로는 나물 처리용으로 비빔밥을 해서 또 많이 잘 먹었다.
<토요일>
인라인 타러 나간 아들이 딱지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딸이랑 딱지 갖다 줬는데, 딸도 인라인 타겠다고 해서 다시 집에 와서 인라인을 챙기고 점심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송편이랑 전을 싸서 나갔다. 아이들은 아침을 늦게 먹어서 별로 안 먹었고 내가 거의 다 먹었다. 동네 사람들이 다 여행을 간건가. 아님 집에서 방역수치 준수 중인건가?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서 인라인 연습하기 너무 좋았다.
저녁으로 딸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스파게티를 했는데, 그동안 궁금했던 두부면을 사서 해봤다.
어른들은 바질페스토 소스, 아이들은 로제소스로 만들어줬는데, 딸은 맛 없다고 했고, 늦게 돌아와서 혼자 먹은 아들은
진짜 맛있다고 했다.(배고파서 돌도 씹어 먹을 시간이라서) 나는... 나도 별로였다. 나는 일단 저녁엔 탄수화물을 어느정도 먹어야지 심신의 안정이 생기는 것 같다. 탄수화물 결핍(?)으로 두부면바질페스토파스타와 샐러드를 엄청나게 먹고서 바로 이어서 콘아이스크림과 허니버터칩을 먹는 사태가 생겼다.
<일요일>
토요일에 요일 개념이 사라져서 몸무게 기록을 잊었다.
일요일 아침에 기록했다. 역시나 지난 주보다 600g 증량. 고기 한근이 몸에 붙은 기분이다.
특히 그 모든게 배에 달라붙은 것 같다. 숫자로 느껴지는 것 이상으로 몸이 너무 무거워서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겠나 다 내가 먹은 결과인 것을
심지어 한동안 없었던 역류성 식도염증상까지 나타났다. 쉴틈 없이 먹어댄 결과인듯
점심엔 먹을 것을 싸서 둘레길에 갔고, 사람들 없는 곳에서 피크닉을 했다.
아들을 컵라면으로 꼬셨으나 역시나 아들은 친구들과 딱지치기하러 나갔다.
아들이 없는 외식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원섭섭하다.
집에 넘쳐나는 나물들을 넣고 김밥을 싸고, 전을 담고, 상추를 씻어 드레싱을 뿌리고
김치도 챙기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까지 한짐 챙겨서 세식구만 둘레길에 갔다.
먹고나서 셋이서 한발로 서기 게임도 하고
(딸래미는 자꾸 게임 진행을 하려고 함, 여자들이 어릴적에 선생님 놀이를 많이 하는 건 왜 일까?
애가 하나라면, 그것도 딸 하나라면 키우기 진짜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물론 아들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내가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겠지만,
우리 엄마 말씀으로 "애 키우는 거 딱 10년이야! 10년만 고생하면 돼!" 이 말이 진짜라는게 실감난다.
사진 속 딸래미도 곧 친구가 더 좋아질 나이가 되겠지.
5일이나 쉬는 동안 정말 너무 좋았다. 맘껏 퍼져서 밀린 드라마 몰아봤고, 전은 한장도 안 부쳤고!!
명절같지 않은 이런 조용한 명절 정말 너무 좋았다.
코로나덕분(?)이지만, 직장인에게 이런 연휴가 또 언제 있을까.
일년에 딱2번인데 그걸 못참으면 왜 결혼을 했냐고?들 말하지만,
일년에 딱2번 그 황금같은 휴일을 왜 꼭 힘들게 음식하고 고문처럼 먹고. 싸서 쟁이고 그러다가 또 버리고.
물론 나도 많이 먹기에 한 몫을 했고, 내가 잘 먹는다는 이유로 우리 엄마는 내년 설에 또 더 많이 만드시겠지.
일단 내년 설까진 다시 적당한 식단관리로 유지해 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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