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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채식 습관

식사일기로 이번주 돌아보기

이제 일요일부터 빠짐없이 식사일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번 주 놀랍게도 고기를 많이 먹었다. 채식 습관이 무색하게 7일 중 4일을 먹었다.

불과 올봄까지만 해도 거의 매 끼니마다 먹은 거에 비하면 이번 주에 먹은 것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환경과 나의 건강을 생각해서 고기를 먹는 것에 더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입맛, 정서적 허기에 늘 지고 말았다. 이번 주엔 졌다가 보다, 계획적(?)으로 먹었기 때문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도전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크게 죄책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일요일> 
아침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남긴 걸 버리려다가 아까워서 내가 먹었다. 밥이랑 순두부찌개를 먹고 빵도 조금 먹었다. 점심엔 밥이랑 어머님께서 주신 밑반찬으로 먹었다. 전날 남편이랑 딸이 시댁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오이지무침, 깻잎장아찌, 고추장아찌 무침, 내가 매우 좋아하는 짠 한식 반찬들이다.

낮에 딸이랑 둘이서 둘레길 산책을 잠깐 했고, 저녁엔 딸이 주문한 감자볶음을 만들어서, 밑반찬이랑 밥을 먹었다.

<월요일>
아침은 안 먹었고,
점심으로 고구마랑 파프리카를 먹었다. 도시락 싸기 귀찮아져서 최대한 간단하게 챙겨 와서 먹었는데, 역시 고구마는 많이 못 먹겠다. 한 개만 먹고 한 개는 5시에 먹었다.



 

 

월요일 점심도시락

 

 

 


저녁에는 남편이 만들어 놓은 달걀 볶음밥이 너무 많아서 그냥 먹었다. 김치찌개, 양배추피클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한동안 달걀도 거의 안 먹다가 최근엔 가끔 피할 수 없을 때(?) 먹고 있다.

 

<화요일>
아침은 단식, 점심으로는 어제 남은 달걀 볶음밥을 재활용해서 김밥을 쌌다. 냉동실에 나 말고 아무도 안 먹는 명란을 추가해서 다시 볶아 부추를 길고 넣고 김밥을 쌌다. 쓰고 남은 부추는 다 김밥에 올려 담아갔다.  


 

 

화요일 도시락, 날치알달걀부추 김밥과 오이피클

 

 

부추 먹으면서 입 주위를 자극하는 바람에 얼굴이 꽤 따가웠다. 아침에 아이들은 마늘빵 구워준다고, 아침부터 다진 마늘 만져서 얼굴이 따가운가 했는데, 점심때 보니 부추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부추 썰고 마늘 만졌더니 그게 내 피부를 엄청 자극이 되었다. 점심 먹고 나서도 입 주위 따가움은 지속되었다. 이런 불편감은 날 괜히 더 짜증 나게 만들어서, 막 아 몰라 될 대로 돼라! 하는 반발심이 몰려오는데, 그 결과로 저녁 메뉴가 삼겹살이 되었다. 물론 아이들이 삼겹살과 구운 김치 먹는 걸 너무 좋아한 다는 표면적인 핑계가 있었지만, 결국 내가 먹고 싶어서 결정한 메뉴였음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삼겹살을 한근만 사서 4 식구가 먹었으니, 사실 나는 거의 안 먹었다(?)싶게 다른 밑반찬과 먹었긴 했다. 모든 고기를 끊는다고 할 때 내가 젤 마지막까지 포기 못할 종류는 아마도 돼지가 될 것 같아.

 

 

<수요일>
아침은 안 먹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예전에 살까 말까 했던 김밥 틀을 샀고 그게 마침 전날 도착해서

김밥 틀 이용해서 명란 깻잎 김밥을 쌌다. 김밥 틀 덕분에 네모 각지게 잘 싸졌는데, 썰었더니 가장자리는 둥그레졌다. 그래도 사각용기에 담을 땐 공간 효율이 매우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네모 김밥을 자주 쌀 것 같다. 맛도 물론 최고.
점심에 밥을 먹으면 고구마 먹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수요일 도시락 명란깻잎김밥과 상추

 

 

 

저녁 메뉴는...... 닭백숙이었다.

얼마 전에 기능의학 관련 책을 보는데, 거기에 항생제를 먹으면 장내 유익균도 다 죽으니까.

항생제 먹을 때 이런 음식을 같이 먹으면 좋아요. 하고 소개된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닭뼈 육수가 있었다. 요즘 피부과 약 먹으면서 찜찜하던 차에 안 먹던 유산균까지 챙겨 먹고는 있으나

내 장이 걱정되어서, 매번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남편에게 닭백숙을 주문했다.

그래서 먹게 된 닭백숙. 평소 저녁을 7시에 먹었는데, 이 날은 닭백숙 완성 시간이 8시였다.

배고프다고 화내기 좋은 기다림의 시간이었지만, 역시 절대로 화가 나지 않았다.

 

남편은 일 년에 한 번은(주로 여름철에)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던 전기압력밥솥을 꺼내서 닭백숙을 만들었지만,

마지막(아마도 작년)에 닭 손질하다가 너무 힘들어서(비위가 약함) 다시는 안 한다고 선언을 했었다.

이번에 여름도 다 지났는데, 내가 해달라고 슬쩍 말했더니 바로 다음날 저녁 만찬으로 준비해줬다.

나는 주로 닭죽과 가슴살을 먹었다.

나도 물론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아이들도 극찬을 하면서 맛있게 먹어서, 앞으로도 남편은 이 메뉴를 자주 할 것 같다.

늘 4 식구가 같이 저녁을 먹지만, 이 날은 닭백숙 하나로 온전히 하나 된 가족애를 느꼈던 날이었고 기억에 남을 매우 행복한 순간이었다. (전기밥솥을 씻어서 다시 제자리 찾아 넣기 등의 귀찮은 일이 나에게 남겨져 있었음에도)

 

 

 

남편의 요리 닭백숙

 

 

<목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피부가 매우 편하다고 느껴졌다. 아무것도 안 먹으면(입에 자극이 없도록) 계속 이 편한 상태가 유지되겠구나. 잠시 생각해봤다. 재택근무라서 오전에 아이들만 밥을 줬고, 점심엔 어제 남은 닭죽과 브로콜리를 먹었다. 브로콜리 데쳐서 남아놨는데, 초록 색감이랑 보라색이 예쁘게 잘 어울렸다. 나중에 사진을 봤는데, 냄비 뚜껑에 비친 사진 찍는 나도 보라색 옷을 입고 있어서 웃겼다.(보라색 내 취향)

 

 

 

 

저녁으로는 밥이랑 두부김치, 밑반찬(어머님 주신), 잡채(마트 반찬코너)랑 맛있게 먹었다. 저녁 먹고 내일 당일치기 캠핑을 위해 장 보러 가서 고기 3근, 술, 과자 등을 사서 왔다. 짐 정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다음날 숙제를 미리 좀 해놓으라고 잔소리하다가 혼자 폭발해서 저녁에 책 읽어주기도 안 하고 혼자 일찍 자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못돼 처먹은 인간 인 걸까. 자책했다. 아마도 재택근무로 하루 종일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이겠지만, 좀 더 너그럽고 자상한 엄마이고 싶다.

 

<금요일>

휴가를 내서 사람들 없는 곳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우리 가족 주변 100미터 이내에 아무도 없었던, 취사도 가능했던 정말 너무 좋았던 장소.

 

여동생네랑 친정엄마까지 같이 가서 고기 구워 먹기로 했고, 내가 고기 담당이었는데

어제 고기 사두고, 깜빡 잊고 고기를 안 들고 왔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실수를 한 나를 원망하느라 하루 종일 기분 다 망쳤을 테지만

그냥 크게 웃고 다 잊어버렸다. 

 

엄마가 김밥을 엄청 많이 싸오셨고, 라면도 있고 간식은 많았으니,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다.

동생이 혹시나 해서 가져왔다는 고기가 조금 있어서, 다들 맛은 조금씩 볼 수 있었다.

점심으로 김밥, 그 사이 간식으로 믹스커피, 맥주도 조금, 과자(허니버터 칩)를 먹었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집에 왔다. 코로나 잠시 잊을 수 있었던 매우 행복했던 가을 소풍이었다.

 

 

 

 

 

 

 

 

가을소풍과 믹스커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몸무게를 기록했다. 이번 주 내내 너무 많은 것을 섞어 먹어서 당연히 몸무게가 늘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주와 거의 비슷했다. 중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었었나 싶다.

어제 라면 영향인지 아침에 피부는 붉그죽죽했다.

전날 먹은 게 소화가 안되어, 6시부터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혼자 둘레길 산책을 갔다.

아무리 늦게 자도 주말에 6시에 눈이 떠지다니, 나이가 든 게 확실하다 싶으면서 조금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일찍 일어나서 조용히 혼자 스트레칭을 하고 숲을 걷는 기분이 정말 좋아서, 나이 먹는 것에도 억울함이 줄어든다.

 

 

 

 

 

 

 

 



전날 소풍에 못 가져간 많은 고기를 소진하러, 점심에 고기 들고 엄마네 집으로 갔다.

남편과 아들은 남편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서 갔고, 딸이랑 엄마네 집에서 일박할 생각으로 짐 챙겨서 갔다.

점심으로 여동생네 식구들에 남동생까지 합류하여 같이 삼겹살 굽고, 청하도 한잔하고 또 맘껏 풀어져서 과자도 먹었다.

 

저녁으로 간단히 단호박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곱창구이 배달까지 해서 먹었다.

곱창은 우리 친정식구들이 정말 좋아하는 메뉴인데, 우리 남편이 싫어하는 거라 친정식구들만 만날 때만 서로 공감하면서 먹던 음식이다.

남편이랑 집에서 먹을 때는, 이게 정말 맛있냐? 하는 말과 묘한 구박과 비난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면, 친정식구들과는 메뉴 고민할 때마다 마치 텔레파시 통하 듯 의견 일치를 보고 즐겁고 행복하게 먹게 된다.

그러나 이제 난 고기반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고, 남편과 살면서 내장에 대한 혐오감이 내 무의식에도 생겨났는지, 예전만큼 잘 못 먹게 되었다. 심지어 이젠 턱이 아플 지경이라 이 날 이후로 곱창은 확실히 끊게 될 음식이 되었다.

 

<일요일>

전날 엄마네서 자려고 했으나, 딸이 집에 가자고 해서 저녁에 늦게 우리 집으로 와서 딸이랑 둘이서만 잤다.

딸이랑 둘이서만 집에서 있는 게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아침으로 딸만 챙겨주고 나는 어제 먹은 음식들이

아직도 뱃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기분이라 낮 1시까지도 배가 안고파서 안 먹고 있다. 조금 있다가 

밥에 나물반찬이랑 먹을 예정, 저녁은 김밥 틀로 김밥 싸 먹을 예정이지만, 딸이 주문하는 메뉴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다 쓰고 보니,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한 이번 주도 실제로는 내가 고기를 별로 안 먹었다는 걸 알았다.

채식하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식습관 기록이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물론 지금 내가 완벽한 채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고기반찬 먹는 횟수가 줄었다.

일주일 단위로 내가 먹는 음식들과  그때의 기분을 자세히 기록해 보면서

나는 음식 먹는 것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먹는 행위와 내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깨달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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