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첫째 아들은 윗집에 사는 친구와 아침부터 놀다가. 점심먹고 또 놀고
둘째는 나랑 티비보다가 오후에 같이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 갔더니 첫째아이가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4학년 1명, 3학년 3명(우리 아들, 윗집 아이, 앞동 아이), 1학년 1명(앞동 아이의 동생) 이렇게 신나게 술래잡기를 했고
우리 둘째도 같이 껴서 하게 됐다.
어쩔수 없이 7살 우리 딸과 1학년짜리 남자아이만 번갈아 가며 술래는 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지켜보는 어른은 나뿐이였는데,
그 앞동 형제는 내가 예전부터 유심히 보아왔었다.
2학년때 같은 반이기도 했는데 유난히 잘 울고 엄마에게 이르고 반면에 말은 엄청 되바라지고
또 한편으로는 엄청 애기 같고, 착한데 어수룩하고 그런 아이였는데
자꾸 우리 아이들(우리아들과 윗집애)이 걔를 울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되어서 중간에 개입도 많이 했었다.
또 한번은 놀이터에서 어른은 나만 있었는데
오늘과 똑같이 우리아들이 윗집애랑 노는데 그 앞동 아이가 와서 셋이서 같이 노는 상황이였다.
중간에 앞동 아이의 아빠가 나타나더니 우리 윗집 아이를 혼내는 거였다.
전혀 문제 상황이 아니였고, 남자아이들끼리 그냥 놀고 있었는데,
"너 왜 00한테 그래? 너 저번에도 그랬지? 너 내가 1학년때부터 지켜보고 있어"
"너 내가 쭉 지켜볼거야." "너 00한테 한번만 더 그래봐"
하면서 강압적인 말을 했고, 그걸 지켜보던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우리아들에게 뭐라한것도 아니여서
개입하지 못하고 혼자 분노만 하고 있었다. 사실은 덩치가 큰 그 아빠가 무섭기도 했다.
이 얘기를 윗집 엄마에게 전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충격받은 나와는 달리
윗집 아이가 너무 명랑해서, 나 혼자 분개하고 지나쳤다.
또 한번은 아들에게 전해들었는데,
자기와 윗집애가 학교 가는길인데, 그 집 엄마가 자기들에게
"너네 00이 놀리지말고 좀 잘 놀아줘" 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다. 왜 그 엄마는 자기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며 억울해 했다.
그 얘기를 전해들었을때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남의 집 아이를 훈계하는 건 정말 불쾌했다.
여튼 그래서 오늘도 그집 형제와 놀게되는 상황이라 나도 쭉 지켜봤다.
혹시나 우리 애들이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내가 증인이 되야하니까
아이들 노는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아이들은 술래잡기 놀이에 열중했고. 술래는 주로 8살 남자아이나 우리딸 7살이 하게됐다.
아이들이 잘 놀길래 나는 저녁준비하러 혼자 들어왔다.
약 한시간 후에 애들이 집에 들어왔는데
나를 보자마자 아들이 정말 억울하다면서
"술래잡기 하다보면 옷 잡아당기고 서로 못잡게 막을 수 도 있는거 아니야?" 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앞동 아이가 술래가 되니까 갑자기 사라지더니, 아빠를 데려왔고
그 아빠라는 사람은 우리아이와 윗집 아이에게
"망할자식들 한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둔다" 주먹을 쳐들었고(때린 것은 아님, 주먹을 쥐고 머리 위로 치켜듬)
우리 애들은 놀래서 울었고, 그걸 지켜본 그 앞동아이는 "아 속 시원하다" 라고 말 했다고 한다.
우리 아들은 너무 분해서 자기도 똑같이 해주고 싶다면서
아빠 불러서 똑같이 걔 혼내서 울려야 자기도 속이 시원 할 거라며 울먹거렸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나도 너무 충격적이고 화가나서
그집 엄마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처음에 주로 한 말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저 00엄마인데요. 오늘 저희 애들이 놀이터에서 같이 술래잡기를 했는데, 중간에 00아빠가 나오셔서 저희애들에게 망할 자식들이라고 욕하셨고 주먹까지 치켜드셨다고 하는데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전화드렸어요" "어른도 없는 상황에서 남의 집 아이에게 그렇게 하실 수 있나요?"
"이번이 처음도 아니에요. 작년 여름에 놀이터에서도 그런적 있었는데, 이번엔 참을 수가 없네요"
그 집 엄마는 매우 교양있고 차분한 말투로
"그랬다면 정말 제가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00아빠도 정말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맨날 저희 아이가 따돌림 당해서 집에 와서 울면서 죽고 싶다고 해요"
"지난번에 뵀을때 제가 조심스레 말씀 드리긴 했는데 저희애가 좀 예민하고 아직 어려서요"
그래서 내가 또 이랬다.
"아니 얘네들이 서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놀이터에서 가끔 볼까 말까한 사이인데 누가 누구를 따돌려요?"
"애들 노는거 제가 다 지켜봤어요. 오늘 술래는 그집 8살 둘째랑 우리집 7살 둘째가 다 했어요"
"잡기 놀이하면 서로 진로방해도 되고 옷도 잡고 할수 있죠. 애들 노는거 직접 못보셨어요?"
"사사건건 부모가 나와서 애 편들어주면 무서워서 그집 애랑 놀겠어요?"
"앞으로 우리 애들 보면 그냥 투명인간 취급하라고 해요."
그랬니 그집 엄마가 이랬다.(이때부터 울먹울먹... 차분, 울컥, 차분, 울먹, 울다가..차분 단호)
"저도 정말 너무 힘들어요. 제가 아이 예민한 문제로 지금 3년동안 심리치료 받는 거 아세요?"
"저희 애가 몇년동안 상처 받은건 생각이나 해보셨나요?"
"00어머님 화나신거 이해되고 정말 죄송하지만 저도 힘들다구요."
"저희 아빠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여튼 이런 식으로 30분 통화하고 마지막에는 내가 힘드셨겠다며 위로해주고
앞으로 우리 아들 때문에 불편한 상황 생기면 주저말고 나에게 전화를 해서 말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보호자 없는 상황에서 애들을 일방적으로 겁준거에 대해서 사과는 받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집 부모들의 양육방식이 불편하고 답답하다.
우리 아이가 그집 아이랑 윗집아이랑 셋이서 무슨 단짝 친구사이라서 한명을 따돌리거나 놀린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그집 아이랑은 놀이터에서 가끔 보는게 전부이고 우리 아들이 그집 아이 언급을 한적도 없고
따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이도 절대절대 아닌데,,,,,,,, 오늘도 애들이 놀고 있는거 보고 그집 애들이 나와서
같이 술래잡기 한 상황이였는데,, 자기 애는 무조건 피해자이고, 같이 데리고 놀아준 우리 애들은 친구 따돌리는 가해자로 보는 그 엄마의 관점이 너무 화가 난다. 자기 아이의 단점은 못 보는 것도 정말 답답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자기 힘든거 물어본것도 아닌데, 내가 화를 내니 울면서 본인 심리상담 받는다며 고백을 했다.
이 패턴 딱 수동공격인데 본인은 모르겠지, 자기가 약자처럼 행동한다는 거.
이제보니 그게 딱 그 집 아들모습이였다.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조금만 불리하면 바로 울고 아빠 불러서 친구를 혼나게 만들고.
그런게 너무 딱 보였다. 아, 걔 엄마 닮은거구나!
나도 나 스스로가 선한 의도를 가진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걸로 똘똘뭉친 사람을 오늘 대하고 보니, 나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아직도 "아 이말을 했어야 했는데, 아 그땐 이렇게 말할걸" 하면서 당분간 분한 생각으로 자다말고 이불 킥 하겠지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잘 알겠다.
자식은 정말 부모를 닮는구나.
예민한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 불안해 하면서 평생 예민하게 살고.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약한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은 똑같이 약자 행세로 동정심 유발하며 살고.
긍정적인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 그대로 본받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아이가 살아갈 것이니, 현재를 감사와 행복으로 채워야겠다.
그 집 엄마와 통화하는 내 모습을 지켜본 우리 아들 딸은.
묘한 승리감을 느끼면서 편히 꿈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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