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우리집 둘째이자 막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00
요즘, 정말 김00를 상대하는게 너무 버겁고 화난다.
아빠가 딸래미를 엄청나게 위하고 키워서 그런가 워낙 애기때부터 버릇이 없었다.
그걸 내가 무의식중에 질투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아빠를 가져본적이 없는데, 00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넘치도록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물론 나도 00를 정말 예뻐한다. 00는 정말 예뻐하기 때문에 나는 화가 날때 버럭 화를 내고도 금새 좋은 엄마로 돌아올수도 있다. 맘껏 감정을 표현하고 잘 수습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특히 올해는 내가 복직을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딸아이의 도를 넘는 떼로 내가 버럭하는 수위가 높아진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어서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숙제를 하거나 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게 하고 싶다.
이게 하루를 보람차게 마무리 하고 싶은 내 욕구이다.
어쩌면 강박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어서 애들을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욕심일 것이다.
그런데, 늘 계획대로 되는 날이 드물다.
매일 밤마다 저녁식사를 하고 씻는 문제로 딸에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
"00야 그것만 하고 바로 이빨닦기다? 응 엄마랑 약속?"
"00야 그것만 먹고 바로 이빨 닦을거지?"
이렇게 5번쯤 말하고 나면, 화가 올라온다. 스스로 감정이 격해질까봐 인내심을 발휘하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내가 잔소리를 하면 할 수록 00는 청개구리 같은 반응으로 일관한다.
그러다가 내가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울고 난리가 난다.
매일 반복되는 이 패턴에 나도 지치고 아빠도 지쳐서 정말 바꿔보고 싶은데
아이들 취침시간은 10시이고 10시가 넘으면 어서 재워야하는데 싶은 마음에 더 조급하고 불안해진다.
오늘은 저녁식사 후 후식으로 복숭아를 잘라 접시에 담아놨는데, 그걸 오빠가 다 먹었다면서, 소리를 지르고
발을 쿵쿵 굴러 남편과 나를 정말 화 나게 했다(우리는 매우 체면을 차리는 부부로 층간소음 유발자가 되는걸 혐오함)
복숭아 더 달라고 말하면 된다고 좋게 말했는데도 계속 발을 굴러 남편과 나도 자제력을 잃고 크게 소리를 질렀고,
중간에 껴서 첫째 아들도 괜히 혼이 났다. 남편과 내가 둘째를 야단치면 첫째만 혼란스럽고 불안해 하고 둘째는 장난스럽게 넘어가려고 웃어버린다. 그 모습에 우리 부부는 정말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지금 이대로는 우리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것 같다.
육아서에서는 아이에게 무엇가를 가르치려면 아이가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즐겁게 알려주라고 하지만,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행동을 할때마다 울고 싶은 심정이다.
이 고된 육아의 끝엔 뭐가 있을까. 지지고 볶고 어느 순간 훌쩍 커서는 부모를 떠나겠지.
그러면 그때서야 늙은 부부 둘이서 이 시절 그리워하겠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도 우리 엄마에게 그렇게 하고 컸고, 또 훌쩍 떠나와서 이렇게 살고 있으면서도
내 자식이 나와 같다는걸 점점 알게되는 그 순간마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물론 육아라는게 즐거운 순간과 힘든 순간이 공존하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조금은 더 많다는 걸 잘 알지만
힘든 순간엔 좋았던 감정이 바로 안 떠오르고 늘 이런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절망감만 든다.
오늘의 감정을 쏟아 내기 위해 노트북를 열고 아이들의 애기시절 동영상을 보았다.
첫째 5살 둘째 2살 무렵의 영상들을 봤다.
애기애기한 내 아들 딸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귀여웠지, 동영상 속에는 다 예쁜 아기로만 남아있다.
분명 난 그때도 힘들었을텐데, 힘들었던게 별로 기억이 안난다. 분명 오늘의 절망감도 흐려지겠지. 믿어본다.
자기전에 아이들 자는 방으로 가서 사랑하는 아이들의 냄새를 맡고 내 기분을 달래기로 하자.
오늘 절망감을 느끼고 울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이 아이들이 내 옆에 있다는게, 우리가 오늘도 같이 한 집에서 잠잘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다.
아이들은 나에게 진정한 보물이고 축복이다.
난 학습받은 모성을 좀 버리고, 내 불안이나 잠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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