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것이다.
자기 물건 잘 챙기기! 나에겐 너무 쉬운 이 규칙이 우리 아들에겐 익히기 어려운 습관인가 보다.
1학년 때부터 가방에 연필이 굴러다녀서 연필은 연필집 필통에 꼭 넣어주라고 했는데도 도저히
내 말을 마음에 새기질 않는다. 지금도 아들의 가방엔 필통과 연필이 별개로 굴러다니고 있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하나 길러주려면 일관성 있고 친절하게 끈기를 가지고 반복해야 하지만
번번이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약속을 안 지켜주는 아들이 정말 밉다.
오늘은 방학숙제를 챙기느라 일기장을 찾았으나 집 안 어디에도 일기장은 없었다.
일기장을 학교에 두고 온 것이다. 3학년이 되었으면서도 젤 중요한 방학 숙제인 일기쓰기를 생각도 않고
당당히 집에 온 아들에게 너무 실망했다.
일기장을 찾느라 나도 점점 화가 났고 목소리는 커졌다.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자기 물건도 못 챙기고 찾을 수도 없는 거라고 말하고
그 벌로 포켓몬 카드를 몽땅 버리기로 했다. 서랍장 한가득 담긴 카드를 쓰레기 봉지에 아들이 직접 담아버렸다.
내가 아들에게 그 순간 바랐던 것은 이런 말이었다.
"엄마 잘못했어요. 앞으로 내 물건 잘 챙길게요. 그러니까 이 카드는 버리지 않을래요"
그러나 내 아들은 그러질 않았다.
"네 엄마 버릴게요. 다 버릴게요."
버리라고 말해버린 건 나지만,
아들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걸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왜 이리도 말을 잘 듣는 것인가.
청개구리 같은 아들은 오늘 나에게 혼나고 벌로 포켓몬 카드 버리기와 친구랑 못 놀기, 책 1권 소리 내어 읽기를 완벽히 수행하고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어릴 때 나는 엄마를 정말 무서워했다. 사실은 그게 싫어하는 감정이었지만,
감히 엄마를 싫다고 표현할 수 없어서 무섭다고 착각했다는 걸 이젠 안다.
아이들이 화내는 엄마를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게 건강한 거라고 위로하고..
오늘 아들은 나에게 혼났어도 금세 풀려서 즐거운 기분으로 잠잘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 하루도 지지고 볶는 일요일 하루였지만 이 평범함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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