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데 휴가를 냈다.
남편 출근, 아들 등교하고
학교가는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딸이 설명을 해준다.
엄마. 나는 매일 집에서 8시 30분에 나오는데
엘리베이터가 24층에 갔다가. 20층에 오면 내가 타는데
그리고 12층, 9층,
그래서 내가 1층에 내리면 거의 5분이 지나있어.
아침에 가장 늦게 집을 나서는자신의
일상을 아주 자세하게 들려준다.
엄마! 오늘은 나 학교갔다오면 집에서 나 기다리고 있을거지?
집순이 엄마는 낮에 집에 있는게 제일 행복하단다!
평일 휴가 너무 소중해서 그 누구도 안만나고
나 혼자 놀고 있을게!
아파트 일층에서 딸은 학교로 나는 지하철 역으로
잠시 헤어졌다가 오후에 다시 만나자!
꽃시장 입장해서 후다닥 골라서 얼른 다시 집으로 향했다.
주말 나의 취미생활
세가지 종류로 화병꽂이 하기
오늘 산 꽃은 설유화, 샤만트장미, 델피늄
<설유화>
늦겨울에 설유화를 너무 사고 싶었지만
양도 너무 많고 비싸서 엄두를 못냈다.
조금 더 따뜻해져서는 조팝을 너무 사고 싶었지만
곧 길가에 조팝이 지천으로 피어날 계절을 생각하면서
참았다.
이제 아파트 단지에 조팝이 막 피어나고 있으니
꽃시장에서 조팝을 사려니 정말 아까웠다.
그래서 조팝을 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설유화를 골랐다.
설유화나 조팝은 나무줄기에 비슷한 흰색 꽃을 쪼르르 달고 있지만 나에게 설유화는 겨울느낌이고 조팝은 봄느낌으로 매우 다른 꽃으로 보인다.
설유화를 골라서 아랫가지를 한참은 더 잘라달라고 했으나 여전히 긴가지를 세워 들고 지하철을 탔다.
이 고생 누가 시키나요?
좋으니까 참고 하지!
설유화를 다듬어도 너무 많은 양에 지쳐가고
다음엔 사지말아야지, 줄기나 삽목해두고 화분으로 키워서 몇줄기만 필요할때 써야지 다짐했다.
<샤만트장미>
셋중에 장미가 제일 저렴했다.
겉잎에 핑크 그라데이션이 신비롭게 예뻤다.
두단 살걸 그랬다.
향기는 딱 진한 장미향기, 매우 좋다.
장미 다듬기는 드르륵 너무 쉽고
작업자체에 묘한 쾌감이 있다.
<하늘색 델피늄>
하늘하늘 델피늄은 언제나 이쁘다.
여리여리 봉오리 모두 피어나게끔
열탕처리도 해주면서 애지중지 다듬었다.
세가지 꽃을 모두 한집에서 사면서
이 조합 너무 좋다! 생각했다.
집에 와서 펼쳐놓고는…
하늘색이 너무 파스텔 같아서 튀네?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희고 연두연두한 조팝을 몇줄기 꺽어와야되나? 싶었다.
그랬는데, 이 조합 그럭저럭?
오!! 아름답다!
하루 지나고
물 짱짱하게 올라 꽃이파리 활짝 펴진 델피늄
너무 이쁘다.
다듬기 노동을 마치고
꽃병이 5개쯤 만들어졌다.
여기저기 두면 아들이 꽃가루 괴롭다고
나를 타박할게 뻔하므로 꽃은 모두 저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졌다. 이제 또 일주일 물갈아주기 노동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나의 시간속에 하루하루를 꾹꾹 눌러담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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