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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기/아무튼, 꽃

엄마의 취미생활

지난 3.8 대통령 선거날, 남편은 출근했고, 아들은 친구와 놀러 나가고.

딸은 이모네 가족과 나들이를 떠났다. 

아침 일찍 투표하고 운동하고 오로지 나만의 자유시간이여서 신이 났다.

 

혼자 계실 엄마가 생각나서 갈등을 조금 했다. 나만의 시간을 갖을 것인가.

엄마의 말벗이 되어 드릴 것인가.

 

문득 내가 봄날에 엄마랑 커피마시고 얘기 할 시간이 한 10번은 남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20번은 남아있겠지만, 매년 봄마다 연로해지실테니)

엄마네 집 근처로 가서 나오시라고 했다. 모시고 까페에 가서 한참을 얘기했다.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꽃시장(이라고 하셨지만, 그냥 모종파는 곳)에 가서

엄청난 사치를 했다. 

엄마는 최근에 이사를 하셨다.

집 정리 하면서 서랍장 뒤로 넘어간 돈봉투를 하나 찾았는데 거기에 30만원이나 들어있었다며

그 돈을 다 써도 된다고 나보고도 원하는 거 다 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마음껏 골랐다. 엄마가 이런 걸 아주아주 많이 사실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서 내 마음이 편했다.

 

많이 사서 반씩 나눠서 각자 집으로 가져갔다가. 주말에 다시 양평집에 가져가서 대대적인 화분갈이를 했다.

내가 산건 다 파스텔계열의 꽃들 수국, 애니시다. 카랑코에, 캄파눌라 등등,

엄마가 산건 노랗거나 빨간 원색의 꽃들, 앵초, 튤립 등등

 

 

분갈이 대기중

 

 

 

 

엄마랑 시장가서 사온 것들과 삽목했던 제라늄들,

근처 다육이 농원가서 20개쯤 사온 다육이까지 다 화분 찾아 분갈이 했다.

엄마랑 나, 여동생 셋이서 분업으로 3시간쯤 걸려서 완성했다.

 

나는 꽃꽂이 정도나 즐겨할뿐(정확히는 정리된 꽃 자체를 사는 걸 좋아하는지도)

이렇게 흙만지면서 하는 노동은 힘들기만 했는데

엄마는 하루 종일 양평집에서 놀고 싶다고 하셨다.

 

 

 

 

 

 

 

 

분갈이 하고 집으로 다시 옮기느라 고생했다.

큰 화분이 4개, 다육이 화분이 12개

 

나는 절화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화분은 그저 그런데..

꽃 사서 일주일 보고 버리면 돈 아깝지 않냐고 화분으로 키우라며

큰 토분에 캄파눌라, 카랑코에, 라넌큘러스를 심어주셨다.

이건 딱 내 취향이 맞긴 한데... 그래도 나는 절화를 더 좋아한다.

 

 

 

캄파눌라, 카랑코에, 라넌큘러스

 

 

 

라넌큘러스가 당근이파리를 잔득 달고 자라는 구나!

안에 꽃대가 많이 올라 오고 있어서 조금 잘라서 작은 꽃병에 꽂아봤다.

이제야 내가 아는 그 라넌큘러스 같다.

 

 

 

 

 

 

 

 

 

 

 

 

 

 

수국, 아브틸론, 애니시다

 

<수국>

수국은 매년 봄마다 샀지만, 다음 해에 꽃이 안피고 늘 깻잎같은 자태로 몇년을 키우다가 방출시켰었다.

이번엔 꽃대관리 잘 해봐야겠다.

 

<아브틸론>

꽃시장에서 구경하다가 신기한 꽃이라 사본 아브틸론(가장 비쌌다). 매우 이국적이고 특이한데 막 예쁜 것도 아니라서

왜 샀지? 싶은데, 꽃이 계속 피고 진다.

 

<애니시다>

봄마다 꽃집들마다 내 놓는 화분들, 볼 때 마다 사고 싶었는데, 떨어지는 꽃 관리하기 힘들다는 말에 매년 마음 접었었다.

이번에 엄마 덕에 하나 들여봤다.

 

 

 

다육이도 내 취미는 아니였는데,

다육이 농원에 같이 간 남편이 15종이나 골라담았다.

남편의 취향은 다육이임이 밝혀졌다.

매일매일 얘는 이래서 귀엽고 쟤는 저래서 예쁘고, 자세히 보면 넘 신기하다고

들여다 보고 있다.

 

화분이 내 취향 아니지만, 다육이는 이런 화분이 어울리긴 했다.

 

 

 

 

 

 

 

 

 

 

 

식물보다 훨씬 비싼 화분들,

할머니들이 유튜브 시청하는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물건도 사는 건 몰랐다.

엄마는 화훼 유튜브 애청자셨고, 거기서 화분도 엄청 많이 사고 계시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엄마가  아끼는 화분을 나에게 다 주셨다.

자기는 또 사도 된다면서, 엄청난 화분플렉스 자랑하셨다.

(그 다음주에 양평집에 갔더니, 어마어마한 화분이 배송되어 왔다)

우리 엄마에게 확실하게 힐링되는 이런 취미생활이 있어서 자식으로서 정말 기쁘다.

 

우리 집이 꽃화분으로 봄단장 한껏 했지만,

내 취미생활은 절화 꽃꽂이이므로 엄마의 딸 답게 이 봄에 어마어마한 절화 플렉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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