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집에 있는 세계명작을 한 권씩 읽어주고 있다.
몇 개월 연속해서 모험얘기를 읽었고 지난 달엔 쥘베른의 책을 읽었으니
배 타고 떠나는 모비딕이나 해저이만리, 15소년 표류기를 읽어 줄 계획이 있었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골랐다.
아마 당시 읽던 책이 ‘거꾸로 보는 세계사(유시민)’, ‘목마른 계절(박완서)’ 이런 것들이라서 나도 모르게
러시아 혁명이나 공산주의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 같다.
동물농장은 어른들에겐 러시아 혁명이나 독재를 넘 쉽게 설명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독재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는 책이지만
우리 집 어린이들에겐 아직 전달 할 수 없는 주제였다.
그렇지만 읽어주는 내내 아이들이 매우 진지하게 집중했고 재밌어했고
나에게도 정말 유익한 독서시간이었다.
나는 이 시리즈들을 하루에 한챕터만 읽어주는데
이 책은 한챕터가 길다보니 예상보다 빨리 완독하게 되었다.
한 챕터의 호흡이 길어서 지루할만도 한데 아이들의 집중도가 평소보다 높았다.
아들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풍차건설을 가지고
토론하는 장면에서 자기라면 먼저 적으로부터 방어를 우선시 하겠다고 진지하게 의견을 내놓았고
내가 그 부분에서 읽기를 멈췄을때(한 챕터가 끝나서)
바로 책을 집어 들고 밤 11시까지 읽어버렸다.
다 읽고 나서 내용이 너무 이상하게 끝난다면서
이런 결말을 이해할 방법이 없어서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아들은 이미 혼자서 다 읽어서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다시 소리내어 읽어줄 때도 차분히 들어주어서
읽어주는 내내 정말 뿌듯했다.
책을 덮을 때 우리 딸의 반응도 아들의 반응과 똑같았다.
“뭐야 이게? 이거 완전 막장이네?” 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런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못된 돼지무리가 혼쭐나거나 벌 받게 되는 역전극을 기대했던 것 같다.
돼지가 인간같고 인간이 돼지같다고 끝나는 결말을
소화시키기 어려워했다.
성실하고 우직한 말 복서.
그러나 글자도 모르고 착하기만한 복서는
이 잔인한 세상(동물농장)에서 불행하게 죽는다.
나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고
아이들은 돼지무리가 힘을 유지하는건
다 사나운 개들 때문이라고, 돼지보다 개들을 더 경멸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커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소설 전체에서 흐르는 상징적 은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설명해주고 싶다.
동물농장 같은 세상은 꼭 지어낸 것만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
또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났을 때 우리는 복서처럼 살지는 말자고 얘기 해주고 싶다.
끝으로 다시 시작된 문제풀이 시간
아이들이 책 뒤에 나오는 국어문제풀이 하자고 졸라서
이번 책은 문제도 풀어봤는데, 문제가 너무 디테일해서
나도 아이들도 엄청 헷갈렸다. 문제 푸느라 책 내용 다시 한번 더 훑어보게 되어 두번 읽은 느낌이 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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