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나는 이윤기선생님을 어이없게 오해하고 있었다.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내가 받는 인상은 지나치게 호방하고 자유분방한 또 가부장적이기도 한 그런 아저씨 이미지인데, 그걸 번역자에게 그대로 투사했던 것 같다. 하필이면 이 책 날개에 작가사진은마치.. 모험을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같다(특히 2권의 사진이 그렇다) .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데 글에서 인간에 대한 무한애정이 느껴져서 감동중이다. 1권, 2권과 마찬가지로 3권의 들어가는 말도 다 좋았다.
줄거리를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듯 정리해 본다.
<17쪽>
신화의 신들에 대한 믿음은 곧 그 신들을 창조했을 터인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의 신전을 드나들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도 신전을 하나 들여앉힌다..
신화를 꼼꼼히 읽는 일은 내 마음속에 자리한 그 신전을 찾는 일이다. 나는 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경건을 다하는 일, 마음을 여는 일이 바로 신들의 마음을 여는 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신전, 너무 멋진 말이다. 이런 책을 이제서야 읽다니!
신화를 만들어낸 당신 인간들의 믿음을 생각해 볼 때, 제우스가 바람둥이인건 너무 당연해보인다.
그들 모두가 올림푸스 최고의 신의 자손이 되고 싶어했을테니, 제우스는 자꾸만 인간세상의 여러명의 여자를 만날 수밖엔.
제1장 믿음은 돌을 인간으로 만들기도 하고
<24쪽>
미국 작가 아시작 아시모프가 쓴 책 세익스피어 길잡이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이후 “플로리젤”이라는 말은, 가난한 시골 처녀와 결혼해서 아내를 왕궁으로 데려가는 ‘꽃미남 왕자’의 대명사가 된다.
<34~35쪽>
나는, 신화를 믿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
나는 신화를 믿는다. 신화를 믿는다고 해서 대리석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깍아놓고 내 색시가 되게 해달라고 아프로디테에게 비는 식으로 믿는 것은 아니다. 내가 믿는 것은 신화의 진실이다. 퓌그말리온의 진실과 그가 기울이는 정성이다. ‘퓌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은 스스로를 돌아보되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경우에 나타나는 효과를 뜻하는 말로 지금도 줄기차게 쓰이고 있다.
제2장 오만은 인간을 돌로 만들기도 한다.
니오베가 레토여신의 분노를 사서 일곱아들 일곱딸을 모두 잃게 되고, 결국 돌이 되어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에서 오만한 인간의 끝을 보면서 오만을 경계해야겠군, 이런 교훈을 얻는것은 너무 쉽다. 바로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 1945년 침몰한 여객선 '우키지마마루호'와 그 희생자 추도비에 대한 설명이 슬펐다.
<54쪽>
나는 그 추도비(우키지마마루호 희생자) 한가운데 서 있는 여인을 보면서 ‘니오베 바위와 폼페이 유적에서 출토된 니오베 상을 생각했다. 아들딸의 주검 한가운데 서서 막내 하나만은 살려달라고 하늘을 우러러 애원하는 니오베를 생각했다. ....
니오베와 여인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니오베에게는 레토 여신을 비아냥거린 잘못이라도 있지만, 추도비의 조선 여인에게는 지아비를 따라와 일본의 전쟁 수발을 들어준 죄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돌이 된 니오베의 눈에서, 마르는 일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고 하는데도 여인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3권 제3장 은총 그 자루 없는 칼
<66쪽>
나는 신들의 은총이 내려 불가사의한 힘이 주어진 물건에 관한 여러나라 신화를 읽을 때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본다… 신들의 특별한 은총, 또는 인간이 지어낸 불가사의한 시설물들이 그 나라 공주에 의해 유린되는 경우.. 나는 그 왕에게 경고한다. 왕이여, 딸을 조심하시오.
<82쪽>
내가 여기에서 문제 삼는 것은 여성의 도덕성이 아니다.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이 여성들의 도움에 의해 유린되는 사태다. 신들의 영역에 속하는 초월적인 것들이 고대인들의 여성관에 따라 가장 연약한 것으로 치부되던 여성에 의해 사정없이 유린되고 있다는 점이다.
<91쪽>
.. 공주는 아버지와 조국을 배신하고 문제의 물건을 파기함으로써 왕자의 뜻을 따른다. 하지만 공주는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스퀼라,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이야기는 이런 구조로 짜여있다. 그리스 신화에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문화권이 이런 신화를 보유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 모계사회가 주류였던 시기가 분명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믿고 싶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다보니, 그런 시절은 거의 없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일부 여인국으로 소개되는 곳도 다 남자시선에서 보는 여자만 사는 나라에 대한 판타지가 아니였을까 싶었다. 미노스왕과 스퀼라공주, 테세우스와 아드리아네(미노스왕의 딸), 이아손과 메데이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모두 다 외적 아름다움이 일단 강조된다. 그리고 이웃나라의 왕자에게 반한다. 결국 조국을 배신하고 왕자를 돕지만, 왕자와 결혼하지 못한것일까? 이것은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난것을 인과관계로 파악해야지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모든걸 여자탓으로 돌리고 그 여자가 망하는 꼴을 보고 교훈으로 삼는 이야기인가? 신화에서는 약자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4장 소원성취, 그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
<114쪽>
나는 이 글을 읽고, ’어떤 사람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원이 없는 삶,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이 반드시 양질의 삶일 리야 없겠지만, 삿된 소원, 삿된 꿈이 우리를 누추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나의 소원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건강히 잘 살다가 딱 하루만 아프다가 죽게 해주세요.”
나의 소원으로 유추해 보면 나는 건강과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지금 건강하고 당장 죽지 않음을 감사히 생각하고 살아야겠지!
제6장 신들과의 약속은 인간과의 약속
<130쪽>
꿈은 개인의 신화요, 신화는 집단의 꿈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 좋은 서방 이야기‘는 한 사람의 마음 상태와 그 사람이 꾸는 꿈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132쪽>
개인과 하는 약속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에 대한 약속이다. 스코파스 왕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신들이 나서서 그를 파멸하게 한 것이다. 신들과 하는 약속은 그 신들을 섬기는 집단과 하는 약속이다. 그 약속은 그 시대 도덕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시모니데스라는 한 시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스코파스는 파멸했다. 아프로디테라는 한 여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히포메네스는 어떻게 될것인가.
아틀란타와 히포메네스이야기, 히포메네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아틀란타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이겨서 아틀란타와 결혼하게 되지만, 아프로디테에게 감사함을 성의껏 표시하지 않아 아프로디테의 분노를 산다. 결국 둘은 사자로 변하여 퀴필레 여신의 수레를 끌게 된다. 이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다음에 이어지는 아래 문장에서 작가님의 결연함에 놀랐다. 나는 종교도 없으면서 조금이라도 간절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00하게 해주세요. 00만 하게 해주시면 앞으로 정말 000할게요!" 이렇게 기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맹세를 지켜낼 만큼 강한 인간이 못되면서 헛된 맹세를 남발해왔구나.
<146쪽>
1971년 나는 베트남 전쟁터에 있었다. 목숨 잃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두려웠다. 신에 대한 믿음도 남아 있었다. 목숨만 살려준다면, 무사히 귀국하게 해준다면 평생 그 신을 섬기면서 좋은 일만 하겠다고 맹세하는 기도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악물고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 맹세를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 그런 맹세를 지켜낼 만큼 강한 인간이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7장 신들은 앎의 대상이 아니다.
제우스와 세멜레이야기, 인간 세멜레가 헤라의 꼬임에 빠져,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죽게되는데, 뱃속엔 아이가 있다.
제우스가 덜 자란 아이를 꺼내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꼬맨다. 그렇게 태어난 신은 디오늬소스다.
또 아폴론와 처녀 코로니스 사이에서 태어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도, 그을린 엄마의 시신에서 태어난다.
<163쪽>
죽음 및 재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들이, 새까맣게 탄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왔다는 신화가 퍽 의미심장하다.
세멜레 이야기를 나는 이렇게 읽는다. 신들이란 원래 '믿음'의 대상이지 '앎'의 대상이 아니다. 신들의 초월적인 권능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인간은 신들을 볼 수도 없고 보아서도 안된다. 인간 중에서 신들을 볼 수 있는 인간은 따로 있다. 초월적인 권능을 지닌 신들을 볼 수 있는 인간은 사제들 뿐이다. 신들에게 신전이 있고, 이 신전에서 인간과 신 사이를 중재하는 사제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8장 신들은 겨룸의 상대가 아니다.
아폴론에게 피리연주로 대적했다가 산채로 가죽이 벗겨진 마르쉬아스 이야기
<168쪽>
올륌포스 신들 가운데서도 아폴론은 제우스와 헤라에 다음가는 대접을 받았다. 여러 신들이 아폴론의 노래와 연주를 그만큼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176쪽>
"미다스여 들으라. 신들이 자비롭다고 누가 그러더냐? 인간이 아니더냐? 신들은 너희 인간이 무릎을 꿇을 때만 자비롭다. 다른 신들이 정의롭지 못할 때만 정의롭다.
제9장 방황하던 인간 펠레우스, 영생불사를 누리다.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의 결혼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밌다. 그들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트로이 전쟁과 연결된다. 여기에서는 펠레우스 인물을 비중있게 설명한다.
<200쪽>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인간 아이아코스의 아들 펠레우스는 아우 살해 및 시체 유기에 연루되어 방항하는 인간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그는 신들에게도 이간들에게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유혹에만 저행했다. ... 그가 정작 마음을 쓴 것은 자기가 지은 죄와 네레이데스들의 복수였다. 그는 기도했다. 노여움을 거두어줄 것을 기도했다.
제10장 천마의 주인 벨레로폰, 방황의 들에 떨어지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을 오르며 오만해진 벨레로폰은 그 오만때문에 추락해서 방황하는 인생을 살다 죽는다.
<218쪽>
벨레로폰은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신들의 궁전 올륌포스에 오르고 싶었다. 신들의 궁전에 오르고 싶어할 만큼 오만해진 인간이 여느 인간을 어떻게 대했을지 어렵지 않다. 이런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가 올륌포스에 올라, 청춘의 여신 헤베를 아내로 맞아 영생불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헤라클레스가 올륌포스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화장단을 쌓고 거기에 올라 불을 지르고, 이승의 육신을 불태운 다음에야 올륌포스로 올라갔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불태운 순교자만이 신들의 천성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제11장, 멜레아그로스의 오버
멧돼지를 잡으러 가서 멜레아그로스는 아탈란타에게 반해, 멧돼지 잡은 영광을 모두 아탈란타에게 돌렸다. 같이 참여한 외삼촌들은 그 영광을 아탈란타가 독차지하는게 못마땅하다고 항의했다. 멜레아그로스가 외삼촌들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멜리아그로스는 장작개비를 불에 던진다(멜레아그로스는 태어날 당시 난로의 장작이라는 예언을 받았다)
<238쪽>
지금 멜레아그로스가 아탈란타 앞에서 잔뜩 흥분한 채 '오버'하고 있다. 그는 말로 하는 위협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가르쳐주겠다면서 칼을 뽑아 들고는 '무심하게 서 있는 플레기포스'를 찔러 죽인다.
12장 프로메테우스, 마침내 해방되다.
< 277쪽>
오비디우스를 보라. 자신이 한 일은 제우스의 분노도 소멸시킬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이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지 않는가? 명성을 통하여 영생불사를 얻었으니 영원히 살 것이라지 않는가?
‘영원히’까지는 모르겠지만 2천 년 전에 그가 쓴 책을 우리가 이렇게 읽고 있으니, 신화는 참 힘이 세다 싶다.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조각조각 알고 있었는데 하나로 엮어 읽어서 좋았다. 이 부분에 판도라에, 헤라클레스, 헤르메스, 테티스, 헤라의 사과나무, 아틀라스 등 많은 신이 한번에 등장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게 재밌었다. 오비디우스의 말처럼 이 신화의 힘이 얼마나 센지, 저 먼땅 그리스의 옛날 옛적 신들의 이름이 백화점에 가도 흔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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