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어야지하고 5권으로 된 세트를 산지 10년이 넘었다.
책이 재미없는 건 아니였는데, 매번 1권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다른 책을 보느라 내려놓았다.
독서모임에서 8월에 함께 읽을 책으로 정해져서 다시 1권을 펼쳤다
내가 가진 1권의 판권을 보고 놀랐다.
2013년 당시에 218쇄!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인데, 왜 내 주위엔 이걸 읽을 사람이 없을까?
다들 나처럼 사놓고 못 읽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초등학교 읽었다. 그 책은 지경사에 나온 어린이용 도서였고 토마스 불핀치 엮음이였다.
표지와 내부 그림은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와 같은 화풍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나에게 그 책은 매우 난해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머리에서 나오는 신, 허벅지에서 태어나는 신등의 이야기가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책에 나오는 이국적인 신들의 이름이 그리스어와 영어식으로 표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그 이름들이 너무 매력적이여서
올륌푸스 12신의 이름을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년이 흘러서 나름 작가가 해석해서 새로 쓴 그리스 로마를 읽는 감회가 새로웠다.
그 시절 내가 읽었던 이야기가 하나씩 생각났고, 그 당시엔 전혀 이해 못했던 부분과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매일 밤 신화의 세계를 헤맸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은 여전히 신들의 계보와 이름 외우기에 집착하는 나였다.
밑줄그은 문장 정리
<들어가는 말>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신화라는 미궁 속에서 신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독자에게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상상력이다.
<55쪽>
저승을 흐르는 이 강의 여신 스튁스와 지혜의 신 가운데 하나인 팔라스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식들을 살펴보자. 질투의 여신 젤로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이들의 딸이다. …그런데, 질투의 여신과 승리의 여신이 자매간인 까닭은 독자들이 스스로 헤아리기 바란다.
제3장 사랑의 두 얼굴
<146쪽>
에로스와 프쉬케 사이에서 딸이 태어난다. 이 딸의 이름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기쁨’이다. ‘사랑’과 ‘마음’이 짝을 이루니 그 딸이 ‘기쁨’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다.
초등때와 중등때 읽었던 그리스로마신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게 에로스와 프쉬케 이야기였다. 언제나 프쉬케에게 감정입하여 프쉬케가 불쌍했다. 지금 이 나이에 다시 읽어도 에로스 마마보이! 나쁘네! 생각한다. 남편의 얼굴도 모른채 살라는게 말이되나?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열어보지 말라는 상자를 꼭 열어보는건 왜 언제나 여자인가? 신에게 다가가고자 갖은 고생을 해야하는 인간여자의 운명이 가혹하다.
제4장 길 잃은 태양 마차
<161~162쪽>
태양신 헬리오스는 아들의 얼굴에다 불길에 그을리는 것을 예방하는 고약을 발라 주고, 바른 것이 살갗에 고루 묻도록 문질러 주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에는 아들의 머리에다 빛의 관을 씌워 주었다. 아버지는 이러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던지 자주자주 한숨을 쉬었다. 오래지 않아 자식에게 닥칠 재앙과 이로 인한 자신의 슬픔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파에톤은 제 젊음과 힘만 믿고는 태양 마차 위로 올라가, 아버지가 건네 주는 고삐를 받았다.
헬리오스와 파에톤이야기를 인상 깊게 읽었다. 자식이기는 부모없다! 라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헬리오스가 자식에게 닥칠 일을 다 예견하고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 자식을 응원하는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나중에 우리 애들이 고생하는 걸 볼 일이 너무 걱정되고 그걸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미리미리 잔소리 폭격을 해대는 나를 돌아보았다. 파에톤은 왜 그렇게 무모했을까? 젊은 시절 객기인가? 헬리오스의 아들임을 증명할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테지… 마차를 몰자마자 후회하는 파에톤의 모습에서 내 젊은 시절의 근거없는 자신감들이 떠올랐다. 그런 시절을 용케도 잘 지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고, 나중에 아이들의 방황의 과정을 헬리오스처럼 의연하게 지켜볼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어졌다.
제5장
나무에 대한 예의 _ 다프네 이야기
<185쪽>
”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세요“
…..나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폴론은 다프네(월계수)를 사랑했다.
아폴론의 맹목적인 사랑은 무섭다. 싫다고 도망치는 다프네도 안타깝다. 도망치지 말고 싫어요! 라고 말 할 수 없는 건 남녀지위의 문제인가? 성숙하게 사랑 표현하기와 정확하기 거절하기에 미숙한 연인들의 이야기로 읽혔다. 다프네라고 발음 할 때마다 이제 월계수 향이 느껴진다. 이 이름을 예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젠 조금 슬픈 이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제6장 저승에도 뱃삯이 있어야 간다.
-하데스의 도둑장가
<204쪽>
에스로가 조화를 부렸으니, 페르세포네를 본 하데스의 가슴에 사랑의 불길이 일지 않았을 리 없다. 하데스는 저승신답게 단숨에 페르세포네를 낚아채어 마차에 실으려 했다..
<209~210쪽>
하데스에게는 두개의 이름이 있다. ..하데스라고 불릴 때는 냉혹하고 무시무시한 저승의 신이다. 하데스가 긋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에는 가차가 없다. 하지만 플루토스라고 불릴 때는 다르다. 플루토스는 ‘재물’이라는 뜻이다. 플루토스는 지하에 묻힌 모든 지하 자원의 주인이며 곡식의 생산을 도와 주는 일종의 대지의 신이다. 플루토스가 가지고 있는 지하 자원 중 가장 값비싼 자원이 무엇일까? .. 플루토늄이다.
<215쪽>
어차피 하데스에게도 신부가 필요한 것 아니오? 기왕에 이렇게 된것, 경사스러운 일로 치고 땅에 내린 저주나 거두어 주세요.[제우스가 하는 말]
하데스가 포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저승으로 데려가는 내용은 우리 옛날 이야기 선녀와 나뭇꾼, 그 옛날 색시감 보쌈문화의 원형 같다. 딸을 돌려달라고 외치는 데메테르에게 제우스가 하는 말, 소름이다.
<219쪽>
가엾은 딸의 이름 페르세포네는 ‘썩다’ 또는 ‘빛나다’는 뜻을 지닌 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썩음으로써 빛나는 것’은 무엇일까? 씨앗이 아닌가?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묻히고 썪어서 여러 개의 밀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가? 페르세포네의 운명은 한 해의 반은 땅 위에서 살고, 한 해의 반은 땅 밑에서 썩어야 하는 씨앗의 운명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오르페우스의 사랑
<228쪽>
졸지에 새색시를 잃은 신랑 오르페우스는 신과 인간은 물론이고 숨쉬는 모든 것에게 수금 소리와 노래로 슬픔을 전했다. 함께 슬퍼해 주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에우뤼디케의 죽음을 당연한 죽음, 오르페우스의 슬픔을 당연한 슬픔으로 알았다.
“딸을 찾아 낮비 밤이슬 맞으며 온 땅을 다녀 본 나다. 내가 어찌 아내 잃은 네 슬픔을 모르랴.
그렇지만 자식 잃어 본 자가 어찌 나쁜이고 아내 앞세운 자가 어찌 너뿐이랴…
하늘이 좋은 소리꾼을 낸 뜻은 그런 데 있지 않을 것이다.
노래꾼이 가는 길이 눈물 바다가 되는 것은 노래꾼에게 어울리지 않으려니와 신들의 뜻도 아닐 것이다.” [데메테르가 하는 말]
아폴론의 아들이자, 노래를 잘 하는 남자, 오르페우스. 사랑하는 아내를 허무하게 잃고 슬픔에 빠진다.
저승세계로 아내를 구하러 가겠다고 애원할때, 데메테르의 조언이 의미심장하게 읽혔다.
"나도 자식 잃어봐서 그 슬픔 아는데, 너는 너무 과한거 아니니?" 이렇게 들렸다.
새색시를 잃은 괴로움 너무 이해되지만, 애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어쨌든 그 난리를 치고 아내와 함께 저승을 탈출하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서 아내와 영영 헤어지게 된다. 그 충격에 평생 매달리면서 모든 여자를 거부하고 괴로워만 하다가 황당한 죽임을 당한다.
<238~239쪽>
에우뤼디케는 고개를 돌린 채 오르페우스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신혼이어서 그런지 둘이 포옹은 어딘이 어색해 보였다. 하데스가 이 어정쩡하게 포옹한 부부를 내려다보다가 징소리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가거라, 네 아내를 데리고 가거라. 가되, 내 땅을 벗어날 때까지 네 아내의 얼굴을 보아서는 안 된다…
산 자와 죽은 자는 눈길을 나누지 못하는 법이다. 내 말을 소홀하게 듣지 말라. 잘 가거라, 오르페우스여
<241쪽>
오르페우스는 이때부터 저승의신들을 저주하고 저승신의 잔인함을 통렬하게 원망하면서 바위와 산들에게 노래로 호소했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아내 에우뤼디케의 감정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남편이 저승으로 찾아왔는데, 반가워하는 장면이 없다.
오르페우스가 아내에 대한 사랑을 구구절절 노래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생각했다. 오르페우스의 일방적인 짝사랑인가?
책에서 오르페우스 이야기의 부제는 '노래는 힘이 세다'이다. 그러나 나는 노래의 힘으로 저승도 다녀온 오르페우스로 기억되진 않는다. 뛰어나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능을 애도(트라우마)에만 소진하느라 인생을 놓아버린 사람 이야기로 느껴진다.
제10장 술의 신은 왜 부활하는가?
<305~307쪽>
나는 곡식과 가일 그리고 이로 빚은 술의 신이자 곧 곡식과 과일 그리고 술이다. 내가 썩어 술이 되거든 너희가 마셔라. 너희가 썪어 술이 되면 내가 마시리라. 마시고 취하고 싶은 자는 취하라. 내 무리가 술의 광기에 취하고 노래의 광기에 취하여 오르페우스를 찢어 죽였다는 말을 너희가 들었느냐? 내가 그 처녀들에게 죄를 주지 않는 이치를 너희들이 아느냐?..
그러나 잘 들으라! 너희들의 목적은 술이 아니다. 광기도 아니다. 술이 깨거든 카오스(혼돈)가 비롯되던 시간, 코스모스(질서)가 비롯되던 시간을 생각하라. 광기에서 놓여 나거든 떠날 일을 생각하라... 내가 너희에게 준 술과 술자리는 쾌락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다. 너희는 자루를 잡겠느냐, 날을 잡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준 술은 무수한 생명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의 웅덩이다. 너희가 빠져 있겠느냐, 헤어나오겠느냐?
제우스가 헤라 몰래 허벅지에 품었다가 낳은 자식 디오니소스, 인도땅에서 자란다.
디오니소스의 말은 알듯 모를듯 심오하다. 모든 사물의 기본값이 변화라는 소리 같기도 하고..
오르페우스에게 돌이랑 창을 던진 여자들을 왜 벌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제12장 기억과 망각
<333쪽>
제우스가 고모뻘 되는 여신 므네모쉬네(기억)와 동침할 필요를 느낀 것은 거인들(기간테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직후다. 승리의 축가를 지어야하는데, 전쟁의 양상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는 므네모쉬네 여신뿐이었다... 여기에서 태어난 딸 9자매가 바로 무사이 신녀들이다. 이들이 사는 집은 '무사이온'이라고 한다. 영어로 이들을 뮤즈, 이들이 사는 집을 뮤지움이라고 부른다. 인류가 남긴 기억의 산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도서관이 딸린 박물관이다.
<335쪽>
무사이가 태어난 땅은 그리스이지만 지금은 모두 프랑스로 옮겨와 있는 듯하다. 이들의 면면을 알아보지 못하면 파리 거리의 조형물은 돌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것들을 모르고 잘도 살았구나! 하는 지식이 참 많다. 그래서 또 외우고 잊어버리고 다시 외워보고 반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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