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아이들에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어주고 나서
다음 책으로 나도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어주려고 사놨었다.
그런데 11월 12월엔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영어책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여서
마냥 미뤘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점으로 펼친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읽고
저녁엔 아이들에게 한글 책으로 읽어주게 되었다.
처음엔 영어로 된 종이 책을 샀고, 또 아이들 읽어 주려고 한글 책을 샀고,
출퇴근하면서 또 잠자기 전에도 읽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이북도 샀는데
내 전자책리더기에서 킨들앱이 너무 잘 작동했고 말로만 듣던 word wise 기능이랑 사전 덕분에
단어 찾을 시간이 단축되어서 전자책으로 원서읽기에 재미가 붙기도 했다.
하루에 2챕터씩 읽어서 10일 정도가 걸렸다.
얼핏 줄거리만 들었을 땐, 너무 허무맹랑한 아동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끝까지 매우 재미있고 유익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정말 폭발적이였다. 단 한순간도 집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특히 내가 먼저 혼자 읽으면서 깜놀했던 반전 부분을 읽어주면서 애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매우 궁금했는데, 우리 애들도, 또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내 반응과 똑같이 모두 깜짝 놀라며 재미있어 했다.
마틸다 읽기로 온가족이 큰 재미와 감동을 누린 기막힌 순간이기도 했다.
책의 초반엔 5살짜리가 도서관에 가서 책에 빠져드는 얘기가 나오는데
도서관의 모든 어린이용 책을 다 읽고서, 그 다음으로 읽게 되는 책으로
나도 좋아하는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이 소개된다.
뭐 마틸다는 천재니깐.
아마도 로알드 달이 명작이라고 손꼽은 책들이겠지. 책들의 영어 제목을 읽는데
내가 다 아는 책이라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이 부분은 부경진 작가님의 책에도 소개 된 문장이였는데, 나도 밑줄 그으면서 읽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핫초코 머그를 옆에 두고 오후시간을 독서에 빠지는 장면을 읽으면서
이 부분에서 마틸다에게 홀딱 반하게 되었다.
her own small bedroom now became her reading-room and there she would sit and read most afternoons,
often with a mug of hot chocolate beside her
.........................................................................................
it was pleasant to take a hot drink up to her room and have it beside her as she sat in her silent room reading in the empty house in the aternoons.
the books transported her into new worlds and introduced her to amazing people who lived exciting lives
그리고 독서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이런 문장도 만나게 되었다.
all the reading she had done had given her a view of life that they had never seen.
if only they would read a little Dickens or Kipling they would soon discover there was more to life than cheating people and watching television
마틸다에서 독서에 관한 얘기는 앞에 1~2챕터에서만 언급되었고
뒷부분에서는 독서에 대한 얘기가 거의 안나왔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얘는 책은 처음에 몇 장만 읽었구만! 뒷 부분에는 독서하는 걸 못봤네!"
내가 맨날 책 읽는 걸 강조해서 아들에게는 독서에 대한 반발심이 자라나고 있는 건 아닐지? 잠시 걱정도 됐었다.
전자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이렇게 오디오북 소개를 만나게 됐는데,
최근에 20년만에 제대로 타이타닉을 다시 보고나서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었는데,
케이트 윈슬렛이 읽어준다니!
케이트 윈슬렛 목소리를 듣느라 오디오 북에 푹 빠져서 샘플듣기만 여러번 했다.
곧 오디오북도 구매할 것 같다.
독이 되는 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마틸다의 부모
말도 안되게 잔인하고 미친 게 아닐까 의신스러운 교장선생님
그리고 작은 영웅들.
1988년도에 쓰여진 아동용 소설이지만, 유머, 용기, 반전, 복수, 감동을 다 담아서
모든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애들에게 읽어 줄 분량 채우느라, 뒷부분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매우 빨리 읽어버렸기 때문에 나도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또, 이 마틸다의 삽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그림 스타일!
삽화가의 이력을 읽다가 우리 집에도 그 작가의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책까지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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