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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읽어주기

Magic tree house(1~28) 완독 후기

영어는 못하지만 원서는 읽고 싶어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블로그를 찾아 구독했고 책에 소개된 ‘Magic tree house’를 주문했다. 이미 원서로 된 몇권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늘 중도 포기하고 한국어 책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엔 정말로 28권을 다 읽어내고 말았다.


인증사진을 보니 내가 2월에 시작해서 7월 중순에 마쳤으니 대략 6개월이 걸렸다. 일주일에 2권씩이라는 원대한 계획대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매일 아침 40분씩 주4회 이상씩 읽었던 것 같다. 처음엔 1권이 너무 재미 없어서(1권 공룡 얘기) 진도가 안 나갔다. 책의 수준은 미국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고, 내 기준으로는 중학교2,3학년 수준인데(나의 중학교 시절 기준임) 의외로 제대로 해석 못하는 문장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단어 찾기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작가님 네이버블로그에 친절히 단어장이 공개되어 있음). 단어장 만들기로 15권쯤까지 열심히 하다가 그 이후엔 단어장 만들기는 소홀히 하고 그냥 완독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6월초에 회사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도 알람을 10분씩 연장하기를 반복 겨우 6시에 일어나서 급하게 하루 분량을 채운 날도 있었다.

 

집에 매직트리하우스의 국내 번역본인 마법의 시간여행 전집을 들여놓고 아이들이 읽는지 마는지 챙겨보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아침에 영어로 읽은 만큼 저녁에 한글책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중간에 내용이 끊기면 다음 장이 궁금해 해서 아이들은 매일 더 많이 읽어주길 바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3일에 1권 완독이 최대였다. 원서 읽기도 벅찼지만, 그걸 한국어로 낭독하기에도 그 이상은 너무 힘들었기에. 여튼 그렇게 하면 3일에 1권이 가능하지만, 인생이 특히나 공부가 계획대로 될 리가 없기에 모든 권을 다 읽어주진 못했고 한 70%는 낭독을 해준 것 같다.

 

내가 원서로 보기 전 까지 아들은 순서대로가 아닌 제목만 보고 골라서 읽고 있었는데, 내가 영어책을 읽어보니 순서대로 4권씩 끊어 읽으라는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 4권마다 미션도 있고 4권 안에서 내용이 연결 되다보니, 순서대로 읽는 게 좋은 책이었다. 한글로 읽었더라면 유치해서 절대 다 못 봤을 텐데, 영어로 읽는 재미가 꽤 커서 아주 유익한 시간 이였다. 미국초등 아이들 교양서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이 나에게도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게 해 줬다. 내가 특히 한참 재미에 빠졌던 부분은 13~16권. 고대 로마, 중국 진나라, 중세수도원, 고대 그리스 이 파트였는데, 자연스럽게 종이가 발명되기 전의 책의 유형을 파피루스, 죽간, 양피지를 설명하고 있어서(실제 중심 주제는 아니였지만) 매우 반갑고 점토판까지 여기에 연결 지었으면 더 좋았겠다며 내 전공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기도 했다.

 

책의 주인공인 잭과 애니는 남매로 연년생 초저학년인데, 둘의 캐릭터가 매우 상반되는데 그것도 줄거리의 재미를 준다. 잭은 경험보다는 지식을 먼저 쌓아야 하는 타입으로 모든 것을 책에서 배우고 익히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아이다. 그리고 겁이 좀 많다. 동생인 애니는 일단 한번 시도부터 해보는 매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아이다. 호기심이 매우 많고 늘 겁 없이 도전해서 경험으로부터 익힌다. 위험에 노출되어도 유머를 잃지 않고 맞서 싸운다. 각 권마다 줄거리는 기승전결 확실한데. 대체적으로 즉흥적인 애니로 인해 어려움이 처하면 잭이 책을 보고 해답을 찾아 모험을 끝마치는 내용이다. 물론 애니의 기지로 위험에서 빠져 나올때도 있다.

 

애니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나와 우리 아들은 책을 읽으면서 애니 캐릭터에 대해 정 반대의 감정을 품었다. 나는 “애니 같은 성격을 타고 났으면 참 좋았겠다” 싶었고, 우리 아들은 “아 애니 너무 짜증나! 맨날 얘가 문제야! 왜 말을 안들어?? 혼자 사라지고?” “애니 진짜 짜증나” 우리 아들은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라 잭에 감정이입을 했는지 애니의 돌출행동을 엄청 못 마땅해했다, 그렇다고 아들이 잭처럼 신중한 책벌레는 또 아니네! 아들은 애니 캐릭터 때문에 엄청 짜증을 내면서도 꽤 열심히 내 낭독을 들어줬지만, 딸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딸은 모험에 관한 주제는 흥미가 없나 보다(일단 공주가 안나오니까). 그래도 나중에 딸도 이 모험담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어린이용 원서를 읽었다고 해서 내 영어 실력이 확 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냥 책이 재미있었다. 완독을 계기로 원서읽기를 공부라기보다 취미생활로 생각하면서 지속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