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도서관 메인에 걸려있길래 다운받아 후다닥 읽고, 아 이걸 왜 이제 읽었지 아쉬운 마음 가득했다. 이 책의 주인공 진희는 12살 인생에 대한 기대감 따위 없이 냉소적인 아이다. 95년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인생의 숨은 비밀을 어릴 때 터득했더라면 어땠을까? 세상과 나 사이에, 그리고 경험하는 나와 그걸 바라보는 나의 간격을 미리부터 배웠다면 청춘시절의 고뇌가 좀 덜 했을 것 같다. 이 책이 나왔던 그 시절에 나는 공지영과 신경숙만 읽고 말았다는게 아쉬워서 이제서야 은희경 소설 읽기 시작했다.
대출 전자책이라 밑줄긋기 힘들었지만, 최소한으로 뽑아서 굳이 타이핑해보았다.
성숙한 어른이 슬퍼하는 것보다는 철없는 아이의 슬픔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므로 철없는 사람은 마음껏 철없이 행동하면서도 슬픔이 닥치면 불공평하게도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받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으레 슬픔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 같은 배려를 받지 못한다. 성숙한 사람은 언제나 손해이다. 나는 너무 일찍 성숙했고 그러기에 일찍부터 삶을 알게 된 만큼 삶에서 빨리 밑지기 시작했다.
진희의 이모, 철없음에서 이십대의 나를 본다. 이걸 다 간파하는 12살의 진희, 사십대의 내가 본 진희의 성숙함은 밑진다기 보다 오히려 이득 아닌가 싶다. 아마도 내가 가져보지 못한 성숙함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나는 삶이 특별할 것이 없다는걸 미리 알지 못했고, 그런 나의 무지함이 여전히 수용이 안된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모든 일에 이유가 있을거라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될거라고 믿었던 시절엔 이런 문장을 만나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90년대지만 지금도 세상은 나의 유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베트남전이 일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선생님에게서 위선과 악의를 배워가며 이형렬들은 군대에서 애인을 구하고 뉴스타일양장점의 계는 깨졌다가 다시 시작되며 신분 상승을 위한 미스 리의 탐색이 반복되는 한편에서 광진테라 아줌마는 둘째 아이를 가짐으로써 뒤웅박 팔자 속에 구덩이를 판다. … 유지공장의 불 같은 뜻밖의 재난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가고 그 사고는 이내 잊혀진 뒤 반복되며 사고가 잊혀진 뒤까지도 그때 대동병원이 번 돈처럼 돈들은 증식을 계속한다. 그때 젊은이였던 이들이 장년이 된 지금도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탄식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사랑은 여전히 배신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지막 챕터의 이 문장을 읽으니 줄거리가 한눈에 그려진다. 참 잘 써진 소설, 잘 읽히는 소설이다.
새의 선물을 시작으로 은희경 책 읽기에 돌입했다.
그러다가 중간으로 샜다. 90년대에 내가 읽었던 그 소설들이 궁금해졌다.
신경숙의 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으로 이어지는 소설읽기 여정이 시작 되었다.
(마침 이 책들이 전자도서관에 다 있어서...)
중학생이였으면서 뭣 모르고 읽은 책들을 20년만에 다시 읽고 있다.
20년 살아보고 나서 다시 읽는 기분이 얼마나 묘한지 모르겠다.
지금 시중에 나오는 현재의 베스트셀러를 잘 읽어둬야겠다. 20년 후에 같은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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