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읽기로 정해진 책,
제목만 보고 어떤 종류의 책일까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도서관마다 대출 예약대기가 엄청나서
종이책으로 구매했으나, 초반엔 진도가 너무 안나갔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엄청나게 몰입해서 본 책(전자책을 대출해서)
<혼돈이 세계에서 중심 잡기>
이 책에는 혼돈의 생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무의미하고 하찮은 내 존재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 담겨있다.
작가는 혼돈의 시계에서 중심을 잡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자신만의 비법을 찾길 원한다.
작가는 자살충동을 수시로 느끼고 무기력에 빠진다.
아무 의미도 없고, 우주의 시간에서 인간의 삶은 아주 작은 점일 뿐으로 매우 무의미한 존재인데
어떤 사람은 그 무의미한 인생에서 긍정적인 마인드와 불굴의 투지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러한 호기심과 기대로 유명한 어류분류학자의 인생을 따라간다.
그 끝엔 대단한 인생의 지혜가 있을거라고 기대하며.
나도 그런걸 찾길 기대했다.
저 분류학자의 인생에서 지혜를 발견하고 행복해졌다고. 흔들리고 불안한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내가 언제나(?) 책을 읽는 이유도 이 책 작가와 같음 마음에서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영원불변의 원칙을 찾고 싶었다.
어딘가 어느 책에서 그 방법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늘 가지고 있다.
<스릴러와 반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신이 쌓아온 물고기 표본들이 화재와 지진에 소실되었을때도
아내가 죽고 아이들이 죽었을때도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자신만이 옳다고 믿으며 억지 신념으로 무장한 자기기만의 천재, 우생학의 선구자였다.
지식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무서운 세상이 온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혼돈의 세상에서 자기만의 해독제를 찾으려던 작가의 희망이 사라졌다.
그리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 분류학자는 자기가 수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이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작가는 작은 위안을 얻는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는 존재하지만, 생물학적 분류로 어류라는 개념은 잘못 된 분류라고 한다.
(과학자들 분류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는데, 나는 전혀 몰랐다.)
여전히 사람들은 물속에 사는 생물 모두를 어류로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일뿐이며 자연은 우리의 분류방식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물고기를 포기하면 얻게 되는 삶이 진실>
책에서는 여전히 이 세계는 무자비하고 엉망진창이며,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진실을 또 한번 직면 시켜준다.
그러면서 알려주는 비법!
우리의 예측 불가능한 인생 그 안에는 혼란과 희망이 동시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고. 삶의 양면성,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우리가 정해놓은 인위적인 구분(어류라는 구분처럼 이를테면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그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혼동의 과정 속에 삶의 이면이 또 희망이 있다는 걸 믿는 것.
죽음의 이면이 삶이듯이, 민들레의 상대성, 삶의 다양한 측면을 마주하는 것.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p263~264>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 뒤에는 지배자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p.268>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게 많다.
물고기라는 생물학적 분류는 틀렸다는 것.
그냥 미국에 있는 대학이구나 했던 스탠포드대학과 그 설립자들.
초대 학장. 그 초대학장이 우리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그 사실을 책으로 씀으로 인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모두 놀라웠다.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와 통찰
그리고 전개방식이 매우 신기하고 새로워서 한동안 어리둥절한 느낌이였다.
나에게 물고기로 대변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깨부수거나 포기해야하는, 버려야하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수시로 생각해 보고 있다.
인정욕구, 외모강박, 좋은 부모, 모범생, 내가 이것들을 버릴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가
우주의 점 중 점, 먼지 같은 내 가벼운 존재를 실감하고 웃었다가 우울했다가 반복 중이다.
나는 아직도 나의 물고기를 포기하지 못해서 혼란 속에 살아간다.
책의 마지막 장 소제목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 제목 때문에
이 단어를 찾아보게 된 책이 생각났다.
예전에 읽었던 '멀고도 가까운'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는 중.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비슷하게 느껴지는 책.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페스트의 밤_ 오르한 파묵 (0) | 2022.08.23 |
---|---|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 사샤 세이건 (0) | 2022.05.28 |
고립의 시대 (0) | 2022.03.25 |
책_몰입의 즐거움 (0) | 2022.03.18 |
2021 독서기록 (0) | 202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