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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몰입의 즐거움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 심리학자의 이름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름의 발음이 특이해서 여러번 발음해 봤다.
아마도 김형경작가님 책 같았는데 다시 그 책을 찾으려고 해도 어떤 건지 모르겠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24살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하루의 경력상 공백이 없이 회사에 적을 뒀다는걸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자랑스러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언제나 회사란 곳에 다니면서도 일의 지겨움에서 해방될 길이 없었다. 이 지겨운 마음을 내 속에만 품을 수 없이 넘쳐 흘러서 주위 사람들에게 내 지겨움을 쏟아내고 사는 중이다. 내가 징징대며 내 밥벌이가 고작 이런거라고 난 정말 멋진 일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준다. 일은 원래 지겨운 것이고 회사 밖에 여가활동에서 재미를 찾으면서 사는 거라고, 그런게 바로 워라밸이라고 말한다.

그래 일은 원래 지겨운거지! 저들은 이미 다 알고 수용하며 잘 사는데 나는 이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금 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난 정말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찾아 나설 생각만 하고 산다. 지금 여기가 아닌 저기 다른 곳을 늘 꿈꾸며(이게 바로 내 핵심 문제인걸 알면서도)

가끔 회사에서도 일을 즐겁게 그리고 아주 잘 하는 후배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 내 시기심이 폭발하는 것을 느낀다. 나랑 같은 일을 하는데 내가 지겨워하는 일.
해도 별로 티도 안 나는 일을 그들은 엄청나게 멋진 일로 만들어 낼 때.
내가 죽어도 못 가질 그 창의성과 열정이 부러워서 잠을 설친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어봐야지하고 사놓고 책장에 모셔만 두던 책을 최근에 집어 들었다.

 

일이 지겨워서... 즐겁게 일하고 싶어서 샀던 종이책 두권


사실 초반에 읽다가 다른 책에 밀려서 덮어놨다가 최근에 다시 읽은 “아주작은 습관의 힘”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몰입의 경험이 온다는 내용이 한 문장 소개되었는데, 어 이거 내가 보던 책이네 하고 각주를 보니 그 책이 바로 “몰입의 즐거움”이였다.

예전에 보다가 딱 멈춘 그 부분에서 다시 잡고 읽게 되었다.
몰입의 즐거움은 사회책, 도덕책, 윤리책처럼 매우 교과서적 느낌이다.
사례는 모두 세기말(20세기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주로 미국인의 얘기지만
21세기를 20년 살아온 지금의 내가 읽어도 정말 좋은 지식과 책들과 말들이 줄줄 흘러넘치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몰입을 단순한 집중력 향상 정도로만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 이를 테면, 꽃사기 같은 것을 할 때 몰입의 경험이 최고치라고 착각했다.
(물론 능동적 여가활동의 경우에도 몰입이 가능하다고 함)
책에서는 몰입의 경험은 여가생활보다는 일을 해냈을 때, 특히 내 실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해 냈을 때가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놀라웠다). 인생에서 몰입을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행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그래서 몰입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히 장을 나눠서 설명해준다.

 

 

책 몰입의 즐거움 목차


나는 특히 4장과 5장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을 했다.
'일의 역설'과 '여가는 기회이며 동시에 함정'을 읽어나가면서, 이미 다 내가 아는 얘기네 싶었다.
이미 다 아는 데도 그 작은(?) 결심과 의지가 이렇게도 어려움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지금도 일의 뿌리 깊은 이중성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일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일을 하는 동안엔 거기에서 벗어나고픈 유혹에 시달리는 것이다. <p. 70~71>

청소년들은 기성 세대가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중적 태도를 아주 일찍부터 배우는 것으로 나타난다. 열한두 살이 되면 아이들은 일반 사회인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사고 방식을 내면화시킨다. ...
일이 집중력을 요구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시간은 수업시간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을지라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일에 대하여 갖는 애매모호한 태도는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굳어져버리는 것이다.<p.74~75>

그러나 일에는 안 좋은 점도 따르지만 일이 아예 없는 것은 더 끔찍하다...
이렇다 할 수입도 없이 한가로움만 주어진다면 그 사람은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참담함에 젖는다.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목표 의식과 도전 의식이 없이는, 자기 절제가 아주 뛰어난 극소소의 사람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삶을 누리기에 충분할 만큼 마음을 한군데로 모으기가 어렵다.<p.79>

성인이 일상 생활에서 몰입 경험을 언제 하는가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여가 시간보다는 근무 시간에 그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ESM 조사 결과가 처음에는 무척 놀라운 것이었다....
일을 통해 느끼는 경험의 질이 예상 밖으로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회만 있으면 우리는 일을 줄이려고 한다. 왜 그럴까? <p.79~80>

책에서는 이유를 두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일의 객관적 조건이다. (사무실 환경이 후지다거나 내 시간을 저당잡혀야 한다는 점) 두 번째 역사적으로 일을 천시해 온 의식 주관적 태도이다.

일에서 벗어난 시간을 늘 꿈꾸지만 여가 시간이 행복의 필요조건 일 수는 있지만 불행하게도 여가시간 그 자체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해결방법은.... 결국 정신승리(?)라는 결론

객관적 작업 환경과 우리의 주관적 태도,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일이 즐겁다는 생각을 좀처럼 갖기 어렵다.
하지만, 문화적 편견에 좌우되지 않고 일을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만들고 싶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한다면 아무리 범속한 일이라 하더라도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p 82>

몰입의 경험을 더 많이 해서 행복한 자기 인생을 사는 법으로 이미 다 내가 아는(머리로만 아는) 방법이 제시된다.
인간관계 가꾸기, 목표 세우기,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해치우기
이렇게 답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는 건데,
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곰곰이 생각해봐야만 하는거였네!
내가 언제 몰입의 순간을 느끼는지 꼼꼼히 다시 한번 기록해 봐야겠다.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길은 주인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 혹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실 가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끼고 살아간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진해서 원하는 일을 늘려야 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며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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