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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독서

몇 달 전에 단톡방에서 어떤 책을 추천 하면서
"일년에 책 5권쯤 읽는 저희 남편도 재밌게 읽었어요" 라는 말을 했었다.
그랬더니 다들 남편이 일년이 책 5권 읽으면 진짜 많이 읽는 거라고 대답해줬다.
그래서 남편이 2021년도에 읽은 책을 세어보기로 했다.

 

 

 

 

1. 달의 궁전
이 책은 내가 20대때 샀던 책이고 결혼하면서 들고 온 책 중의 하나, 나는 오랜 간격을 두고 2번 읽었다.
우리 남편도 이번에 2번째인가 읽었다. 내가 항상 책을 읽고 있고(?) 어떤 이유에서든 그게 자극이 되었는지
남편도 가끔 책을 뽑아 드는데, 막상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난감함 때문인지
우리 집에 있는 많은 책중에서 꼭 읽었던 것만 읽으려는 습관이 있다.
이 책을 거의 몇달을 펼쳐놓고 야금야금 보길래..그럼 줄거리 흐름을 따라 갈 수 있냐고 타박했다.
그래도 두꺼운 이 책을 완독해 내고 혼자 엄청 자랑스러워했는데, 나는 마구 비웃어주었다.

2. 상실의 시대
이 책도 내가 결혼하면서 들고 온 책, 20대엔 이게 뭐야? 하고 읽었고, 딱 주인공의 나이 38살쯤 되었을때
다시 읽었더니, 20대는 원래 이렇게 혼란스럽게 지나가는거구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달의 궁전을 읽은 남편은 독서하는 자신의 모습이 넘 뿌듯했는지 바로 다음 책을 골랐다.
집에 여러번 꺼내 읽는 책중에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두권이 남편의 스테디북이다.
상실의 시대가 쇼파 옆에 한달 넘게 펼쳐져 있다가 정말 야금야금 읽어내더니 또 읽어 냈다.

아마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이어서 올해로 4회독 한 것 같다.

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도 20대에 내가 사서 보고 결혼하면서 가져온 책.
갑자기 옛날 책 읽기에 빠지셨는지 바로 이어서 고른 책이 이거였다.

분명 10년전에 내가 이 책을 신혼집에 가져왔을 시절에 읽었을 텐데도 또 읽었던 책을 골랐다.
이 책이 쇼파 옆에 테이블에 식탁에 한참 동안 펼쳐져 있었는데,

너무 철학적이고 문장자체가 어려워서 초집중해서 읽어야되니까 하루에 많이 읽을 수가 없다며

변명을 했다. 아직 다 읽은 것 같진 않다.

4.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내가 읽고서 여러 사람에게 추천한 책, 남편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난 전자책을 샀지만, 굳이 도서관가서 종이책을 빌려다가 남편에게 슬쩍 내밀었다.
남편은 평소에도 명상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분명 이 책을 좋아할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도서 대출 연장을 1번 했고 기한내 반납을 했으니 3주가 안갈려서 읽어내더니
매우 좋은 책이라며, 자기도 이런 책을 써야겠다면서 갑자기 의욕이 충만해졌다.



5. 매일 아침 써 봤니?
책 써보겠다고 하길래(물론 나는 이걸 초등학생이 꿈이 대통령이에요 라고 말하는 정도로 받아들였다.)
예전에 내가 읽어보고 좋았던 책을 대출해서 줬다.
(전자책으로 이미 다 샀지만, 정기구독 사이트에도 있지만 굳이 남편을 위해 주말에 도서관 방문해서 대출)

나는 예전부터 남편한데 늘 육아살림 블로그를 하라고 권했다.
집안일의 분담은 7:3(내가 3), 육아 분담은 6:4(내가 4) 이런 정도라서 남편이 뭔가 글을 쓴다면
육아살림 블로그가 딱이라고 늘 강하게 얘기했다.

(우리 아이들의 친구 엄마들은 우리 남편이 무슨 일을 하긴 하나 매우 궁금해한다)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랑 살림 얘기는 얼마나 재밌을까 하면서 권했는데
그 동안은 내 말을 무시했다가
딱 김민식 작가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나서 갑자기 매일 블로그에 일기쓰기 도전중이다.

요리는 잘 하지만 플래이팅엔 관심이 없었는데, 일기용 사진으로 쓰겠다며

음식사진 찍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6.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갑자기 남편이 내가 빌려다 주는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나도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
남편이 호감을 갖게 된 김민식 작가의 책을 또 빌려왔다.
(이것도 전자책 있는데,,, 굳이 또 종이책 빌리러 도서관 방문, 종이 책 빌린 김에 나도 다시 한번 읽었는데
2019년도엔 그냥 그랬던 책이였는데, 다시 읽었더니 너무 좋았던 책이다)


언제나 여행을 꿈꾸지만 여러 고려사항이 많아서 떠나지 못하는 남편에게 희망을 준책
남편이 훌쩍 여행떠날까봐 괜한 깨달음을 준건가 싶었지만
이 책도 재미있게 읽어냈다.

 

사실 남편은 예전에 드라마 내조의 여왕 애청자였기때문에

그 전에도 내가 김민식 작가님의 책을 여러번 추천했었다.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부터 위에 두권까지 다 읽어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타이밍이 맞았나 보다.

 

저 책을 반납하고서 또 몇권을 책을 대출해서 여전히 읽고 있으므로

남편은 일년에 5권 이상의 책을 읽은게 증명되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나,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남편

우리는 서로가 마음에 안들때 이런식으로 서로를 비하해 왔다.

남편이 운동하고 있을 때 내가 하는 말은

"힘들게 왜해?" "좀 적당히 하지?" "그렇게 자기 관리해서 어디 어필하게?"

남편의 대답은 "너 그렇게 운동안하고 살다가 늙어서 고생한다"

 

내가 책을 열심히 보고 있을 때 남편이 내가 하는 말

"백날 책 읽으면 뭐해?" " 그 시간에 애들이랑 놀아줄 것이지" "너는 성격부터 고쳐야 돼"

(열 받아 버럭했지만, 일리있는 말이라 새겨듣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12년을 같이 살고서야 달라지고 있다.

사춘기 이후부터 평생 매일 자신만의 운동루틴을 수행하는 남편을 

지켜보던 내가, 이제서야 운동해야겠네! 마음먹고 운동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홈트랍시고 운동을 하고 나면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벌써 다했어?" "운동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때까지 해야지 효과가 있단다"

 

혼자 틀어박혀서 책을 읽는 시간이 필수적인 나를 신기하고 가끔 짜증나게 바라보던

남편은 이제서야 내가 추천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매일 일기를 쓰는 바른 어른이가 되었다.

 

이제서야 서로의 취미생활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돌입한 것 같다.

나는 사실은 운동에 진심인 남편이 꼴뵈기 싫으면서도 내심 매우 존경스러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남편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책보고 있던 내가 꼴뵈기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2022년에 나는 운동에 더 집중하며 운동하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대단하다며 칭찬해 줘야겠다.

그러면 남편도 습관처럼 뭔가를 읽는 나를 칭찬해 주겠지.

그러면서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고 밸런스를 맞춰나가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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