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고민하느라 잠이 안오는 날 적어본 재택근무 후기
지난 2년동안 수시로 재택근무를 해왔기 때문에 이제 재택근무가 정말 익숙하게 적응이 되었다.
1. 재택 초기 2020년도
코로나 초기 2020년에 둘째가 초등입학이였는데 개학이 한주씩 미뤄지다가 4월중순쯤에나 첫등교가 가능했던 것 같아. 그것도 5명씩만.
그때 재택근무라는 것을 처음해 봤다. 이미 제도와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었지만, 시행 초기라 우왕좌왕했지만, 내가 시범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초1 초4 아이들이 원격수업이란거에 적응하기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그때 높은 관리자분들이 나에게 재택근무하니까 일이되냐며 수시로 물어봤다. 그분들은 어떤 의미로 질문했는지 알수 없지만, 내가 받아들이기엔 이렇게 느껴졌다.
‘집에서 일이 되겠냐?’
‘그냥 집에서 쉬는거지?’
‘애들이 엄마 일하는 데 방해 안하냐?’
“아 저희 애들은 애기도 아니고 다 커가지구요.
각자 자기 할일 해요. 제가 집에서 사이트 접속해주고
혹시 오류나면 재접속해주는거만 챙겨주면 되거든요”
이런 얘기를 사람을 만날때마다 했다.
관리자들은 나에게 정부정책에 맞게
재택근무 하라고하면서 막상 재택근무를 하면
재택근무자에게 집에서 편하게 노는 인간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그때마다 나는 변명해야 했다.
재택근무 절차상 매번 성과물을 제출함에도
저런 평가를 받았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재택근무중에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더욱 더 포장질 해야했다.
2. 2021년도
작년 2021년엔 더욱 대대적인 재택근무가 시작되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원격수업도 일상이 되었다.
이 시기에 주변에 퇴사를 정말 많이 했다.
코인이나 주식이 잘되서 사표를 냈네 어쩌네 뒷말이 많았지만, 내가 느끼기엔 퇴사자들은 매우 용기있어보였다.
실제로 나랑 잘 지내던 분도 이때 퇴사하였는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내가 얼마나 사무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며
재택근무로 사무실 출근을 안하니 사내정치에서 멀어지고 그거 말고도 인생에서 중요한게 더 많다는걸 알게 됐다고.
또 경제적인거 매우매우 중요하지만, 본인이 진짜로 원하는건 마음의 평화와 정서적 여유로움이였다고 얘기해주었다.
물론 경제적측면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사람이니깐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남은 정년과 그로 인한 수입을 생각해보면, 매우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은 퇴직자를 아니부러워하며 뒷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저런 용기가 없어서 참고 산다는 건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저분의 속마음이 딱 내 얘기라서 나만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사내정치 최적화이고 나만 도태된 인간인가 자괴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나는 일을 해야만 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3. 2022년 현재
2022년 1월부터는 재택근무보다 가능하면 사무실 출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다들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을 선호했다.(물론 직원 개인의 속마음 모름)
표면적으로는 집에서 일에 집중이 안돼요. 사무실이 편해요. 라는 말과 함께 가능하면 사무실 근무를 하려고 했다.
(사실 평직원들의 재택근무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느껴진다. 대면보고에 안정감을 느끼는 관리자를 제외하면)
한동안 재택근무 없이 매일 출근하는거에 다시 적응을 해야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금방 적응되어 가던 중에
가족확진으로 다시 재택근무모드가 시작되었다.
특히나 이번은 사전준비없는 재택근무라 정신도 없고
불편하지만, 이것도 또 금방적응이 되었다.
아주 살짝 불편할뿐 일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특히 출퇴근 지하철에서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왕복 최소2시간을 절약한 걸 생각하면 재택근무가 나에게 주는 장점이 훨씬 크다.
그러던 중 최근에 읽은 책 “ 그냥하지 말라(송길영 저)”여기 ‘가치의 액상화’파트에 재택근무에 대해 언급 딱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 반가웠다.
코로나로 인해 매일 출근하고 학교가던 기존의 관성이 깨졌다. 이 변화에 사회제도와 정보시스템이 마련되었다.
기존에 대면보고만 받으며 직원을 감시했던 관리자들은 혼란스럽고 새로운 감시방법으로 메신져를 이용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이런 관리자들은 사라질 것이다.
내가 나 이렇게 내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 바라보면서 열심히 일 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보여 줄 필요 없이 내 성과물로 온전히 평가받는 날이 어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