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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 여행(타이베이 여행기)


출발 전

2009년 신혼여행중 마우이 할레아칼라에서 일출을 보았고, 거길 내려오면서, "나중에 10년 후에 꼭 여기 다시 오자" 이런 말을 했던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 10주년도 어느새 지났다. 시간이 쏜살 같다오늘 하루는 길어도 한달 일년은 순식간처럼 느껴진다.

작년이 결혼 10주년이였고, 신혼여행에 쌓은 마일리지가 만료되는 상황이였다.
하와이는 못가더라도 어디든 가야했기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대만으로 정했다.
마음으로는 더 멀리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 맡겨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참기로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올해 여름이나 가을 항공권을 사두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허무했을까 싶다.

대만여행은 나에게 특별하게 기억되는데,
내가 다녀온 이후로 코로나가 전세계에 퍼져서 해외여행은 당분간 꿈도 못 꿀 상황이라서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에게 분리불안이 있는 내가(애들을 귀찮아 하면서도) 아이들 없이 2일을 자야 한다는 점'
'특히 아이들 없이 남편과 둘이서만 72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

나는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기도 하다.
낯설고 새로운 것을 별로 안좋아하고, 여행지로의 이동과정을 상상만 해도 쉽게 지쳐서 계획단계에서 여행을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늘 가봤던 곳 익숙한 곳만 계속 가는 편이다.

'내가 이런 것을 다 감수하고 가면 재미있을까?'
가고 싶으면서도 안가고 싶은(?) 묘한 내적 갈등상황으로 혼자 스트레스 받다가
이번엔 가기로 결정했다. 결심이 바뀌지 않도록 출발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로 보너스항공권을 받아놓고, 호텔까지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타이페이 여행 후기에 많이 등장하는 시먼이란 곳에 숙소를 정했다.

여행후기를 보고 책자를 빌려 보면서, 타이베이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는 도시라고 하면 뉴욕 같은 곳, 휴양지로는 동남아 고급리조트인데,
대만은 그 둘중 어느 하나도 아니였다. 사람들이 식도락 여행으로 대만을 추천하던데,
나도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대만음식이 내 취향은 아니였고(만두를 좋아하지만, 난 한국식 김치만두가 젤 맛있으니까),
특히 맛집에서 줄서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남편이 신경쓰였다.

아이들까지 맡기고 귀한 휴가를 내서 가는 여행이니 만큼 완벽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희망(또는 강박증)이 생겨서 나는 완벽한 준비모드가 되어 엄청난 공부(?)를 했고 그 완벽한 내가 아무것도 준비안하는 남편을 닥달하게 했다.
(무계획이 계획인 남편과 살아서 나도 요즘엔 여행가기 전에 아무런 계획을 안세운다.
반면 남편이 스스로 예약할 때가 있어 매우 놀라울 때도 있다. 역시 사람은 가만히 냅둬야 한다. 그게 어려워서 싸우지만,)

아이들을 두고 가는 불안한 마음, 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죄송함과 부담감, 그러니 더욱 좋은 여행이여야 한다는 강박감.

남편이 계획 안세우는 꼴만 봐도 열받는데, 아무래도 가서 싸울 것 같은데, 부정적 정서가 쓰나미로 몰려오고 이럴거면 그냥 가지마! 회피하고 싶은 충동을 다 이겨내고 나는 일단 인천공항에서 타이베이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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