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연휴 덕분에 오랜만에 출근이 부담되었다.
평소보다 더 부담되었던 이유는
출근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어제부터 내내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였다.
어서 빨리 해치우고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이 정도 일을 마음에 담지 못할 정도인가?
싶은 마음이 들면서 더욱 조바심이 났다.
몸을 좀 쓰면 마음이 소진하는 에너지가 분산될까?
출근 전에 운동을 갔다.
오랜만에 스쿼트와 런지로 하체가 후들후들한 지경임에도 지하철 한정거장을 걸어서 출근했다.
혹시나 언젠가(어쩌면 조만간)내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서 정신과에 가게 되었을 때에
내가 우울증진단을 받을까봐
더욱 몸을 쓰는 일에 집중해 보고 있다.
저는 이렇게 계획적인 사람입니다! 무기력한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어요! 라고 말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보니
역시나 이미 쌓여있는 메신저 대화창들
늘 해오던 일들인데도 괜히 더 하기 싫고
자신없어지고 그냥 뿅하고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심호흡을 여러번 하면서
하던대로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흘러가고 일은 다 해결되었다.
그때가 오후 4시쯤이였는데
순간 너무 허무했다.
아침에 너무 조바심 냈던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나 왜 미리 겁을 낸건가? 하는 자책감과 이어서
“그래 그동안 잘 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너무 애썼던 거야” 하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나와야 했지만,
전혀 그렇게 되질 않았다. 나에 대한 자비심을
도저히 끄집어 낼수가 없다.
(명상책을 열심히 읽기만 해서 이론만 알고
실전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요즘은 아침마다 비장하게 출근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리도 겁을 내는건가
어이가 없지만,
퇴근길엔 하루치의 긴장으로 녹초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없는데
(물론 있겠지만, 불가능해서 생각조차 안하는듯)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 회사를 딱 10년만 더 다녀보기로 목표를 정했다. 11년 째 되는 해에 욕심이 나더라도 반드시 그만둘거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공표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냥 회사를 더 다닌다고 하면, 저 선배 이젠 살만한가보다 생각해 달라고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 놓긴 했다.
마음 속의 희망 퇴직을 10년 후로 잡아놓고
앞으로 10년동안은 나를 잘 데리고서 출퇴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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