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 당김의 법칙(?) 때문인지 최근 연속해서 읽었던 책들이 모두 나무, 식물, 자연에 대한 이야기 였다. ‘정원의 쓸모’, ‘아무튼 식물’,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었는데, 내가 검색한 것이 아니라 예스24북클럽 첫화면에 등장했기 때문에 내 눈에 띈 책들이었다. 아무튼 시리즈는 심심할 때마다 검색해서 끌리는 주제를 고르는 편인데, 아마 다른 책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무튼 식물’에 끌렸을 것이고 매주 꽃을 사는 취미가 생겨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랩걸’을 알게 된 것은 마녀엄마에서 언급되어서 였지만, 지나고 보니 네권의 책의 주제가 비슷해서 신기했다. 나는 책의 내용도 당연히 좋아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로 온 어떤 운명같은 힘을 기억하는 것도 좋아한다.
책을 읽을 때 쏟아지는 다른 책에 대한 언급에 독서리스트가 추가되어서 늘 정신없이 읽는 건 아쉽다. 올해부터는 제발 한번에 한권씩 천천히 읽기로 다짐을 했지만, 자꾸만 책들이 또 다른 책을 소개해 줘서 여전히 동시에 여러권을 산발적으로 읽고 있다.(쇼파에서 보는 책, 누워서 보는 책, 책상에서 보는 책, 집안 일 할 때 듣는 책)
어쨌든 위의 4가지 책중에서 정말 즐겁게 읽었던 랩걸을 내 의식에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보기로 했다.
랩걸(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_ 호프 자런
이 책을 통해 과학자의 삶을 깊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린 과학자의 모습은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장갑을 끼고 비커에 뭔가를 섞거나하는 장면이였는데, 작가는 실험실 밖으로 나가 매우 깊이 있게 땅을(?) 판다.
그리고 실험실을 정말 사랑한다. 모든 과학자가 실험실에 이런 애정을 갖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과학에 대한 열정, 식물에 대한 사랑, 형제나 다름 없는 동료애를 읽어나가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유명한 과학상을 3번이나 받은 이 멋진 여성과학자에게도 여성이기 때문에 마주하는 벽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대부분의 딸이 겪는 엄마에 대한 애증의 감정 묘사에 깊이 공감했고, 책 3부엔 작가가 임신,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엄마로서의 삶을 성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한 개인의 인생에서 엄마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서양의 영화나 책을 보면 늘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성인이 된 자녀가 집을 떠나는 것이고 부모를 떠나 정말 멀리 훌쩍 떠나서 살게 된다. 이 책의 작가도 미네소타에서 태어나서 성인되면서 캘리포니아로 떠났고 여러 다른 주들을 거쳐 하와이대학의 교수로 지내다가 지금은 노르웨이에 있는 대학의 교수가 되어 노르웨이에 살고 있다. 책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어서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서는 가족 누구도 언급되지 않는다. 새롭게 만난 친구와 함께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스스로 노력해서 먹고 살아간다.
나의 경우를 보자면 나는 훨씬 더 길게 부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다가 결혼을 핑계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이 살면서 여러 가지 감정적 간섭을 주고 받으면서 지지고 볶는 모녀관계를 한 10년쯤 했다. 진정한 정서적 독립을 이룬 것은 겨우 최근 일년사이에나 가능했다(우리 엄마가 이제서야 성찰을 해서). 내 주변엔 나와 같은 친구들이(결혼으로 몸만 독립한) 많이 있고 여전히 부모와의 얽힌 감정과 관계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후배들의 경우를 봐도 나 처럼 결혼으로의 독립이 아닌 혼자서도 용기있게 독립을 했지만, 여전히 본가로부터의 간섭에 시달리며 괴롭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어떤게 맞고 틀리다를 정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나는 성인이 된 자녀를 쿨하게 떠내보내는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하루하루 이별의 날도 준비해야겠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을 줘야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자식이 낳은 손주가 너무 그리울 것 같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보고 싶다고 징징 댈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엄마로서의 삶은 초반에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부분과 뒤에 엄마가 되고나서의 성찰부분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좀 작은 분량인데도, 밑줄 그은 문장들 정리하면서 보니 역시 엄마인 내 정체성이 드러난다.
전자책으로 읽어서 종이책의 페이지 표시는 없음
<1부 뿌리와 이파리>
과학자 아버지를 둔 작가는 어릴 때부터 실험실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어두운 겨울밤 아버지와 내가 공작과 왕처럼 과학관 전체가 우리 것인 양 누비고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버지와 나는 우리의 성을 둘러보느라 너무 바빠 우리를 기다리는 바깥 왕국에는 관심도 없었다."
북유럽 가족의 특징이 이렇다고? 그래서 그들의 생활방식이 그런건가 어렴풋이 추측해 보게 된 문장
"북유럽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멀고도 먼 감정적인 거리는 어려서 형성되기 시작해서 날마다 강화된다. 누구에게도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는 문화에서 자라는 것,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지내니?’하는 일상적인 인사도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화 말이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훈련을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절대 입에 올리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배우는 문화 말이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나도 어릴 때 딱 이렇게 생각했었다. 우리 엄마는 왜 화가 나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 애들도 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났다.
"엄마는 항상 화가 나 있었는데, 나는 왜 그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 특유의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졌던 나는 내가 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엄마가 화가 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속으로 앞으로는 말을 더 조심하자고 맹세하곤 했다."
대학원시절 논문을 쓸 때 무슨 사례를 참고하느라 미네소타주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여기가 이렇게 추운 곳인지 이제야 알았다.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그토록 춥고 어두웠던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내 고향은 1년 중 9개월 동안 눈이 쌓여 있던 곳이었다. 겨울로 잠수했다가 다시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추동력이 된 리듬이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마침 집에 작약 한송이를 사다가 놓고 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 동그랗고 딱딱한 몽우리가 어릴 때 카네이션 만들기 할 때 썼던 습자지꽃처럼 비현실적으로 겹겹이 펼쳐지는 걸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책에서 작약이 언급되는데 이 과학자는 크기로 묘사해 놔서 재미있었다.
"엄마는 꽃을 고를 때마저도 강인함이 기준이었다. 골프공 크기의 몽우리에서 양배추만큼이나 큰 분홍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내는 작약"
호프 자런의 엄마는 엄청난 우등생이였지만 돈이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식 4명을 낳고 20년만에 대학에 갔고 당시 막내였던 유치원생 딸(작가)과 같이 영문학 책을 읽었다고 한다.
엄마가 못 이룬 꿈을 들으면서 자란 딸은 결혼으로 자기의 인생이 엄마처럼 될까봐 두려워하는 어른으로 자랐지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떠난다.
"엄마를 볼 때마다 내 눈앞에 있는 그 세련된 말투의 잘 차려 입은 여성이 한때 더럽고 굶주리고 겁에 질린 아이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라나면 그 사람들이 어쩌다 하는 말은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된다.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모어 카운티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영리한 소녀였다."
"엄마는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며, 각 문단마다 분투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나는 그런 식으로 어려운 책을 흡수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평범한 엄마와 딸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애정 어린 행동들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는데,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엄마와 나는 아마 각자의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엄마와 딸로 산다는 것은 뭔지 모를 원인으로 늘 실패로 끝나고 마는 실험을 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나는 내 삶을 구하기 위해 연구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가 남자에게 구속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일했다.
시골마을 결혼식을 거쳐 아이들을 낳고, 내 꿈을 펼치지 못한 실망감을 아이들에게 쏟아내면서 아이들의 미움을 받는 운명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 그런 길을 걷는 대신 나는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한 길고도 외로운 여정을 거치기로 결심했다. 약속의 땅은 존재하지 않지만 종착지는 지금 이곳보다는 더 나은 곳일 것이라는 개척자들의 굳은 신념을 가지고 말이다."
<2부. 나무와 옹이>
2부에서는 과학자가 우아하게 실험실에 박혀서 지낼 거라는 내 상상력이 와장창 깨지는 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했다(물론 실험실에서 매일 매일 밤을 세워가면서 실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때 등장하는 아르메니아 출신 빌이라는 인물 매우 놀라운 사람이다. 많이 독특하고 용감하고 기인에 가깝기도 하다(물론 이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안락한 부모님 집에서 살았던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나는 빌과 작가가 결국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거라고 넘겨짚으면서 읽었는데. 이 책은 남녀사이는 언제든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내 편견을 완벽하게 깨주었다.
"마침내 겨울을 맞기 위해 이파리들이 떨어진다...
이파리 하나하나는 모두 이파리 밑동 부분에서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잘린 것을 볼 수 있다. .....
우리가 모르는 신비스러운 이유에 따라 정해진 날이 되면 이 세포다발들에서 물이 빠지면서 약하고 바삭바삭해진다. 이제 이파리는 자신의 무게만으로도 꺾여서 가지에서 떨어질 정도가 된다. 나무 한 그루가 1년 내내 쌓아온 공든 탑을 모두 무너뜨리고 버리는 데에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
1년에 한 번씩 가진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들은 어떻게 하면 내년의 보물과 영혼을 하늘에 쌓아올릴지 모든 성인과 순교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첫 실험실을 같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표현한 부분인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늘 짜증만 내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그곳은 다른게 아니었다. 바로 우리만이 열쇠를 갖고 있는 우리의 첫 실험실이었다. 작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곳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것이었다. 나는 그 텅빈 방을 우리가 언제나 계획하고 꿈꿔왔던 실험실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본 빌의 눈에 감탄했다. 과거의 꿈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새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도 그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 세상에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진리를 표현한 문장
"우리 모두는 원숭이 하우스에서 일하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진리에 눈을 뜬 다음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세미나나 학회 같은 것에 참석하느라 실험실에서 떨어져 있을 때도 빌이 보내오는 뒤틀린 이메일은 내가 왜 이 일을 사랑하는지를 상기시켜 나를 잡아 매주는 역할을 했다.
....................................
‘나를 핵심 멤버로 인정해주는 곳이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은 낯선 도시의 메리어트 호텔회의장에서 뷔페 식사 시간에 혼자 서 있을 때 나 자신을 위로하는 대사였다.
..............
서로 등을 두르리며 웃어대는 무리들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채 서 있을 때 나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생각이었다."
<3부 꽃과 열매>
3부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리를 찾고 배우자를 만나서 엄마가 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물론 다양한 식물이야기와 연구여행, 실험실 얘기도 가득했다.
"지구 상에 사는 대부분의 살아 있는 것에게 꼼짝 않고 한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영하의 날씨 속에서 3개월을 견디라고 하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많은 종의 나무가 이런 일을 몇 억 년 이상 해내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 그래야만 나 스스로도 나를 괜찮다고 느낄수 있다.
"나는 빌의 바로 앞에 앉아서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봤다. 빌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빌이라는 인간, 그리고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똑바로 목격하는 증인으로서 그를 바라봤다. .. 나는 그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닌 지금의 그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를 받아들이며 느껴진 그 힘은 나로 하여금 잠시나마, 그 힘을 내안으로 돌려 나 자신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도록 했다."
그리고 길고 디테일했던 임신과 출산과정에 대한 부분
"임신은 내가 그때까지 평생 해본 일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
나는 어떤 하늘에 사는 신이 도대체 몸무게 50킬로그램짜리 여자가 15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임신한 배를 견뎌내야 한다고 정했는지 궁금했다.
나는 앞서 나가려는 마음을 붙들어 매면서 내 죄들 중 어떤 죄 때문에 지금 이 벌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나는 절대 아물지 않는 이 상처가 신물 나게 지겹다. 누가 작은 친절만 베풀어도 그 빵부스러기를 따라가면 엄마의 부드러운 사랑과 할머니의 애정 어린 칭찬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유치한 내 마음이 죽을 만큼 싫다. ‘이 여자는 내 의사지 엄마가 아냐.’ 나는 자신에게 그렇게 엄하게 이른다. 그리고 이런 욕구를 갖는 나 자신에게 치욕을 느낀다."
판에 박힌 모성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나는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는 일이고, 내가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나를 사랑할 것이며, 모든게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망칠 수 없는 100만 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실험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아기가 나를 나보다 더 큰 또 하나의 무언가에 닻을 내릴 수 있도록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내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특권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정말로 기쁨으로 거두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이에게 하는 입맞춤 하나하나는 내가 그토록 절실히 원했지만 받지 못했던 모든 입맞춤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내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이제는 내 사랑이 아이가 이해하기에 너무 큰 건 아닐까 걱정한다.....
이제 나는 내 아들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기다렸던 기다림의 끝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아인 불가능한 동시에 불가피했다는 것을 깨닫고, ....
나는 이 아이의 엄마지만 오직 내가 기대했던 엄마 노릇의 관념에서 나 자신을 해방시킨 후에야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묘한 것이 바로 인생인 것 같다. 이제 아이의 학예발표회를 가서 관객석에 앉아 있노라면 무대에 아이들이 가득해도 우리 아이의 얼굴이 무대 전체를 가득채워서 그 얼굴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라고 있고, 나는 날마다 아이를 조금씩 놓아줘야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이를 놓아주는 길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내가 비밀스럽게 느끼는 엄마로서의 환희는 다른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아들에게서 느끼는 환희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딸로 산다는 것은 나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계 혈통은 한 세대를 건너뛰어야 다시 이런 어려운 관계가 반복되는 것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손녀를 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햇살이 눈부신 오늘 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병을 띄워 보내고 싶다. 누군가 기억해주길. 누군가 언젠가 내 손녀를 찾아서 이야기 해줄 수 있기를,,
결국 할머니는 수십 년 먼저 손녀를 사랑해버리기로 결정했다고 그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기를. 그 아이에게 할머니가 햇빛을 받고 앉아서 나무를 때르는 소리를 들으며 너를 꿈꿨다고 누군가가 말해줄 수 있기를."
나만 둘의 관계를 착각한건 아니였나보다.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관계에 대해 의아해한다. 빌과 나 말이다. 오누이? 영혼이 통하는 친구? 동지? 수사와 수녀관계? 공범? 거의 매끼 밥을 같이 먹고, 재정적인 문제도 얽혀있고, 서로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여행을 같이 가고, 일을 같이 하고, 서로가 시작한 말을 대신 끝내주고, 그리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어왔다."
"나를 선택하면 함께 따라오는 종합 선물세트의 일부,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형제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우리 두사람 사이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라벨을 원한다."
나무를 심자는 당부
"해마다 적어도 나무 한 그루가 우리 이름으로 베여나간다. 개인적으로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한 해에 나무 한그루씩 심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눈을 부릅뜨고 나무를 골라야 한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결혼을 하는 것과 같다. 장식품이 아닌 동반자를 선택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엔 과학자답게 엄청나게 자세히 책에 언급한 실험 데이터를 설명해 준다. 내가 식물학 책을 읽고 있나 착각 할 만큼 너무 유익하고 재미있는 지식이 쏟아진다. 이 책은 식물과 과학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매력넘치는 책이였고, 유시민 작가가 딸에게 추천하는 책으로도 유명한 것처럼 나도 같은 심정이다.
검색하다보니 작년에 신간이 나온 걸 발견했다. 당연히 읽어야 할 독서목록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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