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나는 책을 빨리 읽어버리는 편이고 빨리 읽고 다른 거 봐야지 하는 성격 급한 독자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이 너무 좋아서 아껴 읽느라 천천히 본다는 소리를 하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는 기분이 들었고, 책을 아껴 읽는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나에게 이 책이 그랬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지만, 내가 너무 빨리 읽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했고, 뭉클하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에 누군가 나에게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얘기해주었다. 추천하고서 나서 나는 그 책을 또 읽었다. 그 사람이 어서 읽고 후기를 들려주길 기다리며, 그때 같이 맞장구치며 수다 떨려고 일부러 다시 읽어서 최근까지 정독만 3번이나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 그 책 다 봤어”, “정말 좋더라”, “재밌더라”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아는 사람들과 책 수다를 떨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 읽었다며, 얘기 해주기를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는 인터뷰가 두려워 거절할 궁리부터 하는 얘기, 강의할 때 인간 진동기 되는 얘기, 갱년기 우울감 얘기, 애물단지 자식 얘기, 집순이로 사시는 얘기, 번역가 얘기, 덕질 얘기 등이 나오는데 에피소드가 재치만점에 웃기고 눈물나고 재미있다. 작가님이 50살도 넘으셨는데, 이런 표현 조심스럽지만, 눈물 많고 말도 많은 아줌마 모습으로 그려지는 부분이 매우 귀여우시다.
<책 프롤로그 중에서 일부>
"그러나 힘내지 않아도 치열하지 않아도 꾸역꾸역 삶을 버티다 보면 무라도 얻게 되는 것 같다. 막막한 흑산도 바다를 바라보며 살던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얻지 않았는가. 그런 위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이런 나 같은 사람도 있고 말이다. 막막한 바다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그 바다를 건나는 누군가에게 한 줄쯤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블로그 찾아서 구독하려고 검색했는데, 아직 못 찾았다. 작가님 블로그 아는 블로거에게 물어볼까 싶었지만, 언젠가 나도 딱 하고 찾을 수 있겠지 기대하며....
이 책이 매개체가 되어 봄 내내 많은 책을 만났다. 권남희 작가님이 번역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었는데(일본문학을 잘 안 봤다), 바로 이어서 작가님이 번역한 ‘종이달’을 읽었다(혹시나 하고 검색해보니 북클럽에 있었다). 종이달의 여운을 달랠 틈 없이.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책에서 반가운 만남이였다고 소개한 김하나 작가를 검색해보니 이분이 세바시 ‘만다꼬’ 강연자여서 아 이분이였구나 했다. 호기심에 김하나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게 됐고 그 책에서 김혼비 작가를 알게 되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와 ‘아무튼 술’을 읽었고, 이어서 아무튼 시리즈를 읽다가 여름이 왔다.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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