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독서모임 책,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독서모임 책으로 내가 추천한 책이였다.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쇼펜하우어를 제목으로 단 책들이 많아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지 오래되었다.
혼자 읽으라고 하면 읽기 싫은 철학책이니까 독서모임과 함께 읽으려고 추천
이 책을 추천 한 날은 책 모순을 읽고 독서모임을 한 날이라
더욱 인생의 행복과 불행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절절했던 것 같다.
밑줄 긋기 막 하려고 일부러 종이책을 구입했으나
전자책의 키워드 검색기능이 필요한 책이라서 그냥 전자책 살걸 후회했다.
내가 쇼펜하우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비관주의 철학자'라는 것 뿐이였다.
비관주의와 회의주의에 흠뻑 빠져들겠군! 예측하면서 책을 펼쳤다가 많이 당황했다.
일단 너무 읽기가 쉽다. (난 철학책이니깐 책상에 앉아 공부하듯 읽어야지 생각했기에)
모든 문장들이 현대적이면서 세련됐다.(번역의 힘일지도)
지금 서점가에 있는 수 많은 치유에세이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인생의 허무함과 그 속의 행복과 불행, 인생과 시간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사유 등이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쓴게 아니라 그냥 옆집 할아버지가 쓴 것 같은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쇼펜하우어를 검색해서 연대를 읽다가 21세기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들과
영향을 받은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을 훑으며 프로이트의 이름까지 발견하고
또 특히! 문학사의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마주하면서 무식한 나를 대면하기도 했다.
(아! 이런 것도 모르고 세계문학을 읽는다고?)
지금까지 쇼펜하우어라고 하면 내가 떠올리는 단어는 '고통', '고뇌', '권태', '죽음' 등이였다.
책을 읽다보니 고통과 죽음만큼이나 '행복', '우정', '성실'이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인간의 끝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사유의 과정이 언제나 죽음의 공포에 맞서 싸우다가 기진맥진하는
나에게 묘한 희망과 위로를 줬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언제든 아무페이지나 펼쳐도 너무 쉽게 이미 나도 다 아는 얘기지만,
권태 또는 두려움에 허우적대는라 고통받는 나를 손쉽게 건져준다.
그리하여 책의 곳곳에 밑줄을 그었지만 어떤 부분은 해당 챕터 전체가 다 밑줄이기에 일부만 줄여서 옮겨보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 본다.
인내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깨닫고 그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인내다. 견뎌내지 못할 때까지 버티는 건 멍청한 짓이다.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동반자살이나 다름없다. 몸과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는 기준을 정리해 오래도록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평범한 생활이 나만의 고유한 재능으로 인정받는 날이 온다.
규칙적이지 않은 위대한 생애는 없다.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그런 생활이 그에겐 적합했기에 그들의 삶은 위대해진 것이다. 시류에 따라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악습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적절히 어울리는 규칙을 정해놓고 인내라는 재능을 발휘하여 습관화한다.... 특별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점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만 특별함이 갖춰지는 것이다.<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27~28쪽>
자기만의 규칙속에서 성실하게 살자!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이 챕터의 제목은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였다.
내가 밑줄 그어놓은 인내와 산책은 무슨 관련이야? 의아해서 다시 읽어보면
매일 산책하는 자신의 습관을 설명하면서 시작되는 인내와 규칙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의 챕터 전체를 다시 읽어야만 소제목과 내용의 흐름을 다시 알아 챌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죽음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게 해준 문장들인데, 우리의 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어짜피 죽을건 맞지만 그럼에도 순간순간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역설의 말이기도 하다.
(아! 이래서 요즘 사람들이 쇼펜하우어 책을 많이 읽나보다! 했다. 결국 자기계발로 이어지기도 하니깐)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보다 나은 삶이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막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좀 더 의연하게 죽음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
고통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걸어가야 할 필수 과정이다. 절대로 사라질 리 없는 유일한 길이다. 그 끝에 죽음이 있다. 죽음이야말로 우리를 완성하는 강력한 본성인 것이다. <인생에서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48~49쪽>
인생에서 가장 애처로운 시간은 먼 훗날, 관 속에 누울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품이 깨닫게 되었을 때, 일생을 헛된 욕망을 좇느라 세월을 탕진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는 한 번 더 시간이 주어지기를 가만히 소망해보는때다. ....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낙엽처럼 힘없이 추락할 때 바람에 말하고 싶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너를 미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100~101쪽)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자연은 개체의 삶과 죽음이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특별히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동물과 인간의 생명은 사소한 우연에 맡겨져 어이없이 죽어간다.<죽음마저도 자연의 일부이다. 199쪽>
행복이란 평범함, 성실성, 과정의 일부라고 말해주는 문장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된다. 행복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모금 같은 것이다.<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 63쪽>
행복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행복을 활동 그 자체로 본다. 나는 행복을 활동 그 자체로 본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잘 산다고 느끼는 까닭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잘 하고 있다'는 지속이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79쪽>
이 책에서 나만의 키워드를 고르라면 난 '권태'를 꼽겠다.
그리고 딱 하나의 챕터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권태는 언제나 우리 등 뒤에 서 있다.' 이 부분을 고르겠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고통의 압력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인데, 지금의 나에게 딱 와 닿았다.
이 부분 전체가 절절하게(마치 그리스 연극 톤으로) 읽혀졌다.
만일 인간의 무지한 소원이 이루어져 영원한 시간이 주어지고, 모두가 부유해지고, 늙지 않고, 사랑하게 되고, 병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류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의 절정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는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권태뿐이다. ...
그렇다면 권태로운 인간은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천국이 지옥을로 바뀌는 순간이다. 권태라는 간수가 내 등 뒤를 노려보는 감옥이 되는 것이다. 천국에서 권태라는 간수를 만난 인간은 자신이 죄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천국에서 권태를 깨달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느니 지금 사는 이곳에서 고난을 받고 싶다. ...
"오늘은 정말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내일은 더 힘들겠지. 살다 보면 점점 더 괴로워질 거다. 네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 거야." ... <권태는 언제나 우리의 등 뒤에 서있다. 119~123쪽>
뒷부분에 이어지는, <'고독'과 '권태'는 나의 말이 되었다.> 부분 역시 전체가 크게 와 닿았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이 나의 의지에 달렸다는 설명인데
나는 인생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이걸 나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덜 분노해서 그 의지가 발현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결국 내가 아직 덜 힘들기때문이라는 반증인가? 싶었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삶은 기껏해야 두 종류뿐이다. 권태에 시달리든지,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다. 권태도 반복되다 보면 고통이 되고, 잦은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한 권태가 된다. 어차피 인간은 권태로운 존재다. 우리가 기쁨보다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괴롭겠지만, 언젠가는 기쁨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단계에 도달하면 인생은 더는 고통스럽지도, 권태롭지도 않은 평범한 그 자체가 된다. 그것으로 고난은 끝이다.
..
고통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은 믿음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 나의 의지를 믿기만 한다면 인생은 두려울 이유가 없다. 상대방의 의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의 말과 행동에서 내가 고통받을 이유가 없다.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두려움은 치유해야 할 질병이다. 이것은 감기와 같다. 감기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 두려움도 특별한 처방이 있거나, 효과가 뛰어난 약을 먹는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의지가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고독'과 '권태'는 나의 말이 되었다. 221~222쪽>
처음 읽은 땐 별 감흥없이 그냥 후르륵 읽어버렸다가 아침에 독서모임멤버들과 얘기를 하고나서 다시 한번 읽어보니
아! 매우 좋은 책이였네! 그래서 많이 팔렸나보다 수긍했다.
그리고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쇼펜하우어 행복론' 이런 책들을 저장해뒀다.
읽은 것 정리와, 읽어야 할 것이 넘쳐나는데 또 부담이 가중되었지만, 나의 세계의 확장됨이 기쁘다
2024년 나에게 부과한 숙제
올해는 반드시 독서모임 책은 꼭 후기를 남겨보기로 결심했고,
3월달도 올해 세번째 숙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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