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2018년에 미국에서 출간됐고 오바마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사가 극찬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작년에 이책이 우리나라에 출간 되었을때,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갔을 때 기억나서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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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책의 분량에 대해서 고민하진 않지만
종이책으로 두꺼운 책을 보는건 너무 불편했다.
특히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무조건 책상에서만 보는게 내 원칙이라서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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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전자책이 있나 싶어서 검색했는데 마침 옆동네 도서관에 전자책이 있어서
바로 전자책으로 대출했다. 책 줄거리에 빠져서 잠을 포기하고 밤 늦게까지 읽었다.
읽고 나서는 너무 충격적이라서 한동안 안하던 독서후기를 찾아서 읽었다.
(나는 책을 읽고나면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찾아서 많이 읽었다. 내가 느낀게 그게 맞나? 싶은 책일수록 더 그랬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읽었는지 관심이 없어졌고 내가 느낀 그 기분만으로 충분하기에....)
내가 이 책이 충격적이라고(또는 놀랍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
내 또래의 미국 소녀가 학교도 안가고 그렇게 무서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금쪽같은 내새끼에 열번도 출연해야할 부모의 양육방식도 충격적이였고
이 가족은 사건사고가 그렇게도 많은 건지, 다치지 않게 조심한다던가. 다쳤으면 병원가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지도 않는 장면이 정말 여러번 나온다.
줄거리를 먼저 알았을 때 나는 이 책이 '천재소녀' 성장기일 거라고 예측했지만 아니였다.
이 책은 주인공이 원가족으로부터 분리되는 성장기로 이해되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자랑하는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학교는 정부의 선전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에게 자라며 초중고는 가본 적이 없었고
가정출산이라서 출생증명서 조차 쉽지 않아 여권 만드느라 애를 먹었고
힘들게 캠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지만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에 대한 묘사보다
얼마나 원가족이 내 삶에 큰 존재인지에 대한 면이 더 부각되어 있다.
교수가 가장 훌륭한 에세이라고 칭찬 할때 주인공이 보인 반응은 이랬다.
나는 모욕당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런 말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친절을 제외한 어떤 형태의 잔인함도 견뎌 낼 수 있었다.
칭찬은 내게 독과도 같았다. 그것을 마시면 나는 목이 메었다.
나는 교수가 나에게 고함 치기를 원했다
자존감이 이리도 낮았던 주인공은 엄청난 혼란과 괴로운 시간은 견뎌내고
어느 정도 가족과 거리를 두는 선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책을 읽으면서 원가족과의 분리가 이렇게나 어려운거구나하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원가족을 떠나서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줄 알았지만 주인공은 가족과의 연결을 소망하며 책이 끝난다.
마지막 장(40.교육)이 매우 큰 여운이 남는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미움사이의 양가감정에서 고민과 혼란을 반복하다가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장면과 통찰이 매우 놀랍다.
이 이야기를 이루는 마지막 단어들을 써내려 가는 지금도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 부모님을 다시 못 본 상태다.....
가족들과의 이 분리가 영원히 계속될지, 아니면 언젠가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내 마음은 평화롭다.
그 평화는 쉽사리 얻은 것이 아니었다.
2년에 걸쳐 나는 아버지의 단점을 열거하고 끊임없이 그 기록을 업데이트하며서 보냈다.
마치 아버지에게 품었던 모든 반감과, 실제 혹은 상상 속에서 벌어진 가혹함이나 방임의 예가 충분히 많으면
내가 아버지를 내 삶에서 끊어 버린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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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당화 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죄책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을 향한 분노가 아무리 거세고 크다 해도 죄책감까지 누를 수는 없었다.
죄책감은 다른 이들과 상관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자신의 비참함에 대한 두려움이다. 다른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래된 불만들을 끊임없이 들먹이며 탓하기를 멈춘 후에야,
아버지의 죄와 내 죄의 무게를 견주는 것을 멈추고 내 결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등식에서 완전히 뺀 후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나는 자 나신을 위해 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그럴 만큼 큰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내내 책 랩걸이 생각났는데 나는 미국에서 자란 여성 박사들 얘기라서 그런가 싶었다.
책을 덮을때 역자이력을 읽으면서 보니.. 역자가 김희정, 이력에 랩걸이 있었다.
랩걸 읽은 얘기
랩걸
끌어 당김의 법칙(?) 때문인지 최근 연속해서 읽었던 책들이 모두 나무, 식물, 자연에 대한 이야기 였다. ‘정원의 쓸모’, ‘아무튼 식물’,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읽었는데, 내가 검색
roleplay.tistory.com
또 책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버팔로를 지키는 프린세스 부분은
Magic tree house 시리즈 중에서 라코타 인디언과 버팔로떼가 나오는 장면을 연상시켜주었다.
이런 소소한 발견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지나가듯 언급되는 책이나 단어들
예를 들어 책 피그말리온, 제2의 물결, 밥 말리,, 이런 것들을 내가 다 이해하고 있어서 좋았다.
책을 덮자마자 지금은 주인공이 가족과 어떤 관계일까. 출판된지 3년쯤 지난 시점에서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했다.
구글링을 하다가 보니.. 이 말도 안되는 정신병자 같은 부모.. 그 중에 엄마가 작년 말에 책을 냈는데..
대박! 책 제목이 Educating (배움의발견 원제는 Educated), 이미 앞에 책을 4권이나 쓴 작가라는데,
에듀케이팅은 홈스쿨링에 대한 얘기라는데 책 제목만 봐도 딱 딸의 책에 재 뿌리는 듯한 내용으로 추정 되었다.
아마존 별점 후기가 거의 악평인걸로 보아 어떤 내용인지 너무 잘 알겠고
이 책의 발간으로(흥행실패 일지라도) 주인공이 또 한번 가족에게 돌아가는 건 못했겠구나 짐작해보기도 했다.
또 구글링 중에 발견한 유튜브 영상에서 어느 졸업식 장면 연설중 주인공이 무반주로 노래하는 영상을 발견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했고 맑은 목소리에 감동받기도 했다.
책 발간 즈음에 여러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물론 인터뷰 내용 이해 못했지만, 책을 읽었다면 분위기 파악이 되는 내용들)
이제는 주인공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채고 자신이 순금임을 믿겠구나 싶었다.
주인공이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를 증명해줘서 기뻤고
내 인생의 역사를 쓰는 건 나 자신이라고 나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매우매우 유익하고 충격적이였던 독서였다.
이 책을 읽고 일주일 내내 누가 나한테 말만 걸면
이 책 읽어봤냐는 말이 줄줄 흘러나와서...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