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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대한 내 감정, 내 기분, 내 마음

여름 날 2020. 12. 6. 13:33

<좋아하는 계절>

 

요즘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느끼면서 아침 출근길 마다 생각한다.  이 계절이 참 좋구나!

나는 초여름(6월)과 초겨울(11월말에서 12월초)을 매우 좋아한다.

초여름과 초겨울은 서로 극단적이지만, 이 둘을 정말정말 좋아한다.

 

여름과 겨울이 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모든 것에 흥분되고 행복감이 느껴진다.

초여름 냄새와 초겨울의 냄새가 따로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름엔 이른 아침 나무냄새, 겨울엔 하얀 입김 또는 서리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특히 옷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데

옷이 아주 얇아지는 시기와 옷이 점점 두꺼워지는 시간이다.

초여름에 막 나오는 여름 원피스를 볼때

늦가을에 막 나오는 겨울 코트들을 볼때

아 드디어 또 여름이 왔어! 아 또 겨울이 왔어 하고 신이 난다.

 

그런데, 내가 이 계절을 좋아하는 더 깊은 이유는 휴식에 관한 욕구인 것 같다.

여름방학이나 휴가를 기다리는 마음, 마음이 풀어지고 괜히 들뜨는 연말의 기분은 늘 설레고 기쁘다.

 

<싫어하는 계절>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달은 3월과 9월이다.

내가 싫어하는 계절을 생각해보면 이건 내 오래된 학교생활이 남긴 트라우마 같기도 하다.

나는 이걸 봄을 타고 가을을 탄다고 오랫동안 생각 해 왔다.

햇볕은 점점 따뜻해 진다고 하지만 3월의 추위가 싫었고 점점 날씨가 서늘해 지고 있지만, 9월의 늦더위가 싫었다.

이 3월과 9월은 학교생활이 새롭게 시작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유독 내성적이였던 나는 새학기 새학년이 너무 부담스럽고 싫었다.

그게 계절에서 느끼는 감각, 감정과 연결되어서 3월의 꽃샘추위가 여전히 안좋은 감각으로 느껴져서

오랫동안 내가 봄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또 여름방학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2학기가 시작되는 바쁜 9월엔 긴장감이 몰려왔다.

특히 2학기 시작하자마자 있는 운동회를 위해 제일 더운 낮시간 땡볕을 맞으면서 운동장에서 단체 매스게임연습을 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운동회가 끝나고나면 이러저러한 글짓기대회, 소풍이 정신없이 몰아친다.

내 인생에서 유치원을 포함하면 교육기관에 소속된 기간이 딱 만20년이고 마지막 졸업은 10년도 전 일인데

여전히 봄가을은 긴장감과 부담으로 다가온다.

 

봄이라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계절이 이토록 아름답고 좋은 계절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던게

둘째를 낳기 직전 일주일간이였다.

(첫째때는 출산휴가를 하루도 안까먹었다. 예정일을 일주일 남겨둔 상황에서, 내일부터 휴가에요. 더는 못 나오겠어요.라고 말하고 집에 갔는데 그 다음날에 낳았다는)

5월초가 생일인 둘째가 태어나기 직전에 예정일 2주를 앞두고 미리 휴가를 썼다. 내가 집에 있게되자마자 어린이집 안가겠다고 버티는 아들을 데리고 매일 공원 산책을 나갔다. 4월 말의 공원은 마지막 벚꽃이 흩날리는 꽃잎으로 환상적으로 예뻤고, 회사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엄청난 해방감으로 흥분했고 이 계절이 이렇게 아름다웠는데 나는 그동안 사무실 책상앞에만 앉아있었구나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가을을 새롭게 발견한 것도 겨우 올해부터였다. 혼자 둘레길 산책을 하면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순간 산의 변화를 내 눈으로 천천히 보면서 가을이 이렇게 좋은 계절이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봄과 가을에 대한 느낌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더 좋아하게 된지.. 겨우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또 그 3월과 9월 마다 내가 느꼈던 부담스러운 감정이 되살아나서 괴로웠다.

여전히 3월의 입학식은 추웠고 새학년, 새담임, 새친구를 만나야 하는 긴장감이 몰려왔고

심지어 교과서와 공책이 너무 빳빳하고 새거라서 답답함이 느껴질 지경이다.

 

우리 아이들은 나처럼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새로운 자극을 신남으로 받아들이길 바랐지만

이런건 또 너무 정직하고 꾸밀 수 없이  부모를 닮는 법이다.

다행히 예민한 딸이 입학한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간날이 많지 않아서 입학에 대한 부담감은 많이 내려놓았지만, 다른 엄마들이 방학이 그렇게 힘들고 싫다고 푸념할 때,

나는 워킹맘이면서도 방학이 너무 좋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제는 재택근무라서 아침에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학교가는 길에 조잘조잘 얘기를 하며 신나했던 딸은 정문 앞에서는

"학교가기 싫어" 말하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 순간 예전에 늘 학교가면 두통이나 복통에 피곤했던 내가 생각 나면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그렇게나 싫고 부담되었던 나의 20년 학교생활은 이미 10년 전에 끝났지만

여전히 그때 싫었던 그 감정에서 멀어지지 못하는 내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학교생활은 쉽지 않지만 이 세상은 너 혼자 살아갈수 없으니, 그 관계속에서 너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마는 6살 이후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날이 단 하루 없이

30년 넘게 잘(?)살고 있고 여전히 싫고 부담되지만 앞으로도 이 조직생활을 계속 할 거란다 라고 얘기해 줄까?

 

물론 단체생활은 어려운거지만, 그 소속감이 널 성장시켜 줄 때도 있고

보호해 주기도 하는 안전장치라고..

 

이렇게 생각을 해볼 수록 이건 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라는 걸 깨닫는다.

나에게 이제 휴식이 필요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반전,

나의 무거운 마음과는 다르게
하굣길에 다시 만난 딸은 학교앞 문구점에서 뽑기를 2판 했고
떡볶이를 먹고, 나랑 수다를 떨면서 단체생활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너가 힘들다고 얘기 할 때마다 내가 공감해주고 응원해 주는거 평생 해줄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12월!

연말 한 없이 풀어지고 싶은 이 감정 그대로 이번엔 제대로 마음껏 휴식을 해 보려고 한다.

넘쳐나는 내 머릿 속 생각으로 제대로 쉬는게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지만,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맞이한다는 셀렘을 가지고,

내 시선을 외부에서 거둬드려 내면에 맞춰두고 쉬어볼 것이다.

 

내가 지금 가지지 않은 것에 욕심 내지 않고, 용기 내어 포기할 수 있기를

더 많은 것을 내려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