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아들의 걱정/ 어린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

여름 날 2020. 11. 19. 06:45



저녁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책으로 새롭게 시작한 것이 어린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다.
서점에 갔다가 일반책들이 아이들 수준으로 재해석해서 나온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웠다.
그릿도 있었고 심리, 자존감에 대한 책도 많았다.

아마 서점에 가지 않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것 같지만,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어린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 2권을 샀고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는 한챕터씩 읽어줬더니 보름쯤 걸려서 끝냈다.
아이들이 읽기에 좀 어렵지 않나? 싶었는데, 애들에게 돈이라는게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려준것 같았고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였지만, 돈모으기에 재능 없는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빚은 천천히 갚아도 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은 매우 중요하다. 등등

어제는 자존감 수업을 읽어주는 첫 날인데
젤 첫장이 '걱정하지 마' 였다.
내용은 발표하기 전에 긴장될때 대처하는 법이였다. 읽어주고 나서 아이들에게 요즘 가장 걱정되는 게 뭐냐고 물었다.
책에 워크시트처럼 적어볼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 어린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중에서


둘다 처음엔 걱정이 없다고 했다. 발표하는거 하나도 걱정 안 된다고 했다.
"귀신이나 이런게 나타날까봐 무섭거나 하지 않아?" "너네 늘 신비아파트 보고 나서 무서워하잖아?"
(주제가 걱정이였는데 난 두려움을 질문했다. 나는 두려움이 걱정인가 보다)

아들은 불현듯이 생각났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저번에 할머니랑 얘기하면서 울었잖아?! 그때 엄마 승급시험(?) 떨어졌다고 울어서 그게 너무 걱정됐어.

아들의 걱정이 엄마가 슬퍼하는것 자체인지, 엄마가 시험 망친 것 때문인지는 파악 하지 못했지만,
나의 슬픈 감정이 그대로 아들에게 전달되어서 그 순간의 기억이 불편하게 남아 있었나  보다.
그 날의 실상은, 내가 엄마에게 아들키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눈물바람 한거 였는데,
아들이 놀다가 나에게 다가와서 왜 우냐고 물었을때, 회사 시험 망쳤다고, 시험이 어려웠다고 거짓말을 했던 거였다.
그 때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엄마 시험 떨어졌어? 괜찮아! 다음에 또 잘 보면 되지!"
내가 아들에게 부족하다고 느끼는게 "회복탄력성" 부분인데, 아들이 저런 말로 날 위로해서 울다가 웃어버렸다.


아들이 쉽게 떠올린 걱정은 "엄마의 눈물" 이였고.
좀 더 얘기를 하다보니 진짜 걱정을 이야기 하게 됐는데
내가 의도한 자존감을 높이는 걱정이 아니라서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초4의 걱정은 이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걱정을 주제로 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얘기로 넘어갔는데, 자기 폰(2g폰)이 너무 창피하다는 거였다.
친구들은 책상에 폰을 꺼내놓기도 하고(최신폰이니 자랑스럽게 진열하듯)
최신기종이 아닌 폰을 가진 친구들은 케이스를 씌워 멋지게 장식해서 은근히 폰 자랑을 하는데
자기는 폰이 창피해서 절대로 책상 위에 안 꺼내 놓는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자기 폰을 볼까봐 그게 걱정이고
친구들이 자기한테 폰을 빌려달라고 하면 너무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폰이 후지면 친구들이 놀린다고도 했다. 최신폰의 종류를 줄줄이 나열하면서 그 정도 기종은 좀 꾸미면
갖고 다닐만 하다고 우리집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매우 현실적인 구매안을 표현했다.
반에 스마트폰 없는 친구가 몇명인가를 물어봤더니
아마 자기 빼고는 다 스마트 폰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정말 어느새?)
누구도 있고 누구는 뭘 샀고, 걘 후진거고 등등 또 한참을 얘기했다.


게다가 이제 1학년인 여동생은 처음부터 스마트폴더폰을 갖게 됐는데
자기는 아직도 그냥 폴더폰이라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면서 동생을 악마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들이 동생을 미워하게 된 배경엔 분명히 무의식적인 부모의 차별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생각없이 둘을 차별하고 내심 딸을 더 생각했다는 걸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딸은 스마트폰을 사줘도 내가 큰 걱정할 일이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자기 폰은 액정터치가 안되는데, 엄마 아빠, 동생은 다 액정터치가 되니까 자기도 자꾸만
자기폰의 액정을 터치하게 된다면서 매우 자세하게 자기가 느끼는 묘한 박탈감(또는 차별?)을 설명했다.
집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공스마트폰이 많기 때문에 집에서는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도 하고
스마트폰 사용으로 얻을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을 게 훤히 보여서 최대한 스마트폰 사주는것을 미루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아들과 대화하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깨달음이 깊게 왔다.
아들과의 대화에 깊이 공감되었고 내가 설득당했는데, 기분이 산뜻하게 좋았다.

그런데 아들에게 집중하다보니 딸은 대화에서 조금 배제되었다.
자기는 사달라고 한 적도 없는 스마트폴더폰을 얻게 됨으로써 오빠에게 악마동생이라는 표현을 듣기까지 했다.
내가 아들과 대화를 하니까 중간에 질투심 폭발한 딸이 껴들어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하면서
관심을 보여주길 원했는데 딸이 원하는 만큼 해주질 못했다.

딸에게도 요즘의 걱정을 물어봤다.
딸의 걱정은 "돌봄교실 가기 싫어!" 였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줘야했는데, 너무 졸려서 급하게 현실적인 조언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나 : 너가 돌봄교실을 안가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딸 : 응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해?
나 : 혼자 있을 수 있어?
딸 : 아니.
나 : 그래 그럼 혼자 있을 수 있을 때까진 가야겠다. 이제 자자.

아마 딸의 고민을 얘기 해 볼 주제가 뒤에 나올테니 그때로 당분간 미뤄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