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채식 식단과 컨디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멀리하고 채식위주의 식사습관 74일째.
이번 중엔 채식에 대한 확신과 효과가 조금 흔들려서 치팅을 좀 많이 했다.
수도권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이번주에도 주3회만 사무실 근무를 했고, 도시락은 3번만 쌌다.
<월요일>
재택근무 날이여서 아침은 토마토를 조금 먹었고, 호기심에 사본 방탄커피를 3분의 1정도 마셨다.
라떼랑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풍부한 지방맛이라서 내 입엔 딱이군 싶었지만
카페인에 민감하기도 하고 아직 저탄고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저 한개를 3일 동안 아침에 나눠 마셨다.
일하다가 점심 차릴 시간이 애매해서 배달로 족발(?)과 메밀막국수를 시켰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배달음식을 시켜서는 족발을 2개쯤 맛을 보고, 메밀막국수를 반 정도, 쌈채소와 같이 먹었다.
저녁으로는 된장찌개, 미역줄기볶음(나만 먹어서 오래 먹음), 오이지, 파프리카를 먹었다.
<화요일>
아침에 스트레칭하고 둘레길 걷기까지 마치고 아침으로 복숭아 반개를 먹었다.
점심으로는 옥수수, 파프리카, 양배추, 브로콜리를 도시락으로 싸가서 먹었다.
점심 먹고나서 회사근처 까페에서 이제 쿠폰을 없앤다고 해서 남은 쿠폰 소진하려고
라떼를 사서 동료와 나눠서 마셨다. 종이컵으로 딱 한잔이 적정량 같다.
5시쯤에 간식으로 복숭아 반개를 먹었고, 저녁에 집에 왔는데 밥이 애매하게 있어서 아이들에게 주고
나는 냉동실에 남아있던 호박만두를 쪄서 양배추와 같이 먹었다. 큰 만두를 5개나 먹음, 밀가루를 거의 안먹다가
먹은 거라서 좀 걱정은 됐지만, 기억에 남는 피부 통증은 없었다.
<수요일>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남은 방탄커피를 조금 마셨다. 지방의 포만감 덕분인지 오전시간에 배고픔을 느끼진 않았다.
점심으로 고구마, 양배추, 포도를 싸갔고, 너무 배가 불러서 고구마 1개는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으로 밥, 남은 족발(월요일 배달) 조금 양배추샐러드랑 먹었다. 가공식품 말고는 장을 볼게 없다. 퇴근 길에 한살림에 갔더니 채소코너에 채소가 하나도 없어서 좌절,, 맛없는 보라양배추만 있어서 그거라도 사왔다.
<목요일>
아침에 운동하고서 월요일에 남긴 방탄커피를 마저 마셔버렸다. 점심으로는 고구마, 양배추, 복숭아를 먹었다. 사진으로 보면 엄청 빈약해보이는 식단이지만, 코로나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배달 음식을 시켜서 먹는 상황에서 내 도시락이 젤 건강식으로 보인다. 직원 두명이서 이용하던 점심장소에 다른 직원들도 함께하게 되니 공간의 밀집도가 높아져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이 날은 밥 먹다가 급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진거에 불안감이 몰려와서 입맛이 뚝 떨어진 날이였다. 뭔가 많이 우울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고구마만 겨우 먹었고 5시쯤 복숭아 반개쯤 먹고 나머지 한통은 그대로 집에 가져왔다.(입맛이 없다는 건 나에겐 평생 한두번 있는 일임)
결국 퇴근 길엔 치킨을 주문하고 말았다. 주문하기 전까지도 폭우에 떠내려가는 닭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절망했던 나와, 우울감 불안감을 기름진 먹는 것으로 달래보고 싶은 내가 마음속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뤘다. 승자는 우울한 나였다. 역시 감정이 더 힘이 세다. 채소를 사가지고 가려고 또 한살림에 갔는데, 채소칸에 남은건 시든 샐러리뿐이라, 그냥 돌아왔다.
치킨을 앞에 놓고 먹기 전에 과연 내가 이 기름진 맛과 닭뼈를 발라내는 행위를 기억하고 여전히 좋아할 것 인가 궁금한 마음이었다. 물론 예전에는 닭냄새가 나는 치킨도 잘 먹긴 했다. 중간에 고기를 먹은 적은 있지만, 특히나 닭은 안먹었었다. 뼈를 발라내는 그 행위가 야만적으로 느껴져서 앞으로 삼계탕이나 치킨은 못먹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일단 익숙하게 먹었다. 그런데, 이젠 맛이 없다고 느껴졌다. 닭냄새도 싫고 기름진 기름냄새도 싫고, 나는 후라이드만 먹지만, 가족들은 양념된 것만 먹어서 후라이드랑 양념도 같이 시켰는데, 양념은 더 못먹겠더라. 앞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날이 또 오면 오늘처럼 치킨을 시킬지도 모르겠다. 시켰다가 후회하는 시간을 더 갖게 되면, 더 이상 우울해도 기름진 음식으로 위안을 찾는 행동은 안하게 될 것 같았다.
<금요일>
재택하는 날, 도시락 안싸도 되어서 아침에 여유있는 날인데, 비가 와서 둘레길을 못가고 집에서 엄청 힘들게 운동했더니 얼굴에 너무 열이 올라서 힘들었던 날이다. 아침으로는 복숭아 반개를 먹었고 점심으로는 떡볶이를 해서 양상추 샐러드와 먹었다. 떡볶이는 내가 젤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맵고 자극적이여서 멀리하려고 했지만, 아이들 점심 차려주다 보면 한끼는 좀 쉬운거 편한거 찾게 된다. 한살림에서 채소사는 걸 포기하고 마트배송으로 채소를 주문하면서 가공식품도 많이 샀는데 그러다 보면 늘 사게 되는 떡볶이. 떡볶이랑 양상추 샐러드를 먹었다.
저녁으로는 밥, 새우마늘볶음, 양상추샐러드를 먹었다. 이번주에 반찬을 거의 안하고 살았더니 아이들에겐 냉동식품을 나도 같이 조금씩 먹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에 몸무게를 쟀고 둘레길을 걷고 와서 덤벨운동을 조금했고 아침으로 수박을 먹었다.
이번주 식단이 불량하다고 느꼈는데도 체중감량이 되어서 신기했다.
점심으로는 주말 단골 메뉴인 김밥을 8줄 말아서 나도 한 2줄은 먹은 것 같다. 김밥을 싸면 2끼는 해결되고 아이들이 잘 안먹으려고 하는 채소를 넣을 수 있어서 내가 자주 하는 메뉴다. 주말마다 김밥을 싸도 잘 먹는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점심에 먹은 김밥이 소화가 안되어서 그런지 저녁시간엔 약간 두통이 있었다. 그럼에도 저녁을 챙겨먹었다. 저녁으로는 고구마와 양상추샐러드를 먹었다.
<일요일>
아침에 둘레길을 걷고 집에 와서 수박을 먹었다. 점심으로는 남은 재료로 김밥 2줄을 더 싸서 아들과 둘이 먹을 예정이다. 남편과 딸은 고모네 집에 갔으니 저녁에도 아들과 나 둘만 먹으면 되어서 큰 반찬 걱정 없이 간단히 먹을 생각이다.
이번주 식단을 되돌아 보니, 약간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해도 다이어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걸 알았다. 그러나 육식을 함으로써 초래되는 환경문제와 동물권은 나에게 이제 너무 중요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고기를 먹었니? 하는 반성이 매우 들었다.
이번주엔 피부가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도 않았다. 사무실에서도 무조건 마스크를 열심히 쓰다보니 내 얼굴을 들여다 볼 시간이 적어졌고,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더더욱 거울 볼일도 없었다. 또 코로나 확산이라는 더 무서운 뉴스들에 정신을 빼앗겨서 내 얼굴의 피부염따윈 별거 아닌 걸로 느껴졌다. 신경을 덜 쓰는게 좀 필요하다는걸 몸소 느껴 본 한 주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