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못하지만 영어원서는 읽고 싶어 (부경진)
작년 겨울에 아들 생일 맞이 연가를 내고 아이들은 키즈까페에 넣어놓고는 혼자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있었다. “영어는 못하지만 영어원서는 읽고 싶어” 책의 짙은 민트색 표지와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다가 절반을 읽고 집에 와서 바로 주문해서 소장하게 된 책이다.
이책은 영어원서 읽기에 대한 내용도 좋았지만, 머리말에 쓰신 작가님이 영어원서 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많이 공감되었다. 또 책 중간마다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국내 책들이나 소개된 영어책들이 나의 책읽기 이력과 거의 겹쳐져서 반가웠다(소장했으나 완독은 못한 영어원서도 많이 겹쳤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블로그를 찾아 구독하고 나의 첫 원서읽기 완독용 책으로 ‘Magic tree house’를 주문했다. 그리고 약 6개월에 걸쳐서 다 읽고 나서 미라클 모닝 후기로 올리려고 보니 이 책 얘기를 안 할 수 가 없다. 그래서 읽은지 반년도 넘게 지났지만, 이제 와서 쓰는 책 소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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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영포자가 꿈꾸는 영어원서 쉽게 읽기’ 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다가 제목을 바꿔 재 출간된 거였다. 몇 년전에 인터넷 서점사에서 이 제목을 본 기억이 났는데, 그때엔 제목이 날 끌어당기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땐 이 책을 번역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원서보단 회화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야 내가 읽을 시점이라서 그랬는지 올 초에 이 책을 읽고서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의 내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건 또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워킹맘으로서 성장해 나가는 작가님의 모습이 사회생활의 타성에 젖은 나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영어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영어원서 읽기에 도전해서 그 과정을 5년 이상 지속한 과정과 결과를 소개 한 책이다. 영어공부의 방법으로 원서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얻은 도움은 ‘원서 읽기보다 모국어 책 읽기가 우선’. ‘책 읽을 때 머리에 그림을 그리듯 이해하고 메모하면서 읽기’, ‘하루하루 그냥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특기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건 내가 쓴 문장인가 싶은 글도 만나서 밑줄도 여러개 그어 보았는데, 그중에 딱 내 얘기 같은 기분이 든 글
“결국 책을 읽어 오면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가 생각해 보니 그것은 사랑이었다. 책이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사랑하거나(자기계발), 타인의 삶도 사랑하거나(소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거나(자연과학), 과거를 살았던 조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거나(역사), 혹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자(육아)는, 결국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책은 하나를 말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느 특정 작가의 마음을 통과하는 순간 다가오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런 미묘한 차이와 매력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취미의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생존에 가깝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활동할 수 있듯이 하루 마음먹은 분량의 책을 읽어야 정신이 단단해지고 든든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많아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바쁘지 않기에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쁘고 정신 없지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내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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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책 읽기는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과정이므로 이것은 직장인으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기회가 되면 작가님을 만나고 싶다. 영어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그냥 책 수다 떨고, 선배 워킹맘으로서 워라밸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