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기

블로그를 시작하며

여름 날 2020. 7. 26. 16:48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

상을 기록하고 싶었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많이 아쉬워서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딱 건져 올려 박제하고 싶었다. 또 반대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든 감정들을 글로 써서 해소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현재 속한 조직이나 사회적 지위를 뛰어넘어 나를 표현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었다. 소소한 일상을 글감으로 쓰는 블로거들을 보면서 매우 신기하고 부러워 하면서도 뭐 특별한 일상이라고 그걸 올리고 기록하나 싶은 반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늘 머릿속으로 글감을 찾고 글을 쓰고 있다. 이걸 써야지하고 진지하게 구상하고 정리를 한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눈 앞에 해야할 일거리들이 보여서 그걸 해결하다가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그런데, 이젠 정말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데 나를 막는 것은 무엇인가. 왜 난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걸 가지고 이런 양가 감정 상태로 10년을 보내버린 걸까. 물론 예전 사이월드 시절에도 블로그를 했다. 나만 보는 글이거나, 일촌공개로만, 많은 글중에 공개 글은 딱 하나였다.

 

<그 동안 못 썼던 이유>

암튼, 그동안 왜 안했나?

첫째, 나는 부끄러움이 많다. 알게 모르게 수치심을 많이 느끼고 산다. 늘 내 안의 자기검열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글을 올리면 누가 관심 가지고 읽을 리 없을 텐데(아무도 안볼 가능성 매우 높음)누가 본다고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공개 작성을 할 수가 없다. 이번엔 공개로 해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 공개했다가 1분도 못가 바로 비공개로 전환했다.

 

둘째, 꾸준히 해 나갈 수 없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최소 8시간 PC를 보면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으로써 집에가면 PC를 켜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다가 블로그를 열었던 날은, 정말 내가 너무 힘들고 지친 때였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잠들 수 없는 때에 나는 블로그에 그날의 일들을 적고 감정을 삭혔다. 그 외에 딱히 쓸 얘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규정하는 나의 직업, 가족을 넘어서는 다른 이야깃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멋진 곳을 여행할 여유도 없었고, 요리나 사진에 대한 취미도 딱히 없었다. 취미라고는 독서가 유일해서 독후감을 기록하고 있지만 첫 번째 이유에 막혀서 비공개로 축적되어 있다.

 

셋째, 모성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내 인생은 출산 전과 후로 크게 나눠진다. 더 세부적으로는 둘째를 낳기 전과 후로도 나눌 수 있다. 2010년의 나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 아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내 모든 인생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바보였다. 어떻게 모를수가 있나.)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힘든 점은 육체적, 경제적차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운이 좋게도 양가 모두 가까워서 육아에 대한 지원을 적극 받았고, 부성애가 넘치는 남편 덕에 독박육아라는걸 해본 적이 없다. 나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이 아이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나는 남들보다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은 착각, 아이와놀아주는게 피곤하면서도 아이옆에는 항상 내가 있어야 될 것 같은 불리불안이 있었다. 그런 압박감과 책임감에 눌려서 블로그를 하려다가도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 했다. “너 지금 그럴 시간 있니?”

 

<내가 생각해 본 블로그 주제>

 

1.독서

나는 책을 꽤 많이 읽고 있다(매우 상대적, 일주일에 최소2?내 주면에 나만큼 읽는 사람이 없음). 독서가 끝나고 여운이 남는 책은 블로거 리뷰를 열심히 찾아보고, 같은 지점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면 매우 반갑고 기뻤다. 나도 나만의 독후감을 써보려고 시도했고 몇 개는 써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포기했다(위에 세 번째 이유에 해당). 그나마 리뷰를 작성한 건 당연히 비공개! 공개로 발행해도 몇 명 읽으러 올사람도 없으면서, 공개를 누르는 순간 매우 부끄러워지면서 글 조회 횟수가 올라가는 걸 견딜 수가 없다(위에 첫 번째 이유).

 

2.육아일기

아이가 한명이였을 땐(그래봤자 28개월까지) 열심히 육아일기를 기록 해봤으나, 두명이 된 이후로는 매일 밤에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실천을 못했다. 첫째 키우기가 버겁다 싶어서 첫째에게 조금 신경쓰고 나면 좀 괜찮아졌다 싶고, 그럼 바로 또 둘째가 버거워져서 둘째에게 신경 좀 쓰고, 그렇게 정신없이 10년 지나고 보니 애들은 어느새 초4, 1이 되어버렸다. 육아일기라고 하기엔 이제 사춘기를 대비해야할 시점. 물론 정말 힘든 순간은 기록을 해놨지만, 역시 비공개, 딱 한 개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올려놨는데, 조회수가 올라가서 삭제충동 느끼다가 일년쯤 지나고 보니 이제 아무런 신경이 안 쓰인다. 견뎌내는 시간이 필요한 거였나 싶다.

 

3.심리상담 후기

2018년도에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그때 넘치는 감정들을 쏟아내려고 n블로그에 비공개로 글을 올렸다. 언젠가는 내가 이글들을 공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 축적했으나, 그런 날이 올까 싶고, 그 중의 절반은 이미 자체 삭제 해 버렸다(존재 자체로 부끄러워지는 글). 이 모든 자기검열과 수치심 부끄러움은 어디서 온 것 일까?

 

4. 좋은 습관 만들기

2019년도 7월부터 예스24 북클럽 정액제 가입을 했다. 정액제로 매달 결제를 하다보니, 욕심이 나서 북클럽의 많은 책들을 내 서재로 마구 담고 다운로드 했다. 그 동안은 제목만 알던 자기계발서를 꽤 읽게 되었다. 주로 습관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그중 대표적으로 실천하게 된 것이 미라클모닝”,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소개한 방법이었다. 올해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다짐을 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겠다고, 일어나서 하려고 한 것은 영어책 읽기와 일기 쓰기였다. 그래서 블로그에 비공개로 아침 5시 기상 인증샷을 올렸다. 처음에 습관잡으려고 열심히 하다가. 나중엔 챌린지로 인증하는 그룹을 시작하게 되어 블로그 인증은 잊혀지게 됐다. 그럼에도 꾸준히 내 아침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넘친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가고 7월도 중순인 이 시점의 나는 여전히 5시 기상을 잘 유지하고 있고, 운동, 영어독서 후, 740분에 집에서 나와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록할 주제는 바로 4!

이제 나는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해야겠다. 이걸 지속해서 나의 부끄러움도 사라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더 없이 행복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