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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_김영하

여름 날 2025. 6. 1. 13:19



평소에 김영하 작가 책을 좋아했다. 신간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미디어에 노출 된 모습을 통해서 작가의 사생활을 일부 알고 있었는데, 이번 책은 작가 본인을 더 많이 드러낸 느낌이 들어서 친밀하게 느껴졌다. 책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야 부모의 인생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을 낳아준 원부모가 죽고 나서야 진짜로 홀로서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작가 자신도 중년의 끝자락에서 다가올 노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인생을 되돌아 보니 어떤 후회의 감정이 떠오르는게 아니라 가져본 적도 없는 걸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라는 표현이 크게 와 닿았다. 그 동안 김영하 작가를 나이와 상관없이 늘 청년 같은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아 이제 나이 드셨네! 생각을 하며 좀 반갑기도 했다. 영원히 청춘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좀 질투가 나기 때문이다. 인생의 단 한번만 쓸 수 있는 에세이, 이런 책을 일찍 쓴게 아닌지 의심하는 조심스러운 작가의 그 마음도 좋았다.


<184쪽>
나는 가끔 ‘어쩌면 나에게 가능했을지도 모를 어떤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후회는 아니다. 상실감에 가깝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188쪽>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략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착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앤드류 H. 밀러 ‘우연한 생’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다른 인생에 대해 상상해 보고 후회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본 이후로는 내 가족 구성원을 바뀔 수 밖에 없는 선택은 이제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과정이 나에겐 과거 내 선택의 결과를 수용하는 시간이였다.  나는 이제 자주 미래를 상상한다. 나는 지금 60살이라고 상상하고 과거의(사실은 현재의)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선택을) 해 준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상실감과 후회가 나의 현재를 잠식하지 않게 단 한 번의 내 삶에 의미부여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