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분실
몇년 동안 집 현관 앞으로 택배를 수령해 왔는데도 지금껏 한번도 없어진 적이 없었다.
반송 물품도 현관앞에 내 놓으면 기사님이 수거하시면서 송장만 문앞에 두시고 가셨고
상자에 특정 상표나 로고가 노출되어 거기에 어떤것이 들어 있을지 추측이 되는 고가의 물건도
아무런 걱정없이 집 앞에 쌓아두고 살았다. 몇일 여행을 가더라도 크게 신경이 안쓰였다.
그런데, 택배상자가 없어졌다.
지난 금토일 1박2일 캠핑을 다녀왔는데, 금요일에 택배가 2개 왔고, 토요일에 1개가 왔다는 문자를 밖에서 받았다.
집에 가면 현관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했다.
토요일 밤 12시에 도착했는데, 집 앞에는 택배가 2개만 있었다. 모두 같은 택배사였는데, 나는 아저씨가 다른 집에 배송했나보다 했고
월요일에 전화하면 찾아서 가져다 주실거라고 굳게 믿었다.
월요일에 택배기사님께 문자를 드렸더니, 전화가 바로 왔는데,
본인이 금요일에 택배를 2개 놓고 갔고, 토요일에 와보니 택배가 그대로 있어서 젤 위에 것을 들어 중간에 껴놓고 3개를 차곡쌓아 잘 두셨다고
상황을 전해주셨다. 또 직접 관리실 cctv도 보셨는데, 엘리베이터 cctv로 자기가 배송하고 우리 집 앞에 택배3개가 있는 장면이 찍혀있으니 가서 보라고도 하셨다.
이때부터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다.
훔칠거면 젤 위에 있는거나 들고 갈것이지 굳이 중간것을 타겟으로 해서 가져가다니.
그 중간에 있던 사라진 택배는,, 내가 오랜만에 주문한 내 신발이었고,
정가 20만원인데 20프로 세일할 걸 예상하고 한달 동안 세일기간을 기다렸다가 세일날 아침 일찍 주문했던 거였다.
분실 후에 쇼핑몰 통해서 배송박스 사진을 받아봤는데, 상자 겉면에 로고와 상표가 있었고, 여자 신발이라고 크게 써 있었다.
이건, 내용물이 탐나서 가져간게 분명하다. 나머지는 무거운 급식꾸러미와 가벼운 비즈상자였다. 호기심이라면 젤 위에 가볍고 작은거 슬쩍 가져갔을텐데
굳이 비즈상자 들고...중간상자를 빼갔다 ㅜㅜ
남편이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했더니 경찰분이 바로 집으로 오셔서 상황 설명듣고 cctv보러 가셨다.
cctv에 토요일 오후 5시에 기사님이 배송하는 장면 찍혔고, 앞집 사시는 분이 8시에 외출했다가 10시에 돌아오는 장면이 찍혔는데
그 세개의 장면 모두에 우리집 현관앞에 택배 3개가 보였고,
12시에 내가 집에 도착한 장면에서는 택배 2개만 보였다고..
이렇게 4장면 외에는 우리층에서 엘베 탄 사람은 없고, 1층 현관 cctv에도 내 택배상자를 들고 나간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해주시고 가셨다.
도둑 잡을 길은 사라진 것 같은데 나의 찜찜하고 억울하고 화나는 기분은 달랠 길이 없다.
돈 16만원 날린 것도 문제이지만, 상자 열면 나올 주문서에 담긴 내 개인정보들도 걱정이고 앞으로 이 집에서 살기가 신경쓰이고 무섭기도 했다.
택배는 밤 10시부터 12시, 이 2시간 사이에 없어진거고,, 그 늦은 시간에 굳이 고층인 우리집까지 계단으로 올라와서, 비상문을 열고 그걸 집어 갈 사람 누구일까?
자꾸 혼자 탐정놀이를 하면서, 주위 이웃들 면면을 떠올리며 의심하게 되는 것도 싫었다.
게다가 남편은 너무 이성적으로 "못 잡아 그냥 잊어! 새로 사!" 이렇게 얘기해서 괜한 부부싸움까지 했다.
남편이 "나쁜새끼 내가 꼭 잡아야지"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왔으면 오히려 내가 어쩔수 없지 뭐 잊어야지. 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주위 여자 사람들에게 얘기하니, 모두 한결 같이 쌍욕을 해주며 엘베 게시판에 택배도둑 보랏듯이 협박의 게시글 붙이라고 했다.
그래서 게시글을 만들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속마음과 다르게 너무 정중한 부탁형 글이 완성되어
이런 상황에서도 공개 글쓰기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한껏 체면을 차리는 내가 우습게 느껴졌다.
이제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