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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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열두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은 12월이다.
어릴 때(교회 다니던 시절)는 종교적 의미에서 세상에 축복이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했다. 이십대 시절엔 마냥 흥청망청 풀어지는 기분으로 좋아했다. 삼십대를 지나고 사십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12월을 좋아한다. 12월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 아들 생일까지 있어서 핑계김에 케잌도 많이 먹으며 집콕하는 것도 좋아한다.
올해 12월엔 비싸더라도 연말분위기를 내 볼 겸 빨간 장비를 사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초부터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괴롭고, 일상에 집중이 안되었다. 꽃시장에 갈 여유도 없었고 기분이 영 안내켰다. 한숨 좀 돌릴 수 있었던, 12월 중순쯤 인터넷으로 빨간장미를 주문했다. 일부러 결혼기념일 휴가 내고 평일에 받았다. 이거라도 하면서 힐링해보자며 컨디셔닝하고 꽂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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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푸에고 장미 한다, 장미소국 반단, 왁스플라워 반단, 티트리나무 반단을 꽂아보았다. 티트리 색감이 내 예상보다 연두빛이라 아쉬웠다. 초록이 강한 부분만 조금 넣어서 꽂고 나머지 한뭉치는 따로 두었다.
꽃을 상자에서 처음 꺼내서 컨디셔닝 할 때 남편이 왜 이렇게 칙칙한 꽃을 샀냐고 물었고, 나도 거의 처음 사보는 원색의 꽃에 당황했다. 그러나 완성품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주방 식탁에 앉아 저 멀리 거실 탁자의 꽃을 바라볼때 마다 기분 전환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남편도 완성된 꽃이 너무 예쁘다고 말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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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유일한 크리스마스 소품은 3년째 쓰는 오르골뿐이였다. 12월에 선물받은 책, ‘메트 경비원입니다’ 특별판 표지가 너무 예뻐서 연말 내내 저 위치에서 장식이 되었다. 앞으로 또 몇년 매우 유용한 크리스마스 소품이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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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키 작은 장미소국과 왁스플라워, 티트리나뭇가지 한뭉치는 집안 여기저기에서 좀 안어울리듯 어울리듯 조화롭게 공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