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한낮의 우울

여름 날 2024. 10. 13. 17:54

 

 
 

김형경작가님의 책 ‘소중한 경험’에는 부록으로 심리학관련 독서리스트가 나온다. 그 독서리스트를 따라가면서 읽었던 시절에, 이 책의 제목도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나의 문제는 우울감은 아니였지만, 실제로 중증 우울증을 겪었던 저자가 쓴 책이라는 얘기에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다른 읽을 거리에 밀려 잊어버렸던 이 책을 이번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분량이 상당하다는 것, BTS의 RM도 읽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 소중한 경험, 284쪽의 한낮의 우울 소개글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약 3주에 걸쳐서 나눠서 읽었다. 첫 번째 주에는 우울증에 대한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했다. 두 번째 주에는 우울증에 대한 나의 편견을 인식했다. 세 번째 주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안에 희망도 있음을 배웠다. 그래서 이 책의 후기는 나의 두려움, 편견, 희망의 키워드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우울증에 대한 나의 불안한 마음을 점검한 시간>
 10년 전에 일이다. 그때 나는 어떤 일을 앞두고 불안이 몰려왔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뭔지 모를 분노가 쌓였는데, 나는 그걸 엄마에게 쏟아냈다가 그 이후 몰려오는 엄청난 죄책감에 정말 깜짝 놀랄 신체적 증상을 겪었다. 숨을 쉬는데 숨쉬는게 답답했고, 이유를 알수 없이 초조하고 그 무엇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휴가를 냈다. 그 당시 티비엔 유명연예인들의 공황장애 기사가 많이 나올 때였다. 아! 이런게 공황장애인건가? 싶었고, 숨 쉬는게 불편해서 집 근처 정신과에 갔다. 의사에게 나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조금 울었는데, 의사는 나에게 우울증과 공황발작이라고 진단하면서 약을 먹으면 좋아질거라고 했다. 하루에 한번 먹는 약을 처방받아서  딱 한번 먹고 엄청난 부작용을 겪었다. 먹으면 토하고 괴로웠고, 더 불안해졌다. 의사는 내가 겁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며 그냥 약을 계속 먹어야한다고 했다. 밥을 먹을 수가 없어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으며 약을 3일째 까지는 먹었다. 그리고 완전한 무기력에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엄마와 싸운것도 잊고 무조건 엄마에게 의지한 채 친정 집의 예전 내 방 침대에서 3일간 누워지내며 벽지만 바라봤다. 내가 나 인것 같지 않은 무감각한 와중에도 이런 내가 너무 걱정되어 무서웠다. 내가 앞으로 다시는 이 침대를 벗어 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매일 아침 출근을 하던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어떤 의지를 불태웠던 것 같다. 나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딱 일주일 후 나는 정상적으로 다시 출근을 하고 또 일주일 후엔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했으며, 친구들을 만나서 나 진짜 죽을 뻔했어.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 하면서 회고했다.
  나는 뭔가를 해야 했다. 그 때 그 상태(숨쉬기 불편했던 것보다 몸을 일으켜 세우기 힘든 무기력한 마음)가 너무 두려웠고  나는 약을 못 먹는 체질인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그 대책을 심리학 책에서 찾아보려고 했다. 당시 내가 의사에게 원한 것도 어떤 인과적인 설명이였기 때문에, 내가 왜? 갑자기 그런 증상을 겪은건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들을 읽고 심리상담을 받았으며 나름대로 내 인생의 서사를 만들었다.  나는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했고 그러면서 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구나 이해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살아오면서 종종 겁이나고 불안해도 대체적으로 잘 살고 있는 상태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랬다. 
  나는 우울증이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을 느끼는 나의 예민한 감각과는 완전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2장 정신의 몰락'에서 생생한 공포를 느꼈다. 아. 나 이 느낌을 알 것 같은데!  너무 무서워서 책 읽기를 포기할 뻔 했다. 저 공포의 감정을 없애는데 주말을 다 소진했다. 이어지는 3장 치료에서는 우울증약이 뇌의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미치기까진 약 3주는 걸린다는데, 나는 고작 약 3일 먹고 그런 부작용을 겪은 것인가? 그건 아마 나의 겁 많은 성향 때문이 아니였을까? 읽을 수록 내가 두려워한 것은 우울증은 아니였던 것 같아서 좀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가도 다시 나의 불안성향을 걱정하게 되었다. 설마! 나의 불안성향 때문에 우울증이 촉발되는 날이 올까봐 무서웠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극단의 걱정을 해보고 나서야. 아! 나는 그럴리는 없을 것 같다는 99프로의 확신적 결론을 얻었는데, 다행이군 싶으면서도 굳이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과도하게 걱정하는 나 자신과 그걸 또 세심하게 관찰하는 내가 좀 바보 같고 싫었다. 그래서 좀 이타적인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과도하게 나의 감정과 감각에 집중 하지 말고 내 주위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의 감정과 그들의 안녕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써보자고 다짐하느라 또 애를 썼다. 
 
(책을 읽는데 나 우울증 걸릴까봐 무섭다면서 남편과 대화를 했다. 예전에 내가 일주일동안 침대에서 누워 있었을때, 나 잘 못될까봐 너무 걱정되지 않았냐고 남편한테 물어봤는데, 남편은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 때 남편이 나에게 "마음을 굳게 먹어!" "나는 강하다 스스로 생각해봐" 라고 전혀 도움이 안되는 조언을 했던것도 남편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아! 이런 망각의 힘이 긍정성의 원천이구나! 깨닿는 시간도 갖었다.)
 
 
<우울증에 대한 나의 편견>
  나는 우울증은 주로 여성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걸린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그동안 우울증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보영이나, '우리들의 블루스'의 신만아,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가 보여준 역할들과 일치한다. 다 젊은 여자들이고 심리적 결함이 있어보이고 연약해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남자이고 좋은 가정 좋은 학벌 훌륭한 직업을 가졌다(독서모임에서 책을 읽던 분들도 저자가 당연히 여자일거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5장의 환자들에서 '남성 우울증 환자들이 우울한 감정들과 싸울 때 의기소침해지는 것이 아니라 폭력, 약물남용, 일중독에 빠지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진단받지 않는다'고 설명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우울증은 주로 여자들이 걸릴 것이라는 내 편견의 원인이 이거였구나 했다. 이제 '우울증은 마음이 감기'라는 말이 너무 감상적으로만 들린다. 우울증은 암이랑 같은 질병이다! 이렇게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홍보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우울증은 현대의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사회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많아졌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책을 통해 우울증의 긴 역사를 알게 되었다.(우울증이 귀족들이나 걸리는 병이라고 착각했던건 내가 그 시대에 씌인 문학작품만 읽어서였구나 깨닿기도 했다) . 8장 역사에서는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금도 히포크라테스는 약물치료, 플라톤은 정신역동 치료의 아버지라는 설명에 우울증의 증상과 대처법이 2500년 동안 유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우울증을 대하는 사회분위기의 차이는 있었다고 한다.
 
   나는 우울증은 다 살만해서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읽은 세계문학작품 속의 서양 여성들의 모습은, 히스테리가 있고 무료해서 불륜을 저지르거나 중독, 성격파탄에 빠지는 인물들은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였다(보바리 부인, 안나 까레리나, 소설 폭풍의 언덕의 여자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먹고 살기 바쁘면 내 정신이나 감정의 고통따위를 인지할 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나의 이런 편견이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인지는 알게 되었다. 여성과 남성의 우울증의 차이, 어린이와 노인의 우울증, 질병에 따른 우울증, 인종과 문화에 따른 우울증의 사례를 읽으면서 우울증이 대체적으로 중산층의 병이라는 건 나의 편견이였고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있음을 알게 되았다. 특히 9장 가난에서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즉시 눈에 띄기가 어렵다'는 설명을 읽고서 기존에 나의 생각인 '먹고 살기 힘들어서 감정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는 진짜로 현실이였구나 알게되었고 지금까지 그 이면을 보지 못한 나의 공감능력 없음이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갖게 되는 희망과 믿음>
  이 책은 시작부터 나에게 엄청난 불안을 선사했지만, 나는 마지막장을 희망차게 덮었다.  책을 절반쯤 읽고 난 후부터는 읽기가 한결 편했다. 책 초반엔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 공부도 많이 하고 작가도 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에 걸린것으로 묘사되었던 것 같은데, 인과관계 없는 발병이라 나는 그게 무서웠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삶과 비밀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었음을 알고 좀 이해(또는 안심)가 되었다. 그렇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다시 1장의 첫 페이지로 돌아갔더니 이제서야 이 문장에 눈에 들어왔다.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다'
  나는 이 책을 충격적이지만 또 모순되게 희망적인 책으로 기억에 저장하기로 했다. 특별히 11장 진화, 12장 희망을 기억하기로 했다. 책에서 진화적 측면에서 우울증을 설명한 것들이 모두 다 너무 그럴만 해서 수긍되었고 작가처럼 나도 세번째 의견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우울증이 인간 사회에 유익한 기능을 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것). 678쪽~682쪽을 읽으며, 사랑과 애착, 상실과 슬픔의 단어들이 하나로 엮어나감에 나의 가벼운 우울감의 맥이 잡히는 듯 해서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것은 상실의 고통도 감수해야함을 알기에 두려워하는 내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래서 내 감정이 슬픔으로 지배될 때, 내가 잊지 않고 꼭 읽어봐야 할 문장들을 수집해 놓았다.

<716쪽>
프랑스인 정신의학자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우울증의 심층적인 심리학적 기능을 밝혀냈다. “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720쪽>
”사랑이란 함께 있어 주는 것, 아무 조건 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지. 꼭 무언가를 해 주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 나는 그걸 배우게 되었어.“

<842쪽>
나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늘 하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
‘당신의 감정적 양식 즉 당신이 풍요롭고 활력 넘치고 단절되지 않은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들이 무엇인가?예요.‘
… 그때 나의 …친구가  내 슬픔에 대해 듣고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로라와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불운의 별이 뜨는 밤이 찾아오게 마련이에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지요. 비결은 계속 살아가는 법을 아는 데 있어요.“

  앞으로 인생에서 힘들 시기를 만났을 때, 계속 살아갈 방법과 세상과 단절되지 않을 방법을 여러가지 찾아놔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나의 경우엔 이미 독서, 드라마보기, 가족과 대화하기,  아름다운 것 감상하기 등 많은 방법이 있음을 깨닿고 마음이 충만해졌다.
 
우울증을 앓고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한 내용으로 엄청난 책을 써내서, 결국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었다는 작가. 나는 작가의 이런 태도(우울증을 집요하고 파고드는 행동모든 약, 모든 시술, 모든 요법을 다 체험)에서 서구식 개척주의가 느껴져서 책 초반엔 좀 불편했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울증 결국 극복했어요! 라고 말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 20년 동안이나 우울증과 함께하고 있고 언제 또 우울증이 찾아 올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이어나간다. 결국 인간은 고통 속에서 배울 수 밖에 없는 존재니깐. 책의 마지막 문단 처럼,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그렇게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최악의 순간에도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면서 모든 순간은 지나가리란 걸 믿을 수 밖엔 없을 것 같다.
 
 
-밑줄긋기와 그 당시 나의 느낌 메모들 정리-
 
1.슬픔과 우울
 
<55쪽>
잊고 일하고 사랑하는 세 가지 기술이 별개의 것들이 아니라 큰 전체의 일부이며 이 세 가지를(서로가 서로의 일부인 형태로)함께 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캄보디아 팔리누온이 말하는 트라우마 극복방법. 망각, 일, 사랑!
🔖1장 슬픔과 우울을 가볍게 읽으려다가 폴포트와 킬링필드 얘기에 놀랐다. 너무 무시무시한 얘기고 슬프다. 우울증의 유발 원인에는 사회적 환경 등 여러가지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말하려는 것일텐데, 1장이 좀 어수선하네 싶었다.

<57쪽>
우울증을 현대병으로 보는 시각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터무니 없는 발상이며, 정신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것이 그릇된 생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우울증이 중산층의 병이며 꽤 일관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생각도 유행하고 있다.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막연히 우울증이 이럴 것이다! 생각했던 나의 편견과 일치한다.

2.정신의 몰락

<61쪽>
가끔 홀로 있을 때면 갑작스러운 고립감을 느끼고는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혼자라서 쓸쓸하다는게 아니라 호낮 되는 게 두려운 것이었다. 
 
<61쪽>
중증 우울증이 시작되면 우리는 그 뿌리를 찾아보게 된다.
 
<64쪽>
이따금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이곤 하는데 슬픔과 두려움이 묘하게 섞인 그 기분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출처를 알 수 없다.
 
<67쪽>
에디트 피아프와는 달리 나는 모든 일들이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이유만으로 애석해했다. 이미 열두 살 때부터 지나가는 세월을 슬퍼했으니까. 나는 늘, 기분이 최고일 때조차, 현재를 과거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현재와 부질 없는 씨름을 해 온 듯 하다.
 
<100쪽>
스트레스가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건 분명하다. 스트레스 중에서 으뜸은 굴욕감이고 두 번째는 상실감이다.
 
<112쪽>
어머니는 어른이 되어서는 신경과민 증세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실용주의를 당신의 통제 불가능한 슬픔을 막는 힘의 장으로 이용했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법을 통해 우울증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어머니는 자제심이 대단한 분이었다.
 
<117쪽>
비정상적인 상태가 분명한데도 정상잉라 고집하고 자신의 논리를 믿는 것이 우울증이 고유한 특징이다.
 
<161쪽>
지나치게 무섭고 끔찍했던 체험들 못지않게 지나치게 즐거웠던 체험들도 우울증을 낳을 수 있다. 기쁨 후 스트레스라는 것도 있다. 최악의 우울증은 과거를 이상화하거나 한탄하며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내 얘기인가? 싶어서 읽는 내내 너무 두려웠다. 나도 우울증인가? 싶어서 중증우울증에 걸리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몰려왔다.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생각한 우울증은 좀 낭만적인(?)면이 있었다. 엄청난 착각이였다.  나는 우울증을 너무 몰랐다. 저런 정신의 붕괴는 상상이 안되는데도 그냥 무섭다는 느낌에 이번 책은 포기해야겠다 싶었다.

3. 치료

<174쪽>
감정들은 세상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들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먼저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다음에 인식이 감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환자가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그에 수반되는 감정 상태도 바꿀 수 있다.

<180쪽>
불안증에 효과가 있는 특정 인지치료들은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뇌의 대사 수치를 낮춘다.

<210쪽>
"우리는 진실은 고정된 것이라는 생각으로 진실을 핀으로 꽂아 놓고 분석해 보려고 하지만 진실은 살아 움직이는 거야…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다루기가 더 힘든 것이, 자기가 진실을 보고 있다고 믿거든. .. 진실은 거짓말을 해. 나 자신을 보면서 ‘나는 이혼했어’라고 생각하면 그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처럼 여겨지지. ‘나는 이혼했어!’라고 생각하면서 근사한 해방감을 느낄수도 있는데 말이야."

<211쪽>
인지치료와 정신분석 치료의 목표들 가운데 자기 외부 에너지의 재조명, 자기애의 발견, 인내, 넓은 이해심 등 다수가 주요 종교들의 바탕이 되는 믿음 체계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 우울증 치료법으로 심리치료, 약물치료, 신앙을 설명해줘서 지식축적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4. 또다른 접근
 
<221쪽>
"어떤 병에 대한 처방이 여러 가지라면 그 병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다." 안톤 체호프의 말이다. 우울증의 경우 표준적인 치료법들 말고도 대체 요법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280쪽>
미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우리는 우울증 치료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우울증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 없는 형편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치료법이 이해를 앞지를 것인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종류의 발전은 상당 부분 운에 달려 있으며 이해가 치료법을 따라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세네갈의 은두프 의식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굿판이 떠올랐다.
🔖우울증의 진행과정을 구체적이며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다양한 치료법을 체험해 본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5. 환자들

<285쪽>
우울증은 그것이 발생한 정황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286쪽>
여성은 남성이 겪는 모든 우울증들에 덧붙여 산후우울증, 월경전증후군, 폐경기우울증과 같은 그들만의 우울증까지 겪는다.

<288쪽>
모든 문화권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식사장애는 여성이 더 많이 겪지만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알코올중독 발병률은 남성이 높다는 것이다.

<293쪽>
많은 남성 우울증 환자들이 우울한 감정들과 싸울 때 의기소침해지는 것이 아니라 폭력, 약물남용, 일중독에 빠지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진단받지 않는다.

<332쪽>
동성애자의 우울증에 대한 가장 확실한 설명은 동성애 혐오증이다.

<339쪽>
나는 첫 붕괴가 어머니의 투병과 죽은에 관한 소설의 출간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 왔는데, 사실 그 소설에는 동성애에 관한 내용도 있었으니 그것도 붕괴와 관련이 있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침묵해 왔던 동성애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였는지도 모른다.

<340쪽>
나는 우울증을 보는 문화적 시각 차이에 대해 더 조사해 보려 그린란드 이누이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했는데, 그곳의 우울증 발별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울증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독특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인구의 80퍼센트가 우울증을 앓는다.

<341쪽>
그린란드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달은 5월이며,…
그린란드의 봄은 온화한 기후대의 봄보다 두 배는 더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잔인한 시기다.

<343쪽>
그린란드의 우울증은 기온과 빛의 간접적 결과이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관습의 직접적인 결과다.

<353쪽>
우울증은(그 위급성과 증세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들은) 개인의 생화학과는 동떨어진 힘들에 의해, 즉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 여성과 남성의 우울증의 차이, 어린이와 노인의 우울증, 질병에 따른 우울증, 인종과 문화에 따른 우울증의 사례를 읽었다. 특히 마지막 그린란드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개인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이누이트족의 삶의 고독함에 공감해 볼수 있었다. 여기 나오는 여성원로 세명의 이야기와 그들이 이끄는 대화모임이 마치 소설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같았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소재로 느껴졌다.

6. 중독
<388쪽>
항우울제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마약류는 진짜 빨리 우리가 원하는 상태를 제공한다. 그런 빠른 효과가 문제가 될까?.. 신경전달물질들도 고갈시키지 않고 붕괴를 초래하지도 않는 약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꼭 금지되어야만 할까?

🔖내가 이 책 초반에 무섭다고 느낀 이유는 저자가 별 이유도 없이 어느 날 느닷없이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모친의 죽음이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너무 심하게 붕괴하는 모습에 우울증이 인과관계없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게 무섭게 느껴졌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저자의 우울증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느껴지면서 좀 안심(?)이 되었다. 특히 중독에 관대한 것 같아서 매우 놀랍게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기 고백의 글을 썼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감옥에 있을텐데,,, 내가 생각한 중독(쇼핑중독이나 알콜중독)과 너무 멀리간 중독이라 완전 다른세상 이야기로 읽었다. 위의 문장처럼 부작용없이 한방에 정신문제를 해결할 신약이 나타나면 정말 좋겠지만, 이렇게도 해보니 이런 부작용이 나와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걸 개발하는 식의 모든 과학과 기술의 발전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저자가 자신의 우울증을 다루는 방식에서 서구식 개척정신이 느껴지면서, 좀 거부감이 들었다. 남편이 나에게 해준 말이랑 별 다름없이 태평한 조언이지만 ‘일체유심조’를 외치고 싶었다.

7. 자살

<401쪽>
죽음을 원한 것과 죽고 싶은 것과 자살하고 싶은 것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따금 죽음을, 존재하지 않기를, 슬픔을 넘어서기를 원한다. 그리고 우울증에 빠지면 많은 이들이 죽고 싶어 한다. 현재 상태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 의식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하고 싶어 하는 것은 특별한 에너지와 특정한 방향성을 띤 폭력성을 요한다.

<409쪽>
자살 관련 통계는 우울증 통계보다도 혼란스럽다. 자살은 월요일에, 늦은 아침 시간과 정오 사이에 가장 많이 일어나고, 계절 중에서는 봄에 가장 많다.

<450쪽>
치오란은 ‘쇠락의 소사’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자살의 가능성은 우리가 고통받고 있는 세계에서 무한한 위안이 된다. … 우리가 지닌 것 중에서 자살보다 큰 재산이 있을까?“

<459쪽>
“내 죽음을 네 인생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만드는 것으로 내게 조의를 표할 생각은 마라. 네가 이 엄마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조의는 예전과 다름없이 멋지고 알찬 삶을 살아가는 거야. 네가 가진 것을 즐겨라.”

<460쪽>
릴케는 ‘진혼가’란 시에 이렇게 썼다. “우리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한 가지만을 연습하면 된다. 서로를 보내주는 것. 매달리기는 쉬우므로 연습이 필요하지 않다.“

🔖7장에서는 자살에 대한 인용문이 많이 나와서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가 갑자기 죽을까봐를 걱정하는 사람이고 한번도 내가 자살할까봐를 걱정해본 적이 없다. 또 자살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자살은 나약한 행동 또는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락사에 대해서는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야된다고 말해왔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죽고 싶다는 말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의 차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자살과 치밀한 계획적 자살의 배경을 알게 된 것 같다.  
🔖자살율이 그렇게나 높다고? 내 주위엔 없는데!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내 가까이의 자살이 3건이나 있음을 기억했다. 내가 이십대초반이던 시절에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 친구가 세명이나 자살했다. 나는 죽음에 놀랍게도 무감각하고 엘리자베스 퀴블로스의 애도의 단계를 알기전에도 진짜 슬픔(눈물)은 나중에 온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제서야 20년전 저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있다. 슬픔이 오려면 아직도 더 살아야 한다....
🔖저자의 엄마가 고통스런 암투병 끝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 가족들이 계획하는 이야기를 편안히(?) 흥미롭게(?) 읽었다. 나도 나중에 그렇게 해야지 생각할 정도로. 나에게는 미리 준비하는 죽음에 대한 소망이 있음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8.역사

<473쪽>
결과적으로 히포크라테스는 프로작의 아버지라 할 수 있으며, 플라톤은 정신역동 치료의 아버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000년하고도 500년 동안 그 두 사상의 온갖 변종들이 소개되었고 우울증을 천재성으로 보는 견해와 어리석음으로 보는 견해가 피스톤처럼 교대로 나타났다.

<547쪽>
우울증을 다루는 최신 과학은, 우울증은 뇌의 질환으로 경구용 치료제를 써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주장을 메아리처럼 따라하고 있다. 21세기의 과학자들은 기원전 5세기보다는 훨씬 발전된 치료법들을 제시하고는 잇지만 근본 인식은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사회적 이론들 역시 심리치료 방식들이 많이 발전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를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진실이 이 두 가지 접근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기라도 한 양 양측이 아직도 계속 논쟁 중이라는 점이다.
 
🔖 우울증의 긴 역사를 읽었다. 시대에 따라 우울증을 대하는 사회분위기가 달랐지만, 결국 정신과와 심리학과가 아직 화해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소비자(환자)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약도 먹고 상담도 병행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왜 정반합에 이르지 못하고 2500년을 허비했나 안타깝다.

9.가난

<549쪽>
중산층에 찾아온 우울증은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쉽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다 갑자기 저조한 기분에 빠지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즉시 눈에 띄기가 어렵다.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인생은 늘 비참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582쪽>
의지력은 우울증에 맞서는 최선이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빈곤층에서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의지와 고난을 견디는 힘은 놀라운 것이다. 빈곤층 우울증 환자는 대다수가 너무도 수동적이라 포부 같은 걸 갖고 있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이 개인의 문제(우울증)에서 출발해서 사회문제로 확장 전개되는게 좋았다. 여기에 소개된 사례를 기사화하기로 했을때 편집자가 한 얘기,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 같다. 90년대 말 무렵의 미국 사례들이고,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 같아 우울했다. 치료를 지원하는 인력들은 얼마나 지칠까 상상조차 안된다.  가난에 의한 우울증이든 우울증에 의한 가난이든 사회시스템의 개입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가난과 무기력에 처한 사람들을 무능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내 편견도 고쳐야겠다.  
🔖언제 어디서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어린시절 성추행, 이른 나이에 임신,, 가정폭력을 다 겪고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찾아낸 여성들의 삶이 내내 평안하기를…

10.정치

<608쪽>
“우리 사회에는 진짜 강한 사람은 우울증 같은 것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잇어요. 진짜 청렴하게 살고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적절히 동기부여가 된 사람들은 그런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죠”

<639쪽>
나는 그곳에 있는 것이 싫었다. 아픈 데를 정곡으로 찔려서였다. 나도 가난한 외톨이 신세여서 우울증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결국 이런 곳에 오게 되었을까? 그런 가능성만 생각해도 비명을 지르며 저 멋진 문들을 뛰쳐나가 나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651쪽>
이렇게 제약업계는 좋은 일들을 많이 해 왔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온갖 기괴한 함정들을 동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658쪽>
모든 우울증은 외부 침입에 의한 병이라는 관념은 온갖 것들을 포함하는 병이라는 단어의 확대에서 비롯되었거나 편리한 현대적 허구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을 비참한 상태에 빠뜨리는 심각한 우울증은 이제 치료가 가능하며 사람들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되어야 한다. 그런 치료는 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고, 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하며, 우수한 연구자들에게 극히 중요한 연구 과제로 인정되어야 한다.
 
🔖주립정신병원의 열악한 시설을 본 작가의 감정을 읽으며,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느낀 감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불편한 것들은 그냥 모르고 싶고 나의 안전한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 지금까지는 나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강력한 격리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입장이였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알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디에 예산을 쓸 것인가. 어떤 법을 만들 것인가. 어떤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배치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정신질환에 대한 예산을 잘 쓰고 정신질환자들을 방치했을때 일어날 다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우리 삶 전체가 정치이듯 우울증도 결국 정치문제와 만나게 된다.

11. 진화

<661쪽>
우울증에 관한 진화론적 의문들을 탐구하는 것은 우울증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662쪽>
그러니까 우리가 우울증이라 부르는 것은 분명한 경계가 없는 상태들의 특수한 조합이라는 것이다.

<663쪽>
우울한 정신 상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데 뒤엉켜 있는 우울증과 슬픔과 성격과 병을 분리해야 한다.

<664쪽>
감정이 감각보다 더 정교한 것이라면 기분은 그것보다 더 정교한 것이다.

<665쪽>
우울증에는 진화의 특정 단계에서 생식에 이롭게 작용했던 메커니즘들이 수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네 가지 가능성이 제시 될 수 있는데 네 가지 모두 최소한 부분적으로 진실이다. 첫번째 가능성은 우울증이 진화의 역사에서 인류 츨현 이전에(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모종의 목적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 가능성은 현대 삶의 스트레스가 현제까지 진화된 인간의 뇌와 맞지 않아 그 결과 우울증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가능성은 우울증이 인간 사회에 유익한 기능을 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건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울증과 관련된 유전자들과 그에 따른 생물학적 구조들이 다른 유익한 행동들이나 감정들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즉 우울증은 뇌의 유익한 생리 기능의 부차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678쪽>
우울증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들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강한 것은 우울증이 유익한 기능들을 수행하는 메커니즘의 불발이라는 주장이다. 우울증은 대개 슬픔에서 생겨나는 슬픔의 변종이다. 멜랑콜리를 애도와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울증의 원형은 슬픔 속에 있다. 우울증은 우리에게 유익한 메커니즘인 슬픔이 장애를 일으킨 것일 수 있다.

슬픔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나는 슬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애착의 형성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만큼의 상실감을 겪지 않는다면 강한 애정을 가질 수 없다. 사랑이 깊고 넓어지려면 슬픔이 개재되어야 한다.

<682쪽>
우울증 그 자체는 유익한 기능이 거의 없지만 우리가 지닌 감정의 폭은 그 극단들을 충분히 정당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라는 이 주장이 내게는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683쪽>
저명한 진화학자 폴 맥린의 견해에 따르면 우울증은 확실히 인간적인 문제다. 본증, 감정, 인지 영역이 항상 동시에 작용하다보면 분열이 불가피하며 우울증은 바로 그런 분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뇌는 이따금 사회적 역경에 대한 반응을 조정하는 데 실패한다.

<687쪽>
다시 말해 우리가 지닌 문데들은 우리의 강점들의 결과라는 것이다.

<688쪽>
외적인 개입이나 신중한 노력을 통해 좌뇌를 활성화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688쪽>
대다수 사람들이 좌측 전두엽 대뇌 피질이 더 활성화되어 있으며 우측이 더 활성화 되어 있는 사람들은 좌측이 더 활성화된 이들에 비해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면역 체계도 쉽게 약해진다. 우측 뇌의 활성화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의 높은 기준선과도 상관관계를 지닌다.

<689쪽>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내 직관으로는 언어 기능이 좌반구에 지우쳐 있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이 좌반구에 치우친 부산물입니다.”

..
말은 긍정적인 것이다. 말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 모두는 강력한 의사소통 의지를 지니고 있다….
나는 우울증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럴 때면 그것에 대해 얘기하라고,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병적으로 흥분해서 떠들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들을 계속 말로 표현하라고 권한다.
 

🔖진화적 측면에서 우울증을 설명한 것들이 모두 다 너무 그럴만 해서 수긍되었고 작가처럼 나도 세번째 의견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678쪽~682쪽을 읽으며, 사랑과 애착, 상실과 슬픔의 단어들이 하나로 엮어나감에 나의 가벼운 우울감의 맥이 잡히는 듯 해서 눈물이 났다. 사랑하는 것은 상실의 고통도 감수해야함을 알기에 두려워하는 내 마음이 이해되었다.

12. 희망

<706쪽>
이 책에는 대부분 강인하거나 똑똑하거나 끈질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회복력과 힘과 상상력이 존재하는지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우울증의 끔찍함뿐 아니라 인간 생명력의 복잡성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707쪽>
이 책은 비범한 인물들의 성공담(나는 그 이야기들이 내게 도움이 되었듯이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을 위한 안전한 환경으로서 존재한다.

<707쪽>
어떤 이들은 가벼운 우울증에도 완전히 무능력자가 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

우울증은 심각하게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견디려면 상당한 생존 욕구가 필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유머 감각이 회복의 가장 강력한 척도이며, 그것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강력한 척도이기도 하다.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708쪽>
우울증이 삼켜 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이 우울증을 겪으며 보내는 순간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저조하다 해도 삶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을 꽉 붙들어라. 삶을 피하려 하지 마라. 금세 폭발할 것만 같은 순간들도 당신의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우울증을 나의 불안 또는 두려움(공포)를 넣어서 읽어봤다. 불안에 압도되어 회피하고 싶은 순간에 그 시간을 꽉 움켜잡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해야겠다.

<711쪽>
사람들은 자아의 경계를 분명하게 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실 경험과 화학작용의 무질서한 영역을 벗어나 금맥처럼 순수하게 존재하는 본질적인 자아는 없다. 인간이란 유기체는 서로에게 굴복당하거나 서로를 선택하는 자아들의 연속체다. 우리는 각자의 선택들과 상황들의 총합이며, 자아는 세상과 우리의 선택들이 만나는 좁은 공간에 존재한다.

<712쪽>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는 어리석은 모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적당한 낙관주의는 강력한 선택적 이점이다…
가벼운 우울증을 지닌 사람들은 정상인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와 미래를 정확하게 본다… 그들에게는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실패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환상이 결여되어 있다.

<716쪽>
프랑스인 정신의학자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우울증의 심층적인 심리학적 기능을 밝혀냈다. “우리를 압도하고 마비시키는 슬픔은 광기에 대한 방패 노릇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슬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720쪽>
”사랑이란 함께 있어 주는 것, 아무 조건 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지. 꼭 무언가를 해 주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 나는 그걸 배우게 되었어.“

<730쪽>
우울증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활력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삶은 슬플 때조차 생기에 차 있다.
 
13. 그후

<731쪽>
나는 한낮의 우울을 집필하면서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었으며 그건 괴상한 존재다

<734쪽>
나는 가족도, 친구들도, 일도 포기하지 않는 서툴지만 열정적인  저글링 곡예사다.

<739쪽>
정신 질환의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머릿속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영원히 확신이 없는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742쪽>
전문적인 우울증 환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우울증이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744쪽>
우리는 자신의 고통이 흔해 빠진 것임을 알게 되면 커다란 위안을 얻는다.

<822쪽>
[산후우울증] 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그들의 우울증이 아기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우울증이 본질적으로 사적인데 반해, 이 우울증은 암암리에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공적이다.

<720쪽>
”사랑이란 함께 있어 주는 것, 아무 조건 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지. 꼭 무언가를 해 주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 나는 그걸 배우게 되었어.“
<842쪽>
나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늘 하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 …
‘당신의 감정적 양식 즉 당신이 풍요롭고 활력 넘치고 단절되지 않은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들이 무엇인가?예요.‘
… 그때 나의 …친구가  내 슬픔에 대해 듣고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로라와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불운의 별이 뜨는 밤이 찾아오게 마련이에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지요. 비결은 계속 살아가는 법을 아는 데 있어요.“

🔖이 책이 미국에서 2001년 출판되었고 그후 13장이 추가하여 개정판이 나왔다(2015년인듯). 그래서 13장은 그 동안에 변화된 작가의 일상과 치료방법의 변화등이 담겨있다. 다양한 약과 치료법에 대해서 설명해서 의학서적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제 전문적인 우울증환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언제든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도 한다.  나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처음엔 우울증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바로 이어서 누구든 읽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걸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