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일기(2024.2.3.)
주중부터 토요일을 기다렸다.
심지어 오늘의 일정은 3가지
자유수영, 꽃시장, 아울렛가기
이 세가지를 어떤 동선으로 할지 매우 고민하다가
일단 수영부터 해치우고 꽃시장에 갔다.
12월 초에 가고 안갔으니 매우 오랜만이다.
후다닥 3종류 골라서 집으로 왔다.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남편이 꽃이 비싸졌네! 했다.
남편도 꽃값 상승을 눈치 챌 정도로 내가 꽃시장에 자주 데려왔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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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핑크색 튤립과 라넌큘러스, 화이트 델피늄 세가지를 순식간에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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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듬기 명상의 시간이다.
살짝 노동이지만 매우 즐겁다.
꽃 사온 첫날과 그 다음날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려 지는 이유다.
튤립 이파리 죽죽 샤샤삭 벗겨내고
라넌큘러스는 다듬을 필요도 없지만
이번에 사온 라넌의 줄기가 매우매우 두꺼워서
놀랐다. 줄기가 두꺼워서 꽃병에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델피늄 이파리 떼는 건 매우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번에 작심하고 이파리 모두 제거해봤다.
이파리 하나 없이 다 뗏더니 꽃이 좀 더 오래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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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튤립아 입을 벌리면 미워
입좀 합! 다물어줘라
라넌아 너는 만개하여라 주문을 외우지만
거실에 두면 튤립은 헤벌쭉
라넌은 기지개 펼까말까 망설인다.
튤립 때문에 잠깐 창문열고 베란다에 두면
튤립이 입을 오!하고 오므리고
라넌은 춥다고 주먹쥐듯 오므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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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이 색감의 조합 나 너무 잘했네
스스로 칭찬했다.
폰 배경화면으로 해두고 수시로 바라보면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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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일주일 쯤 흘러
내 관심에서 조금 멀어진 상황의 꽃들 상태
아 너무 못난이네!
사랑이 식으려고 한다.
설날에 엄마가 오셔서 보셨는데
식물계의 대모인 우리엄마가 튤립을 못알아보셨다.
이게 튤립이야???
만개한 대품 튤립이 나는 좀 무섭다.
일주일 지난 상태인데 아직 매우 건강하지만
꽃을 사온 첫날의 감정 식어가고 있어서
돌봄노동(물갈아주기, 줄기 다르기 등)이 귀찮아진다.
너무 건강한 라넌큘러스는
2주 넘게 나의 게으른 돌봄을 받으며 지내다가
결국 새로운 꽃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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