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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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2박3일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그 동안 세식구도 따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중에 문득문득 아들이 없으니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들이 없는 가족여행 매우 편하기도 했다.
식사메뉴 통일 편하고, 챙길 사람 한명 적어져서.
불리불안 없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우린 다시 만났다.
만나자 마자 나랑 아들은 싸우고 감정소모를 했다.
씻으라는 나의 잔소리에 아들은 발끈했다.
(발에 땟국물 줄줄 흐르고 있는 상황이였다)
자기도 이제 씻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짜증을 부렸다고
왜 짜증부리면서 말하냐고 분노 폭발.
그럼 내가 잔소리 하기 전에 니가 알아서 잘 씻던가!
청소 니가 할거야?
씻을라고 했다고!! 엄마는 왜 맨날 나한테 짜증내?
이 대화를 무한반복하다가
결국 내가 입을 다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다음 날 아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평소처럼
나에게 들이대며, 잘 지낸다.
성장하는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이런 것쯤(사춘기)
잘 이겨내야지! 굳은 다짐을 하고
남은 연휴를 아들과 신경전 없이 보내고자.
~해라, ~하지마라. 이 두가지 말을 안해보기로 결심했다.
밥 먹어라!
방 치워라!(정리해라, 버려라)
씻어라!
성숙한 다짐을 비장하게 하면서 아침밥을 정성스럽게 차렸다.
흑미를 넣어 새롭게 밥을 짓고
카레만든다고 양파 카라멜라이징을 하면서
미니돈카스를 추가로 튀기며..
아! 이건 아이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내가 즐거워서 나는 지금 요리중인거지!
아이들이 고마워하면서 먹어주지 않아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바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성찰을 했다.
그리고 예쁘게 차리고(물론 증거사진용)
“빨리 와서 밥 먹어라” 이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랬더니, 딸이 먼저와서 하는 말
“엄마 배고픈데?”
어 배고프면 먹어야지, 저기 식탁에 있는거 먹어
했더니,
“어?? 언제 차렸어”?
와..배려심 많고 눈치 빠른 딸래미도..내가 계속 요리하는 거 봤을텐데도 엄마가 아침부터 지지고 볶고 한거
모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감사히 먹기를 바라기까지 한
내가 놀랍네!
딸이 먹기 시작하니깐 슬그머니 아들도 식탁에 와서 먹는다. 차려놓고 아무말 없이 와서 먹기까지 딱 15분 걸렸다.
별 사소한 발견인데, 나는 오늘의 실험(?)이 매우 경이롭다.
결혼전,
주말에 늦잠 자고 있는데, 밥 먹으라고 깨우는 엄마에게 짜증내던 내가 떠오른다.
도대체 왜 꼭 지금 밥을 먹으라는 말인가.
내가 밥을 차려달라고 했나.
차려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밥을 먹으라고 성화인가.
이제 그때 밥 먹으라고 잔소리하던 엄마의 마음도
(차렸을때 와서 얼른 먹어라. 나는 엄마로서 저희들의 끼니를 충실하게 챙길 사명이 있다. 그리고 나도 빨리 설거지하고 치우고 쉬고 싶다.)
신나게 게임중인데 밥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본인도 모르게 짜증이 솟구치는 아들의 마음도
(아! 진짜 배도 안고픈대 왜 밥타령이야. 먹기 싫다구!)
둘다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