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_박신영

책 백마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녔을까의 심화편이 출간 된 걸 알고 책을 사야지! 했다
종이책 사두고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바로 전자책 구매했다.
내 지적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는 유럽사 얘기가 명작소설, 동화 배경에 녹아들어있다.
뒷 부분 궁금해서 정말 후딱 읽어버리고 바로 앞으로 돌아와서 공부하며(외워보며)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중학교 2학년 사회선생님의 세계사 시간이 기억난다. 그때 선생님은 노르만족을 놀만족이라고 발음하셔서 내 귀에 아직도 그 발음이 생생하다.
그 단어와 함께 동로마 서로마, 비잔틴제국,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 30년 전쟁, 명예혁명 등등의 용어가 아무런 맥락없이 단편적 분절적으로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시작해서 게르만족의 대이동과 고대로마제국의 멸망, 중세의 시작, 프랑크 제국, 신성로마제국, 대항해시대와 제국주의, 세계대전으로의 유럽사흐름이 저절로 내 머릿속에 저장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분석과 통찰에 감탄하며 오랜시간 역사책을 읽어오신 내공을 절절하게 느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아무 생각없이 책을 읽었나 하는 부끄러움도 몰려왔다.
내가 정말 몰랐던 부분을 위주로 정리해 본다.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주인인 셋째 아들을 출세시켜 영주로 만들어주는데, 이 때 필요하나 물건은 장화였다. 고양이를 의인화하기 위한 장치라면 아무 신발이나 신어도 되는데 왜 하필 장화일까? 동화책의 삽화를 보면 비오는 날 신는 장화가 아닌, 위로 갈수록 폭이 넓어져 무릎에서 접어 신는 긴부츠, 프랑스 루이 13세의근위대인 총사들이 즐겨 신어서 눈에 익은 승마용 부츠다. 총사들은 깃털이 달린 모자, 망토 승마용 부츠를 착용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셋째 아들에게 승마용 부츠를 달라고 한 것은 총사의 자격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이는 샤를 페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페로는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법을 공부한 후 콜베르의 비서가 되었다. 그가 모신 콜베르는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재무장관과 해군장관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 덕에 영지를 획득하고 귀족이 되어 작위를 아들에게 물려준다. 콜베르의 일생은 루이 14세 시절 법복귀족의 성장을 보여준다. 결국 귀족이 된 콜베르는 방앗간 집 셋째 아들이고, 콜베르의 비서인 페로는 주인을 영주로 만든 장화 신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왕에게 왜 새를 바쳤을까?>
이 장에서는 장화 신은 고양이가 메추라기를 잡아 왕에게 바친 장면이 나온다. 왜 먹을 것도 없는 작은 메추라기 일까? 그 이유는 중세 수직 질서에서 찾는다. 고정된 신분사회에서 음식에도 수직적 위계 질서가 있어서 중세인들은 하늘을 나는 새는 신이 계신 하늘과 가까우니 영양이 풍부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하늘과 멀어져 아랫쪽으로 내려갈 수록 영양가가 낮고 맛이 없다고 여겨졌다고 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러시아의 ’커다란 순무‘ 이야기
이 책도 우리집에 있는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난 이걸..어떤 언어유희정도로만 이해했다.
음식의 수직적 위계도, 인간과 동물의 위계질서도 없는 이야기가 있다. … 러시아의 대가 톨수토이의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의 민담이다.
커다란 순무에서는 순무도 동물도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다. 다 함께 일하고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결말은 어떠한 위계질서도 없는 평등한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음식의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왕의 환심을 사고 주인을 귀족으로 만드는 장화 신은 고양이 보다 사람과 동물, 심지어 순무의 차별도 없는 커다란 순무의 결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어떤 신분의 사람도, 어떤 종의 동물도 능력껏 도와 일하고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다 함께 나눠 먹는 삶.
<크리스마스 선물은 왜 산타클로스가 줄까>
이부분에 "난쟁이 요정들"이란 동화가 나온다.
나도 잘 아는 동화인데, 앞 뒤 맥락 없이 이 동화를 읽을 때 나는 이 동화가 너무 허무했다
성실한 구둣방 할아버지를 도와주기 위해 착한 요정들이 도와주는 줄거리로 생각했는데
옷을 선물 받은 요정들은 왜 사라진 것 일까?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결말이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잊었다.
이 동화는 책의 2장 중세문명과 민중의 삶 챕터에 나온다.
난쟁이 요정들의 동화는 중세시대 장인과 도제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서 기술을 배운 도제는 장인으로부터 옷을 선물받고 장인의 집을 떠난다는 설명이였다.
난쟁이 요정들의 배경인 서양 중세 봉건사회는 쌍무적 계약 관계에 기반해 성립했다. 왕이나 상위 주군은 상대를 보호하고 봉토를 선물한다. 신하나 기사는 보호를 받는 대신 군사력을 제공하고 복종한다.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권리와 의무 관계이며 계약이다. ... 구두장이는 가장이자 고용주다. 도제인 난쟁이 요정들은 가정의 구성원이면서 고용된 하인이다. 이때 하인이 선물을 받으면 가장과 하인 사이에 의무 관계가 생긴다. 그동안 숙식을 제공하던 가장이 준 선물은 앞으로 상대가 받을 것을 한꺼번에 준다는 의미다. 즉, 이것을 받으면 집을 나가달라는, 하인을 해고하는 통지가 된다. 그래서 난쟁이 요정들은 크리스마스에 구두장이에게 옷과 구두를 선물로 받자 바로 알아차린다. 도제 계약의 종료이자 해고의 신호임을.
이야기에 이어서 산타클로스가 있어야 하는 이유로 연결된다.
서구 사람들은 자식에게 선물을 할 때 자신이 준다고 밝히기를 꺼렸다. 장자상속제에 의하면, 맏아들이 아니어서 부모에게서 땅과 집을 받지 못한 자식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가야 했다. 집을 떠나기 전, 이들은 유산을 미리 받는 의미로 가장에게 약간의 보상을 받는다. .. 선물을 받으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법. 선물을 받은 이는 집을 떠나야 한다. ... 이에 부모들은 고민했다. 사랑하는 어린 자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오해해서 가출해버리면 큰일인데, 어쩌나.
방법을 찾았다. 부모가 아니라 대리인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기로.
그래서 선물의 대리인으로 등장한 산타클로스 얘기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 다음에 짧게 소개되는 글에서 나는 또 한번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 있는 유명한 짤 Dobby is free.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제대로 본적이 없는 나는 지금까지 도비가 반지에 제왕에 나오는
골룸이라고 알고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무식했네 싶다. 해리포터 책은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번번히 실패했고,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20대 초반이던 때 이 두 영화는 늘 겨울철 개봉을 했었는데 극장의 따뜻한 히터덕에 언제나 꿀잠 자던 영화였다.)
책에서는 집요정인 도비가 옷 선물을 받고 노예상태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중세시대 장인과 도제사이의 옷 선물로 해고통보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버사는 건너지 못한 바다>
제인에어는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의식을 담고 있다. 지금 읽어도 심리묘사나 이야기 전개가 뛰어나다. 제인에어를 인생 소설로 제인을 여성의 이상형이나 롤 모델로 가슴에 품은 독자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더 생각해보자. 주인공의 해피엔드를 위해 희생된 한 사람, 다락방에 갇혀 살다가 제인의 합법적 결혼을 위해 죽어서 사라져야만 했던 버사를.
제인에어를 중학교때 한번 읽었고 서른 후반에 다시 읽었고, 아이들용 축약본으로 읽어주기도 했는데.
제인에어에서 버사라는 인물의 이름은 내 기억에 없다.
버사라는 인물의 이름을 알고 크레올에 대한 당시 유럽사람들의 편견을 이해하고서 집에 있는 제인에어를 펼쳐서
버사라는 이름이 정말로 나왔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2권 제인과의 결혼식이 파국을 맞고 로체스터가 자기가 유부남인것을 속인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제인을 납득시키는 부분에 버사의 이름이 나온다. 당시 정략결혼의 희생양 ‘버사 메이슨’ 이부분을 다시 읽는데, 로체스터의 변명에 토할 뻔 했다. 예전에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그냥 제인이 사실혼 관계로 남아주길 바랐었다는 점도 더 부끄럽게 인식되었다.
이 외에도 다 담지 못하지만, 브레멘으로 간 동물들, 동화속 여러 마녀들 이야기 모두 재밌었다.
작가님이 서문에서 밝히 비서구권 황인종 여성의 시각을 나도 획득한 기분도 든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들의 내용이 다르게 다가온다.
다음 동양편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