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_박신영
우연히 임승수작가의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읽었다.
거기에서 또 많은 책을 소개받았다. 그 중 최고로 재밌던 책
한국의 시오노 나나미를 꿈꾼다는 박신영 작가의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떠돌아 다녔을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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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세계명작동화와 세계문학을 열심히 읽어왔고
이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다.
아! 내가 읽어온 것이 제국주의 시선이였네 하고 어렴풋이 인지한게 겨우 몇년전이었다.
2013년도에 나온 이 책을 이제서야 만나다니!
서문을 읽을 때부터 나의 불편함도 이런거였구나 하고 격하게 공감되었다.
서문중에서
그런데 역사서를 조금 읽다보니 불편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황인종 한국 여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보고 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으로 만난 세상이었던 세계문학전집 속 작품들에 문제가 있었다. 일반적인 명작동화가 창작된 시기는 대부분 19세기 제국주의 시절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유럽인, 백인 남성,기독교인, 제국주의자와 같은 강자의 시선을 배워 그들의 시각에 마추어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사람은 이야기 속에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다음 세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 난 이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전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반갑게도 2019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서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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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믿는다. 이야기와 역사를 읽고 현실을 의식적으로 새롭게 이야기하는 힘으로 삶을 바꾸고 세상이 나아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가 아는 예전 이야기를 세계사 흐름에 따라 정렬하고 소제목을 뽑아 모아놓은 구성도 좋았고
무엇보다 나의 부족한 세계사 지식을 너무 재미있게 채울 수 있었다.
한 챕터 읽고나서 알게 된 사실을 떠들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동화책에서 이 책을 뽑아들어 다시 읽어보았다.
백마탄 왕자들은.. 이 책에 '피리 부는 사나이는 어디로 간 걸까'라는 한 챕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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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때 스토리빔을 보고 재우던 시기, 그 때 영상중에 피리 부는 사나이도 있었는데 나 역시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고 표현할 수 없는 찜찜함, 큰 공포심을 느꼈다.
동화책을 읽고 맨 뒷장 해설편을 다시 읽으면서도 130여명의 아이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에 무섭다는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다시 백마탄 왕자 책으로 돌아오면 작가는 하멜른의 실종 사건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그 시절 서민의 시점, 시 당국의 입장에서 추가된 줄거리를 짚어준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어디로 간 걸까 중에서>
시간을 두고 '아이들의 대량 실종 혹은 사망'이란 한 고장의 슬픈 역사가 변해가는 모습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승 과정에 보인다. 대부분 문맹이어서 문자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서민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슬픈 과거를 기억했던 것이었으리라.
전설은 현대에 와서도 새롭게 재생산되고 소비된다. 열정에 들떠 맹목적으로 행진하는 소년 십자군의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 독일의 유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와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리 소리 같은 작은 마음의 위안에도 쉽게 감동받아 기꺼이 납치될 만큼 중세 어린이들의 일상이 힘들고 팍팍했을음 놓쳐서는 안된다.
내가 안다고 생각한 역사와 이야기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
시간가는 줄 모르게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요즘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