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 닮은 딸 키우기/ 나를 닮은 아들 키우기
토요일 오후 산에 가려고 운동화를 신었다.
신자마자 작은 돌들이 발에 느껴졌다. 1층에 내려와서 신발을 벗어 모래들을 털고 다시 신었다.
산길을 조금만 걸으면 또 모래알들이 신발 속으로 튀어 들어온다.
나는 이 불편함을 잘 참는 편이다. 멈춰서 신발을 벗어 털어내는 것을 더 귀찮아 한다.
신발 속 모래의 불편함을 느끼면서 계속 올라갔다.
그러면서 딸을 생각했다.
딸은 걷다가 신발에 뭐가 들어가면 바로 털어내야 하는 성격이다.
어릴 땐 내가 쭈그려 앉아서 내 무릎에 아이를 걸터앉히고 딸의 신발을 탈탈 털고 발바닥도 훑어줬다.
(이걸 열발자국마다 했던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남편이 더 많이 해줬지만)
요즘에도 걷다가 신발에 뭔가 들어가면 나를 붙잡고 한발로 버티고 서서 내가 신발을 털어주길 기다린다.
사랑하는 딸에게 이런 사소한 걸 해주면서 나는 매우 짜증스럽고 귀찮았다.
그냥 좀 참고 가면안되나? 아무것도 안들어갔어!
수 많은 짜증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도 엄청나게 예민한 사람인데,
지금 운동화 속 모래의 불편함을 참 잘 참네. 나 무던한 사람이군. 그래도 멈춰서서 좀 털어줄까?
멈춰서서 털어봤다. 아. 좋구나! 싶었다.
그러나 몇 발자국 걸으니 금방 또 작은 모래알들이 신발 속으로 튀어 들어간다.
아, 귀찮네 그냥 참고가자.
딸은 이런걸 못 참는 아이구나.
아, 그렇지 우린 너무나도 다른 존재지! 별 것도 아닌 깨달음이 절절하게 마음에 남았다.
아이의 불편함을 해결 해 주는 돌봄을 더욱 성실히 제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운동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집에 돌아왔다.
현관앞에 늘어진 신발들을 정리하는데, 아들의 운동화를 들었더니, 안쪽에서 모래가 데굴데굴 굴러 뒤쪽으로 모였다.
아! 아들은 나처럼 이런거 잘 참는 아이였구나! 나랑 똑같네
이걸 그대로 신고 나가서 걸을 때마다 모래를 느끼며 조금 불편하지만 털어 내야겠다는 시도는 전혀 안하는
아들을 상상하며 웃었다. 우린 매우 예민하지만 묘한 부분에서 둔감한 공통점이 있었구나!
남편과 딸은 본가에 미리 가 있었고
곧 어버이날이니 나는 저녁에 아들을 데리고 가서 시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할 계획이였다.
아침엔 혼자서 꽃시장도 다녀오고 오후에 가볍게 등산도 했더니, 저녁에 시댁까지 갈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들과 둘이서만 저녁을 먹게 되었다.
치킨을 먹을까? 하다가
우린 둘다 치킨보다 떡볶이를 더 좋아하므로 떡볶이를 시켰다.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아들이 무슨 떡볶이를 시켰냐고 물었다.
너가 그렇게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엽떡을 시켰다고 대답했더니,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
“그거 나 아닌데? 00이가 먹고 싶다고 한거잖아?”
아.. 그랬나? 아들이 아니라 딸이 먹고 싶어한 거였나?
어쨌든 우리는 엽떡을 기다렸다.
"엄마 무슨 단계 시켰어?"
"2단계인가 초보단계 시켰어. 엄마 매운거 잘 못 먹잖아."
"겨우 2단계?? 3단계는 시켰어야지!"
배달이 와서, 먹기 시작하자마자
아들이랑 나는 매워서 괴로워했다.
맵다고 하면서도 계속 먹으면서
“엄마 여기 이거 잘못 만든거 아니야?”
“우리 3단계 시켰으면 어쩔 뻔 했어?”
아들과 눈을 마주치며 아 진짜 맵다를 연발하는데
별거 아닌 이 대화의 순간이 찡하게 마음에 콕 박히면서
행복했다.
결국 우린 둘이서 삼분의 일도 못 먹고 포기
"엄마! 내일 여기에 감자를 넣고 다시 끓여보면 어떨까? 감자를 으깨먹으면 좀 덜 맵지 않을까?"
그리고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온 딸
(아마도 유튜브에서 누군가 먹방하는 걸 본듯)
엽떡을 보고 너무 반가워하며 한입 먹고 맵다고 난리
"엄마! 이거 내일 밥 넣고 볶아 먹어 볼까?"
다음 날, 감자도 넣어주고 밥도 볶아줬으나 우린 모두 한입 먹고 물만...
엽떡 2단계 못 먹는 우리 셋의 공통점을 발견한 하루였다.
혹시나 싶어 영수증을 다시 봐도, 초보맛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