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the stars
작년 말에 독서모임 멤버로부터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원서로도 읽어볼까 했다. Crying in Hmart를 이북으로 살지 종이책으로 살지 고민하다. 밀리의 서재처럼 원서 이북사이트가 있는지 검색을 해봤다. 그렇게 libby앱을 알게되어 두달째 매우 잘 활용하고 있다(찾으려던 crying in Hmart는 오디오북으로만 있고 대기가..앞으로도 4개월이 남았다.)
마침 그때 읽고 있었던, 종이책이라 진도가 안나갔던 'When you trap the tiger'도 있어서 냉큼 받아서 출퇴근길에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 후 제목만 들어봐서 알고 있었던 There’s a boy in the girl’s room, Shara plain and tall.. , 등을 마구잡이로 읽으며 유명한 원서의 대기도 틈틈히 걸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원서 추천 블로거에서 많이 봤던 Number the stars를 다운받았다.
국내 번역서로는 ‘별을 헤어리며’로 출판되어있는 걸로만 알았고 책의 줄거리는 전혀 몰랐다.
그런데! 첫챕터 읽자마자.
어머! 어! 이거 나 초등학교때 읽은건데? 두번째 챕터에서 어머! 아 이 책은... 그거네…
초등학교4학년에서 6학년까지 엄마랑 매주 했던 주말데이트가 생각났다.
엄마와 함께 시내 서점에 가서 어린이코너에서 책 한권을 골라서 사고
바로 그 옆에 있는 경양식 집에서 돈까스를 먹었다.
소장할 책을 고르는 순간과 돈까스집에서 주는 스프와 후식, 그 냄새들이 모두 행복했었다.
그렇게 샀던 책중에 이 책이 있었다. '나의 유대인 친구 엘렌'
책 제목을 나의 외동딸 친구 엘렌으로 착각해서 검색하느라 애먹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당시 책 표지를 보니
그 당시 내가 샀던 많은 책이 지경사, 혹은 예림당이였던 기억이 난다.
이 당시 표지에도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란 표시가 있었지만, 당시에 난 그런 것도 몰랐고
당연히 홀로코스트도 몰랐을테지
넘버 더 스타가 내가 초등때 읽었던 그 책이였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서 남편을 붙잡고 한참을 얘기했는데
아무도 나의 이 반가운 기분을 몰라주겠지만, 나는 그냥
이런게 너무 신기해서 읽는 내내 이 책 얘기만 했고
결국엔 굳이 뭐라도 이 기분을 남겨보고자 나만의 독후감을 적고 있다.
어릴 때 읽던 그 책을 마흔이 넘어 다시 기분은 잃어버렸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았다.
흥분과 기쁨이 흘러넘쳤다.
넘버 더 스타를 다운받지 않았다면 난 평생 옛날엔 이 책이 ‘나의 유대인 친구 엘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는 걸 연결시키지 못했겠지? 내 안에 아직도 잘 살고 있는 나의 어린시절을 만나게 해준 이 순간이 너무 신기했다.
달리기 하다가 독일군에게 지적당하는 장면, 아빠가 얘기해주는 덴마크 왕에 대한 얘기, 전쟁으로 물품이 귀해져서 엄마들은 커피를 못 마신 얘기, 생선가죽으로 만든 구두에 화가 난 여동생, 특히 레지스탕스라는 단어, 언니의 교통사고,
독일군에게 엘렌을 주인공의 언니로 속이는 장면 등등이 다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났는데
(더 정확하게는 그런 장면을 읽을 때 어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고스란히 기억이 났다)
그런데!
딱 저부분까지만 기억나고 기차타고 바닷가로 가는 장면부터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아마도 초등4학년 또는 5학년이였을 나는 이 책이 버거웠나보다.
줄거리상 뒷 부분의 에피소드가 더욱 긴장감 넘치는데 그걸 기억못하는 걸 보면
끝까지 안 본게 분명하다.
안네의 일기를 읽고 무섭고 충격적이라(일기장이 안네가 죽고 집에 돌아온 아빠에 발견된 것이라는 얘기에)
잠을 설쳤는데, 이 책을 끝까지 안 읽었다는게 지금에 와서 좀 의아하고 웃기기도 하다. 난 책을 중간에 포기하고 덮었던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샀는데 읽다만 책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저 책의 표지를 더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절반의 줄거리는 모른 채로 읽어서 그런지 모르는 단어 안 찾고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일단 결말이 너무너무 궁금하니깐 끝까지 빨리 보고 다시 정리해야지 했는데,
후딱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서 정리는 잊혀졌다.
문장도 몇개 메모해야지 하고는 그냥 날짜 되어서 반납처리가 되어버려서 너무 아쉽다.
다시 대출대기를 걸었더니, 그 사이 대기가 길어짐
한동안 출퇴근 지하철 붐벼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 책 보는 동안엔 소설속 상황에 너무 몰입해서
출퇴근이 버겁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들에게도 꼭 읽어주려고 대출해놨다.
책을 읽으며 지도 보여주며 덴마크에서 바다 건너 스웨덴도 같이 찾아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