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극복기(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6학년 아들이 2박3일 학교 수련회를 다녀왔다.
폰도 집에 두고가서 연락도 못 했지만
세 식구 체험하면서 너무 잘 지냈다.
애 한명 없으니 집도 덜 늘어지고
반찬도 덜 해도 되고 그릇 하나라도 덜 쓰고
집안 일이 놀랍게 줄어서 좋았다.
남편까지 당직으로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인데
딸이랑 아무렇지도 않게 잘 잤다.
아들이 없는 2박3일 너무 편하네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하는 말
"ㅇㅇ이 오늘 오지? 얘가 집에 없으니까 너무 허전하고
신경쓰이고 안좋더라. 어서 오면 좋겠다." 어? 난 너무 편했는데!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남편이 내 걱정인형으로 변해서
이제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게 된거군 생각했다.
친정집은 우리집에서 지하철로 4정거장 거리다.
퇴근길에 난 친정집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한다.
아들이 수련회에서 돌아오는 날
퇴근 길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친정집 지하철 역을 지나치는데 불현듯
아! 엄마 오늘 이사가셨지!
다음 날 퇴근 길에도
아! 엄마 어제 이사가셨지! 했다. 이제 지하철 4정거장쯤 되는 거리가 아니라
22정거장 멀리 이사가셨다.
아무렇지도 않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게 아닌듯한 기분에 울적하고 허전했다. 주말에 양평집에서 엄마를 만나서
"엄마, 나 지하철역 지나갈때마다 이제 엄마네 집이 여기에 없는게 기분이 너무 허전하고 이상했어."
얘기하면서 괜히 눈물이 줄줄 났다.
엄마는 웃으면서 "에구 그랬어?" 하시길래.
"엄마 왜 안울어? 내가 우는데 안 슬퍼?"
슬프긴 뭐가 슬프냐, 차로 한시간이면 간다!
그래서 맞아! 나도 참 주책이라며 같이 웃었다. 예전에 엄마를 정말 많이 미워했었다.
엄마에게 오는 전화도 너무 싫었고
밥 먹으러 오란 소리는 고문처럼 들렸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
엄마와는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딱
그 거리에서만 관계를 유지하려는 날 대면했다.
힘든 시간은 다 지났다.
이젠 내 애착대상(엄마, 내 아이들)이
가까이 있을 땐 옆에 있으니 좋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거기 잘 있는 걸 아니깐
우리는 곧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잘 지낼 수 있다.
이걸 이제서야 온 마음으로 깨달으며 행복했다.
수련회 다녀온 아들은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저녁시간 내내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 시간 흐름 유의하면서 디테일한 후기를 쏟아냈다.
아직은 수다쟁이 아들 너무 귀여워서
엄마 안보고 싶었어? 기어이 물어봤다.
거짓말 절대 못 하는 아들은 한마디로 대답했다.
"별로 안보고싶던데?"
사실 엄마도 그랬어~
그래서 생각난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이 그림책 펼쳐서 읽으며
언제든 믿고 넉넉하게 기다려 주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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