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아들에게서 나를 본다.

여름 날 2022. 9. 17. 09:57

어제 아들은 반에서 딱지치기를 했다.

전날 준비물이 딱지 3개였고, 집에서 딱지를 접어갔다.

 

하굣길, 아들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딱지치기 일등했어!"

회사에 있는 나에게 알려줬다.
목소리에 신이 넘쳤다.
"어머나~잘 했어~"

아들은 딱지를 정말 잘 친다.
딱지치기 재능은 어떻게 살려줘야 하나?

퇴근 했더니,
머리 좀 자르라는 내 잔소리에
겨우 미용실 다녀온 아들이 정말 예쁘고 단정해진 머리로
입은 튀어나와서 시무룩하게 있었다.


이미 아빠에게 한바탕 짜증 부렸다고 듣긴했다.
미용실에서 자기 앞머리를 너무 많이 잘랐단다.
자기 머리가 맘에 안든다며 징징, 짜증, 난리를 친다.
엄청 멋지고 이쁘다고 진심으로 내 마음을 표현해도
안 믿는다. 결국 내가 못 참고
"그만 징징대! 머리는 또 자란다!"
냉정하게 콕 쥐어박는 한마디를 한 뒤에야
아들의 짜증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슬며시 덧붙이는 말들
미용실가서 앞머리 아주아주 조금만 잘라달라고 설명하는게 창피하단다.

그래서 그냥 자르게 두면 매번 이렇게 앞머리가 짧아져서 미용실 가는게 싫고

앞으로 겨울방학까지 머리를 안자르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저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다닌 중학교의 여학생들은  무조건 단발머리를 해야 했다.

정확하게 정해진 규칙은 아니였지만, 대략 귀밑 3센치 단발머리를 유지했던 것 같다.
주기적으로 미용실가는게 중요한 일이였다.
미용실에 가면  내가 얼만큼 자를지 설명하지 않아도
미용사는 적당히 알아서 잘라주셨다.
가끔 어떤 미용실에서는

"어떻게 잘라줄까?" 라고 묻기도 했는데. 이 질문을 들었을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너무 난감했다. 단발일뿐인데 길이만 줄이면 되는데?

어떻게 라니? 그냥 적당히 알아서 잘라주시는 거죠! 라고 말은 못하고

그냥 작은 목소리로 다듬어주세요! 한 것 같다.


어느날은 내 예상과 다르게 너무 짧게 잘라주는 날이 있었다.
나는 말 없이 조용히 값을 치르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며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지만
그땐 머리카락이 귀밑 2센치라도 되면 내가 그렇게
못 생겨보일 수가 없었다.
머리 자른거 잊고 있다가 무심코 거울 보고

낯선 내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엄마에게 괜히 징징 짜증부릴때.
우리 엄마가 한 말을
지금 내가 아들에게 그대로 해 준다.

"하나도 안 이상해. 이뻐"

"아이구 그냥! 머리 금방 자란다!"

 

아들의 마음과 우리 엄마 마음에 동시에
감전되듯 공감이 되었다.

 

미용실에 가서 뭐라고 설명하기가 이유없이 부끄러웠던 내 마음과

매번 미용실에 가서 얼만큼 잘라달라고 설명 못하는 아들의 마음

 

아무도 신경 안쓰지만 너무 중요했던

단발머리 길이에 집착했던 내 마음이나

앞머리가 짧아져서 학교가기 싫다는 아들의 마음 너무 이해 된다.

 

그리고 중딩이 짜증 받아 준 그때의 우리 엄마의 심정과

말들이( "그래도 이쁘다") 다 진심이란 것도 알겠다.

이 공감을 어떻게육아의 지혜로 풀어내어

아들을 달래줘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아들이랑 같이 미용실에 가서 부끄러워하는 아들을 대신하여

미용사에게 이렇게 말 해줘야 할까?

"우리 아들의 앞머리는 아주 살짝 다듬어만 주세요"